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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샘머리 Jul 28. 2020

달리는 밤

직장인 달리기 예찬론

적당한 바람이 뺨을 스치고 도심 속 자연의 향기가 코를 자극할 때 종일 무거웠던 머릿속은 맑아지고 땅을 내딛는 발걸음도 한껏 가벼워진다.

벌써 5km를 넘어섰으나 쉬고 싶은 생각은 없다. 미리 담아둔 플레이리스트의 신나는 음악들은 끝나지 않았고,

무엇보다 환상적인 이 흐름을 멈추고 싶지는 않다.

심장 박동수는 점점 빨라지지만 호흡은 출발 무렵보다 안정적이다. 허리를 올곧이 피고 규칙적으로 팔을 흔들며 무릎의 자극은 최소화하였기에 다음 목적지까지는 충분히 갈 수 있다.


(이정도 아름다운 코스라면 뛰는수 밖에 없다)


단거리 달리기는 제법 잘하는 편이었다. 초등학교 반대항 대회에서 항상 대표로 나갔었고, 운동회에서 1등을 놓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출발선에 서서 선생님의 신호를 기다리는 가슴 뛰는 그 긴장감이 좋았다. 맨 앞으로 치고 나갈 때 친구들의 함성과 나를 바라보는 시선들은 나의 존재감을 부각하는데 충분했다.

지극히 평범한 아이였던 어린 시절, 달리기는 내게 그런 존재였다.


경찰공무원 시험을 합격하기 위해서 체력 점수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수험생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기에는 금전적인 문제도 그렇고 무엇보다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공부를 마치고 대학교 운동장을 몇 바퀴 뛰는 정도였다.

깜깜한 운동장을 고작 달빛에 의존해 달릴 때는 막막한 내 미래를 정처 없이 헤집고 다니는 느낌이었다.

목적지를 향해 어디론가 달리고 있는 나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처량한 수험생활과 다르지 않았다.

더 빨리 달려야 했다. 숨이차게 달려야 세상에 고립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있다.

온전히 정신을 내 몸에 집중하기 시작하면 흔들리던 멘털바로잡히고, 신체 에너지도 콘센트에 꼽아 급속 충전시킬 수 있었다.

항상 지쳐있던 수험생 시절, 달리기는 내게 그런 존재였다.


민원인들로부터 입에도 담기 힘든 욕설을 들을 때에도,, 변사사건의  잔상이 머릿속에 남을때도,, 배려않는 사람으로부터 함부로 내뱉는 막말을 들을 때에도,, 상급로부터 특별이유 없는 무시를 받을 때에도,, 나는 무작정 달려야 했다.

꾹꾹 담아있는 화가 밖으로 분출될 때면 어느 순간 희열을 느끼며 복잡한 생각이 정리가 되었다.


날씨가 안 좋거나 몸이 아프지 않은 이상 달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꾸준한 달리기의 효과는 사실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수많은 핑계로 시작된 자기 합리화 주저하고 있을 뿐이다.

달리기로 결심하고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기가 제일 어렵지, 발을 내딛고 30분만 일정한 속도로 뛰게 되면 머리가 맑아지고 경쾌한 느낌이 든다.(과학적으로 '러너스 하이' 혹은 '러닝 하이'라고 한다)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 집중할 수 있는 유일한 운동인 달리기가 당신의 삶에 한 부분이 되기를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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