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먹는 삶
발도르프 인지학에서 하는 말이 있습니다.
"먹는 것이 바로 그 사람 자신이다."
걷기나 운동도 참 좋지만
그 이전에 먹거리가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실직고하자면
저도 잘 못해먹고 살았어요.
일하랴, 애 키우랴, 자기 계발하랴...
30분의 빈틈이 있다면 먹거리 채취보단
책을 읽고 싶고 컴퓨터 앞에 앉고 싶더라고요.
장도 몰아서 보고
밀키트도 자주 활용하는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너무 막 먹었다 싶음
다시 좋은 것 먹으려 애쓰고...
요래요래 주기를 반복하면서요.
퇴사를 했습니다.
오랜 직장 생활을 멈춘 첫 3월,
루틴을 다시 짜고 있습니다.
음식 루틴 포함해서요.
참 좋은 것은
사는 곳이 시골이라
들풀 채집이 정말 쉽다는 것!
시간을 내어
다시 수렵채집의 세포를 깨워냅니다.
지난주에는 냉이 캐서 된장국 끓여 먹었고요,
산에 올라서는
생강나무 꽃 살코미 따서 생강나무 꽃 차도 마셨어요.
생강나무 잎과 줄기에선 생강냄새가 나는데,
꽃에서는 진~~ 한 꿀향기가 난다는 사실!
이번 주에는 드디어
쑥 캐기!
산책을 하면 발밑을 살피느라 눈이 바쁜 사람 있지요?
제가 바로 그렇습니다.
쑥이 언제 쑥쑥 자라나 기다렸는데,
이제 뜯을 만하게 자랐어요!
짜잔~
우리 쑥쑥이 예쁘지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일까요?
매년 봄 루틴이 냉이 캐고 쑥 캐기였는데...
더 잘 산다고 하는 게
플라스틱 만지는 삶은 커지고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은 줄어드는 아이러니.
다시 뿌리로 돌아가 봅니다.
등 가득 햇살 받으며
쑥 캐는 기분,
아시는 분들은 아시지요?
저에겐 '행복'입니다.
이 쑥은 캐면서 바로 다듬어야 해요.
그래야 두 번 고생하지 않습니다.ㅎㅎ
칼로 뿌리와 줄기 사이를 자를 때
정확하게 검풀이 없게 자르면
다듬을 필요가 없어진다는 팁!
이상, 40년 차 프로 시골생활러의 조언이었습니다.
꺅!
첫 제비꽃도 발견~
봄이 마구 몰려옵니다요~
강변 산책 가자고
우리 집 똥강아지 데리고 나오니
아이스크림 사달래서
그래, 산책은 달콤한 것!
좋아하는 녀석으로 하나 골라줍니다.
주머니칼은 2개 챙겨 왔는데
아이스크림 느릿느릿 음미하며 드시는 딸은 풍경을 즐기시고
엄마는 쑥을 즐깁니다.
집 근처에 강이 있다는 것은 큰 축복.
바다의 드넓음까지는 아니더라도
강만 봐도 뭔가 시원해집니다.
저 흐름 속에
나도 흘러가는구나 싶어요.
제일 좋아하는 색깔 중 하나는
봄철 버드나무 물오른 연둣빛.
사진으로 보일까요?
확실히
물올랐습니다.
저희 지역엔 건강한 쌈 채소를 키워 서울로 납품하는 하우스가 많은데요,
저희 집 근처에도 있어요.
무인가게로도 운영되고 직거래를 할 수 있는 곳인데,
일할 때는 시간대가 안 맞아서 한 번도 못 오다가
드디어 들렀습니다.
당일 갓 수확한
채소 포장이 한창이었습니다.
300g 한 봉지 4000원에 사서
이웃집에 반을 보냈습니다.
저 접시에 있는 건 2000원 치인데,
정말 푸짐합니다.
싱싱한 건 말해 모해~
입맛 없는 우리 아들
초록 쌈채 보더니
삼겹살이랑 먹고 싶다고 하네요.
장 보기엔 늦었고
냉동실에 넣어둔 안심 한 덩어리 꺼내
된장 풀어 수육을 삶았습니다.
그리고 아주아주 맛있게
아삭아삭 짭짭 먹었습니다.
요즘 월요일과 목요일에는
시인 고선애 작가님과 시 쓰는 모임을 하고 있어요.
저녁밥 짓다가
시도 얼른 써봤습니다.
<오늘 저녁식사는 봄>
졸작이지만
기록용으로 남깁니다.
다시 근본으로, 뿌리로 돌아가는 삶.
'아이 내면의 힘을 기르는 근본육아'라는
부제가 붙은 제 책 <엄마표 발도르프 자연육아>에서도
아이들과 근본으로 뿌리로 돌아가서
본질로 살아가자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봄을 먹고
자유롭게 유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