사랑해마지않는 내 삶에게: 김연자의 아모르파티
“삼국지 최고의 명장 관우는 82근의 청룡언월도를 젓가락처럼 휘둘렀다.”
물론 실제로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아마도 관우라는 인물을 빛나게 하기 위한 문학적 과장이겠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김연자의 무대에서 그 장면이 떠올랐다.
그녀에게 마이크는 단순한 음향 장비가 아니었다.
적진에 홀로 선 장수의 검처럼, 강렬하고 위엄 있는 도구.
입에서 멀어져도 흔들리지 않는 음성,
손끝의 포인트에 맞춰 춤을 추는 마이크,
무대 위 김연자의 손끝에서 나는 분명 천하의 명검을 본 듯한 전율을 느꼈다.
그건 단지 노래가 아니었다.
천하 명장의 기운,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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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 융드레스, 반짝이는 장신구, 손을 감싼 실크 장갑.
화려함의 끝에서 마지막을 완성하는 것은 단연 그녀의 실력이다.
김연자의 전매특허 퍼포먼스.
입과 마이크 사이의 거리가 점점 멀어져도,
울림은 단단하고 고음은 흔들림이 없다.
그리고 미소는 소녀처럼 해사하다.
기교를 부리지 않는데도 모든 기교가 담겨 있다.
그녀의 <아모르파티>는 그렇게, 트롯 신드롬의 신호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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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트롯이 다시 춤추기 시작했다.
<아모르파티>는 2013년에 발매되었지만, 노래에도 때가 있는 법.
진짜 ‘시작’은 2016년이었다.
KBS 열린음악회에서 EXO 다음 순서로 등장한 김연자.
엑소 팬들까지 열광했던 그 무대는 곧 입소문을 탔고,
2017년엔 대세 트롯곡으로 떠올랐다.
2018년 부산대 축제, KBS 가요대축제의 엔딩.
좌엔 방탄소년단, 우엔 트와이스.
그리고 그 중심에 **김연자의 <아모르파티>**가 있었다.
이 무대는 ‘세대 통합’이라는 단어를 실현해낸, 진정한 파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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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르파티> 이후 트롯은 다시 주목받는다.
2019년 <미스트롯>의 송가인, 2020년 <미스터트롯>의 임영웅.
트롯은 중장년층을 넘어, 젊은 세대의 마음도 사로잡기 시작했다.
트렌디한 가사, EDM을 결합한 시도도 이어졌다. 하지만 트롯 신드롬의 핵심은 단지 ‘새로움’만이 아니었다.
익숙함 + 새로움 + 포용력.
그 조합이 있을 때, 트롯은 전 세대를 아우르는 힘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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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사랑하라’는 뜻의 라틴어, Amor fati
니체가 말한 초긍정의 철학.
인간은 이루고 싶은 바가 있는 존재다.
이루고 싶은 것을 달성하는 데 넘어서야 할 것이 있다면, 마땅히 넘어서고자 하는 열정을 가진 존재다.
김연자의 <아모르파티>에는
초긍정의 철학이, 무대의 퍼포먼스가,
그리고 관객을 끌어안는 포용력이 담겨 있다.
“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
“가슴이 뛰는 대로 가면 돼”
이 노래는 더 이상 라떼를 권하는 꼰대의 말이 아니다. 어린 나이에 현해탄을 건넌 엔카퀸은 트롯퀸으로 금의환향했다.
결혼은 필수가 아니기에 자유연애를 몸소 실천 중이시다.
아모르 파티는 성공한 인생 선배가 전하는, 유쾌한 축하와 응원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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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르파티>는 나에게 하나의 문이었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이 트롯이라는 이름으로 울리고 있었다.
60대 할머니가 임영웅을 응원하며 수줍은 소녀가 되고, 중년의 아버지들이 핑크색 단체 티셔츠를 입고 송가인의 무대 앞에 줄지어 선다.
그런 풍경이, 나는 좋다.
그리고 그 감정의 움직임을 글로 남기고 싶어졌다.
나도 이제,
가슴이 뛰는 대로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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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롯을 사랑하는 칼럼니스트, 유투리입니다.
이야기의 시작을 <아모르파티>로 열어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