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게 한 모티브가 된 영화.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일본 만화 원작을 한국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한국영화가 훨씬 좋다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렇다.
눈 덮인 상관 편백나무 숲을 거닐면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생각난다.
<리틀 포레스트>를 보게 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내 취향 저격'영화라고 지인이 추천했다. 둘째, 김태리가 주인공이다. 영화 '아가씨'에서 그녀의 연기에 매료되었다. 20대 동료는 이 영화를 5번이나 봤다고 했다. 나 역시 이번이 두 번째다. 이번에는 영어로 서브타이틀을 선택한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리뷰(줄거리 포함. 2020/2/4/1:28)
잔잔하고 포근한 숲에 머물다 온 느낌이다. 배우 김태리의 연기는 영화 아가씨,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등에서 이미 놀랄 정도였다. 어느 배역을 맡아도 마치 그 영화를 위해 태어난 듯 보인다. 혜원의 엄마 역으로 문소리 역시 연기가 돋보인다.
어릴 적 친구 셋.
재하(류준열), 혜원(김태리), 은숙(진기주)은 도심에서 살다 지쳐 돌아온 혜원의 집에 모이게 된다. 재하는 마지막에 누구를 선택했을까? 수시로 암시를 던지기는 하지만 열린 결말이다. 시골 생활로 돌아오게 되는 깊은 마음을 서로 이해하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힌트가 주어진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혜원의 집 조금 열린 마루 문, 그 틈으로 나부끼는 커튼 자락...... 혜원은 그곳에 누가 있을지 아는 눈치다. 오구(혜원의 개)가 낯선 사람이라는 듯 짖어대는 사람은 친구들은 아닐 것이기에...... 전체적으로 아름다운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기에 영상만 보아도 즐겁다. 게다가 간간히 요리를 하는 모습을 보면 침이 나오며, 나도 당장 해 보고 싶어 진다.
단술의 맛을 어릴 적 시골에 살았고, 꼬맹이 적에 단술의 맛을 경험했기에 혜원의 동동주를 보니 담가먹어 보고픈 마음 간절하다. 영화에서 아쉬운 점은 요리가 다소 일본식이다. 원작에 충실하게 하느라 그런 것 같다. 물론 모두 앙증맞고 아름답고 먹음직스러워 군침이 돌기는 한다. 배경이 우리나라이고 우리나라 산골이니 요리에 관한 한 조금 더 창의적인 한국 요리를 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에 나온 시루떡은 토종 한국요리다. 재료 등을 구입하는 게 어렵지 않고 만들기도 쉬운 편이라 생각된다. 참 맛있게 보였다. 그런데 방법과 재료가 자세히 나오지 않아 너무 궁금한 나머지 인터넷으로 책을 두 권 주문했다. 리틀 포레스트 1,2. 두 권이다. 책에 혹시라도 영화에 나온 여러 가지 요리법과 재료가 잘 나와 있으면 꼭 한번 따라 해 보고 싶다. 책은 요리가 더 자세히 나오고 영화는 친구들의 캐릭터에 더 초점을 맞췄다고 하니 무척 기대가 된다.
영화는 자꾸만 나를 어린 시절로 데려간다. 민물고기 좋아하시던 아빠와 함께 물고기를 몰던 냇가, 학교가 파해도 집에 가지 않고 선생님이셨던 엄마를 기다리다 함께 방과 후 노란 주전자에 가득 다슬기를 주워 담으며 끼드득 거리던 개울, 농부 아빠 따라 논으로 밭으로 따라다니다 경운기에 가득 실린 볏짚 위에 앉아 노을 보며 털털 집에 가던 저녁, 이제 막 알 나은 닭 나간 뒤 살금살금 기어 올라 빼 내와서 톡 깨트려 후루룩 마시던 생 달걀 맛, 원두막 위에 앉아 과수원 수박 먹고 후루룩 씨 뱉던 순간, 까만 밤 깜박이는 반딧불이 잡아 호주머니에 넣고 보석 인양 행복해하던 때, 꺼져가는 모닥불에 햇보리 구워 비벼 주시던 아빠...... 아빠가 그립다.
눈 한번 내리지 않은 겨울이지만 이번 주는 올 겨울 들어 제일 매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이 추위 지나면 봄이 올 것 같다. 봄과 함께 돋아날 나물들 그 상큼 쌉쌀 고소함이 간절히 그리운 밤이다.
나에게 글을 쓰게 한 원동력이자 모티브가 된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마음에 잠들었던 감성을 일깨운다.
자료 사진: 지난 2020년 새해 1월 2일에 눈 내린 상관 편백나무 숲.
그림 일러스트: 브런치 북 <먹고, 자고, 입고> 중 제6화 '시루떡 나누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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