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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평강 Jun 19. 2023

[바이블클래스] 쉰 밥 같은 사랑

세상이 기다리는 '사랑' 

나는 전쟁이 인간사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전쟁이 역사 속에 봉인된 기억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세상살이가 고달플 것이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의 저자 스캇펙은 삶이란, 고통의 연속이라고 설명한다. 

인생은 고해, 그러니까 고통의 바다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나는 이 말도 인생을 잘 설명해주진 못한다고 생각한다. 고통의 바다는 너무 낭만적이다. 


인생은 전쟁. 이게 본질이 아닐까. 

이걸 보는 누군가는 글쓴이가 너무 비관적이라거나, 우울하다거나, 냉소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삶 앞에 진지하게 서본 사람이라면 내 말에 동의할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매일 작은 전투를 벌인다. 자신의 편의를 위해 자신과 제일 친한 직장 동료의 불편에 무감각해지고, 내가 더 뛰어나 보이기 위해 교묘하게 친구의 허물을 들추고, 한 때 사랑했던 사람을 향해 칼을 들이민다. 우리의 일상은 비정함에 젖어있다. 내가 살기 위해 남을 죽이는 전쟁과 별다를 것 없다. 


우리는 인생에 벌어지는 모순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한다. 내 인생은 왜 이렇게 고달플까? 왜 이렇게 불행할까?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치부와 연약함은 가리고, 자기 주변에 일어나는 행복과 기쁨을 전시한다. 인스타그램을 보다 보면 내 인생만큼 초라한 게 없다. 하지만 이건 위장이다. 사실 그 행복 뒤에는 감춰진 전쟁터가 있다. 다들 자신은 전쟁의 포화를 피해 간 행운아처럼 보이고 싶어 할 뿐이다.  


전쟁터 한 복판에 서면 이런 생각이 든다? 사랑이 존재하는 걸까? 인생이 고통으로 가득 찬 비극이고 그 끝은 허무가 아닐까. 인류 최고의 지혜자였다는 솔로몬도,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라고 울부짖지 않았나.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라는 철학자는 사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사랑이 없다고 말한다. 우리는 사랑하고 있다고 믿는 것일 뿐 아가페라는 희생에 기초한 사랑, 그러니까 전적으로 타자 중심적인 사랑을 할 수 없다는 것이 가세트의 지론이다. <사랑에 관하여> 참조


기독교의 인간론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기독교는 본질적으로 인간을 영광과 비참함을 동시에 지닌 존재로 본다. 하나님의 형상을 닮아 영광스럽고, 하나님을 대적해 타락하며 비참해진 존재. 이것이 인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하는 일은 아무리 노력해도 순도 100%로의 선을 탄생시킬 수 없다. 냉소적으로 보자면 우리는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인생을 전쟁터로 보는 나는, 한 때 지독한 낭만주의자였다. '사랑'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살아보니 내가 받은 사랑들은 언제나 쉰 밥 같았다. 배가 고파서 먹지만, 먹고 나면 탈이 났다. 심지어 그 쉰 밥 같은 사랑도 한철이었다. 내가 준 사랑도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인류사에 딱 한 번 다른 사랑이 등장한다. 바로 예수의 십자가 사랑이다. 예수의 십자가 사랑은 전적으로 타자 중심적인 사랑이었다.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 로마서 5:8


십자가에는 에로스 사랑이 주는 '희열감'도, 필리아 사랑이 주는 '안정감'도 없다. 오직 '헌신'과 그에 따르는 '고통'만이 존재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그 십자가는 가장 낭만적인 사랑이 됐다. 모든 인간의 희망사항이 됐다. 


살다 보면 인류애가 사라지는 일들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된다. 그때 십자가를 본다. 아, 사랑. 

낭만을 쫓던 시절엔 철없이 사랑 타령을 했는데, 이제 사랑을 쉽게 입에 올리지 않는다. 사랑의 무게를 쉬이 질 수 없음을 알만한 나이가 됐다. 


나는 전쟁 같은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전 인류가 기다리는 한 가지, 그것이 쉬지 않은, 변질되지 않은 사랑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더더욱 전 인류가 예수를 알길 원한다. 진리라서가 아니라, 전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예수를 찾길 바란다. 당신에겐 진정한 사랑이 필요하다. 당신에게 사랑이 얼마나 필요한지 안 다면 예수를 가만두지 않을 게 분명하다. 쉰 밥은 그만 먹고, 매일 따듯한 그 밥을 먹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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