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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Luce Feb 17. 2021

낯선 여행객처럼

단독주택 개조한 집들 돌아보기

전주 노송동의 '천사의 마을'을 걸어보기로 한다. 낯선 여행객처럼 카메라를 들고서 길을 나선다. 오늘 구경할 집들은 모두 낡은 주택을 개조한 곳이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아침에 내리던 눈이 멎고 해님이 나왔다. 시야를 어지럽히는 전깃줄이며 지저분한 건물들이 사라지고, 맑은 바다와 같은 파란 하늘이 뭉게구름과 함께 떠 다닌다. 컴퓨터만 봐서 아픈 눈이 깨끗이 낫는 기분이다.

 

아침에 고양이가 다녀간 발자국이 보인다. 길 고양이가 추위를 피하기 위해 남의 집에 몰래 들어갔나 보다.


신석정 사가다. <한국인의 밥상>에도 나왔다고 한다. 그 이유는 신석정 시인이 머물던 집이었기 때문이다. 후손들이 집을 보존하고 살고 계시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다른 분들이 집을 사서 리모델링했다. 그래도 전체적인 형태가 유지되어 문학가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현재는 쌍화차 찻집이다. 쌍화차 맛은 모르겠지만 정원이 아름다운 집으로도 알려져 있다.




<나무 정원> 레스토랑 앞에 쥔장님이 그림을 그려 놓았다. 남자분이 센스 있으신 분이시다. 셀프 인테리어의 대가시다.



천사의 골목길


골목길 담에 있는 시가 눈길을 끈다.  천사의 거리 골목길을 걸으며 벽에 걸린 시를 하나하나 읽어 본다. 시인들은 참으로 특별한 마음을 지닌 듯하다. 시를 읽다 보면 응어리 진 마음이 녹아버린다. 왈칵 눈물이 난다.



<오늘 나의 꽃> 꽃집


현관까지 쭉 나 있는 빨간 블록 길은 마치 도로시의 길 같다.  <오늘, 나의 꽃> 집은 꽃집과 어린이 북카페다. 단독주택을 리모델링했다. 노란 우산 아래 노랑 고양이는 이 공간이 자기 집인 양 밥 먹고 놀고 있지만 길냥이다.

계단을 보니 또 한 마리가 앉아있다. 맘 좋은 쥔을 만나 이곳의 길냥이들은 편안해 보인다.

<오늘 나의 꽃>은 엄마와 딸이 함께 하는 가게다. 딸은 플로리스트로 활동하고 있고, 엄마는 아이들을 위한 책방을 이제 막 오픈했다. 모녀의 사랑스러운 가게다.



<향기 품은 뜰>


상당히 유명한 <향기 품은 뜰>이라는 게스트 하우스 겸 찻집이다. 쥔께서 오랜 외국 생활을 접고 단독주택을 개조하여 찻집을 운영한다. 최근에는 꽃나무를 판매하고 있기도 한다. 봄에 오면 동네에서 눈에 띄는 예쁜 집이다.

건물의 벽에 명화 그림들을 걸어 놓아서 운치가 있다. 봄에 왔을 때 본 꽃들이다.

봄과 여름에 이곳 카페의 뜰에는 예쁜 꽃들이 가득 피어난다. 이 중 보라색 붓들레아를 두 그루 사서 나의 공간에도 심었다.

창문에 그림이 그려져 있다.


천사의 날개

천사가 매년 다녀가는 전주 노송동 천사 마을을 돌아보니 하루가 행복하게 지났다.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는 21년째 얼굴 없는 천사가 기부금을 두고 갑니다. 2019년 이 기부금을 훔쳐 달아난 일당이 있었습니다. 그 사건으로 전국이 떠들썩했습니다. 마을 주민의 제보로 붙잡혔지요. 지난 2020년에도 기부천사는 기부금을 두고 갔습니다.


이 마을 일대는 <천사의 길>로 명명하고 천사의 마음을 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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