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지 않고 하루를 살아내는 것
“오늘도 죽지 않고 살아서 한 끼니를 때웠다.”
엄마가 매일 하는 말이다. 밥을 드실 때에도 ‘오늘도 죽지 않고 살아서 한 끼를 먹었다.’고 하고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으면 ‘오늘도 안 죽고 하루를 넘겼다.’고 하신다. 그러면 내가 꼭 덧붙인다.
“그래서 다행이지?”
혹여나 허무함이 엄마의 가슴에 남을까 봐서다. 내가 엄마라면 어땠을까를 생각하면 나는 분명 우울하고 힘들어했을 것이다. 하지만 엄마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삶이 귀하다고 생각해서 살아있음에 감사했으면 좋겠다. 나는 이렇게 이중적이다.
엄마는 강하다. 입원해서 지금까지 한 번도 희망적인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처음엔 내일 당장 눈을 뜨지 않아도 이상하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수술도 받기 전에 돌아가실 수 있다고 했다. 수술을 받을 때는 수술 중에 돌아가실 수도 있다고 했다. 수술을 받고 나니 낫는 동안에 돌아가실 수 있다고 했다. 엄마는 버티고 버텨 그 모든 순간을 건너왔다.
지금은 못 걸을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의사가 와서 자리를 절단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하고 재수술을 하면 못 깨어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하지만 엄마는 절망 대신 하루를 산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오늘도 이렇게 한 끼니를 때웠다.”
병원 침상에 앉아 환자복을 입고 밥을 꼭꼭 씹으며 씩 웃는다. 웃는 얼굴이 영웅처럼 빛난다.
평범한 우리들의 삶에는 영웅과 같은 면이 숨겨져 있다. 엄마에게는 절대 무너지지 않는 강철 같은 힘이 숨 쉬고 있다. 남은 인생 동안 걷지 못할 거라는 이야기를 아무리 해도 엄마는 하루를 보낸다. 내일이면 나을 거라 믿으면서. 저녁 6시가 되면 6시 내 고향을 보고 아침에 일어나서 맛있게 밥을 먹으면서 죽지 않고 살아가는 것을 매일 같이 한다.
내가 엄마라면 어땠을까? 아니, 지금의 나는 어떤가? 조금만 예전 같지 않아도 울적한 하루를 보내고 불안한 미래에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은 널뛴다. 만약 내가 ‘앞으로 걷지 못할 수도 있어요.’라는 말을 의사에게 들어도 농담을 던지며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 수 있을까? 아무래도 자신이 없다.
향년 75세의 당뇨 때문에 다리가 낫지 않는 우리 엄마는 영웅같이 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오늘도 죽지 않고 살아서 그렇게.
<끝>
* 사진: 오늘도 이렇게 살아서 하루가 간다. 낮이 되면 완연한 봄 같다. 맑은 하늘에 진 노을이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