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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Luce Sep 04. 2023

견공계 상위 1퍼센트 삶

강아지와 나

공방에서 실버푸들 깜뽀의 인기가 주인보다 낫다.  강아지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이들도 ‘깜뽀라면’ 키울만하겠다 ‘ 하고 이구동성으로 말씀하신다.


깜뽀는 손님이 오시면 맨발로 가장 먼저 마당을 가로질러 대문까지 한달음에 달려 나간다. 뒷다리 두 발로 서서 심하게 꼬리를 흔들며 푸들 특유의 개인기를 한참 보인다. 거기서 끝이 아니라 지상으로 펄쩍펄쩍 뛰어대면서 환영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보인다.


이번 여름은 장마도 길었고 장마 후에도 비가 자주 내렸다. 비 오는 어느 날 깜뽀를 공방에 데리고 가지 않았다. 수강생들께서 연신 “깜뽀가 없으니 이상하네요.”, “깜뽀 왜 안 왔어요? “ 하시면서 강아지를 찾으셨다.


그 후, 비가 많이 내려도 깜뽀와 함께 출근한다. 공방 인사

도우미 역할을 잘 해내는 중이다.


생후 2개월에 만난 깜뽀는 처음엔 까칠한 성격으로 의사 선생님들께서 조금 염려하셨다. “다른 강아지들에 비해 터그놀이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 ”성깔이 있는 편이에요. “ 등등의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다.


두 아이를 양육한 엄마로서 나는 엄격함과 다정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안다.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강아지의 예의범절은 아주 중요하다. 사람도 응석받이로 자라면 난폭하고 이기적이 된다. 강아지도 마찬가지라고 여긴다.


잘못한 것은 엄하게, 잘한 것은 칭찬으로 응대하니 성격이 좋은 강아지가 되었다.


나의 둘째 딸은 내성적이고 말수가 적어서 거의 대화가 없었다. 깜뽀 입양 이후 거의 매일 문자를 주고받는다.


“엄마, 깜뽀 뭐 해? 얼른 사진 보내줘. 동영상 보내줘.”


근데 보내고 보면 그 모습이 그 모습이다. 자거나 먹거나 잔디에서 뒹굴거리고 어슬렁 거리는……

며칠 내리던 비가 멎고 해가 쨍한 날 옷 말리기
어둠 속에서 수돗가에 무슨 냄새를? 아마도 길냥이 흔적같다
비 내린 날
장맛비를 맞고 움츠러든 모습
그림그리는데 어느사이 올라와서 맞은편에 앉아 나를 보는 모습(제주도 그림)

이제 두 살인 깜뽀는 사람 나이로 치면 10대에서 20대 사이 어디쯤이라고 한다. 강아지들은 보통 한살이면 모든 골격이 성장해서 성견으로 분류된다고 한다. 내 눈엔 아직도 어린, 강아지 같다.


푸들은 추위에 약해서 겨울에는 벌벌 떤다. 여름날 젖은 채로 에어컨 아래  조금 있으니 바로 재채기하고 콧물을 흘린다. 사람처럼 기침도 한다.


추위에 약한 깜뽀를 위해 강아지 옷을 만들어 주려고 옷 본 책을 구매했다. 마지막 장에 ‘보내는 옷’이 수록되어 있다. 눈물이 벌써 핑 돈다.


반려동물과 이별을 한다는 것, 떠나보내는 것은 슬프고 허무하다. 내가 강아지 입양 당시 가장 많이 들었던 소리는 “어떻게 보내려고 해.”였다.


젊은이든,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든, 내 또래든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모든 게 부질없고 쓸데없이 느껴지는 찰나 정반대의 생각이 자리한다.


오늘을 살자. 오늘 깜뽀랑 즐겁게 놀자.


수강이 없는 시간에 작업을 하면 곁에서 조용히 잔다. 두 시간 정도가 지나면 어김없이 뒷다리를 샥샥 긁으면서 놀자고 한다. 함께 잔디나 인공 풀장에서 공놀이를 한다. 또는 깜뽀 혼자 지렁이 냄새를 맡으며 잔디에서 뒹굴어댄다.


지인의 표현에 의하면 견공계의 상위 1퍼센트의 삶을 산다.


커피를 내리는 시간에는 깜뽀가 한달음에 달려와서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나를 본다. 손님들께 커피 낼 때 다과를 내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 깜뽀도 간식타임이 되었다. 깜뽀는 어릴 때부터 다른 간식을 많이 주지 않았다. 하루 먹을 양의 사료 중 일부를 간식처럼 줬기 때문인지 매일 잔디에 나가 놀아서 그런지 적당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3kg이다.


동물에게 영혼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가끔 나를 이해하는 눈망울을 느낀다. 깜뽀와 함께 나이 들어가면서 건강하면 참 좋겠다는 욕심을 내 본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안타깝고 슬픈 일입니다.


이웃으로 소통하던 @내가꿈꾸는그곳 님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드립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돌아가신 서이초 선생님의 49제 라고 합니다. 깊이 애도하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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