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히말라야를 가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자유여행으로 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여행사를 통해 패키지여행으로 가는 방법이다.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여행 계획 짜기가 귀찮았다. 원래 여행을 가더라도 비행기표와 어디 머무를지 숙소만 정하면 나머지는 거의 즉흥적으로 결정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하지만 히말라야 여행은 좀 다르다. 산행을 한다는 것, 그리고 4,000m가 넘는 고산을 오른다는 것은 나름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 결국 나의 게으름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여행의 교집합이 패키지여행이었다. 여행 계획을 세울 필요 없이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다녀올 수 있었고 산행에 대한 모든 준비를 여행사가 대신 알아서 해주니까 1석 2조였다.
자유여행과 패키지여행의 매력은 다르다. 히말라야를 떠나기 전에 자신의 여행 성향 등을 고려해서 자신에게 맞게 여행 스타일을 정하는 것이 좋다.
첫 번째, 히말라야는 가고 싶은데.. 안전하게 다녀오고 싶다.
이런 사람에게는 강추다. 특히 첫 산행이라면 더욱 추천한다. 여행사들은 오랜 기간 패키지여행을 이끌어온 노하우가 있어서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여행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어느 때에 씻으면 안 되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몇 시에 일어나 가야 하는지, 얼마나 걸리는지 등등을 알고 있다. 특히 초보자들이 고산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적당한 코스를 짜준다.
두 번째, 모르는 사람과의 여행을 즐긴다.
패키지여행은 일정 기간 동안 동일 인물들과 죽으나 사나 같이 다녀야 한다. 모두가 절친이 될 필요는 없지만 (그 정도의 거리감은 허용되므로) 그렇다고 매일같이 모르는 사람인 것처럼 다니기는 어렵다. 특히 나같이 혼자 패키지여행을 신청한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과 방을 써야 한다. (물론 원한다면 1인실을 쓸 수 있다. 이때 추가비용이 들 수 있다.) 2인 1실을 기본으로 하므로 타인과 일정 기간 함께 다녀야 한다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면 패키지여행은 좋은 선택이다. 혼자여행을 하면서 같이 하는 느낌을 느낄 수 있어 외롭지도 않다!
세 번째, 귀찮다. (극단의 P다.)
계획 세우기가 귀찮은 사람에게는 패키지가 참 좋다. 내 몸만 잘 지킨다면 많은 것들을 알아서 해준다. 특히 고산 트래킹은 P들에게 제격이다. 때 되면 맛있는 밥을 주고 몸이 슬슬 추워질 때쯤에 따뜻한 생강차가 나온다. 더불어 고된 산행 중에도 많은 이들의 수고로움이 있다는 것에 감사할 수 있어 좋다.
만약, 패키지여행이 자신의 성향에 딱 들어맞는다 하더라도 몇 가지 유념해야 할 점도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혜초여행사를 통해 패키지를 두 번 다녀왔다. 한 번은 문화 탐방으로 미얀마를 다녀왔고 이번이 두 번째다. 내 의견이 일반적이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은 유념하시라.
첫 번째, 아무래도 특정 연령대가 많이 온다.
아직은 패키지를 선호하는 연령이 높은 편이다. 특히 가격대가 높은 패키지여행을 원하는 20-30대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40대 초반의 내가 패키지를 가도 ‘애기’, ‘막내’ 소리를 듣는다. (두 번 밖에 없지만) 내 패키지여행 경험상 보통 연령대가 50대 후반부터 70대 초반 정도였다. 나야 여행의 동행인의 연령대와 성별에 크게 상관하지 않지만 만약 동년배와 함께 여행하고 싶다면 패키지의 이런 점은 고려해야 할 요소 중 하나다.
두 번째, 붉은 노을이 아름답게 지고 있어도 때가 되면 떠나야 한다.
패키지여행에는 당연하겠지만 정해진 여행 일정이 있다. 아무리 말간 가을 아침 설산의 봉우리가 아름답게 솟았어도 떠나야 할 시간이라면 커피 한잔 마실 여유 없이 떠나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융통성 있게 여유시간을 주기도 하지만 전체 일정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만 가능하다. 만약 ‘하~ 이런 풍경을 두고 어찌 발길을 돌릴 수 있나! 하루만 더 묵자.’ 이런 여행 스타일이라면 힘들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길.
세 번째, 혼자만의 묵상은 어려울 수도 있어요.
자연에서 홀로 조용히 즐기는 여행을 원한다면 패키지가 힘들 수도 있다. 어쨌든 함께 움직이기 마련이고 혼자 조용히 생각하는 시간을 누군가 방해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주위에는 계속 사람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 둬야 한다. 혼자 홀연히 잠시 사라졌다 오는 것이 쉽지 않다. 번잡한 가운데에서도 혼자만의 생각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라면 괜찮다. 만약 어색한 침묵을 참지 못해서 1분 1초도 쉬지 않고 떠들어야 한다면.. 음.. 자유여행이 좋을 것 같다.
자, 자신에게 맞는 패키지여행 상품을 골랐다면 이제 시작이다. 과연 패키지 여행으로 떠나는 히말라야 산행에서도 깊은 영적 성장과 자유를 느낄 수 있을 것인가. 그 이야기는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