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업노트 02
편집자도 고된 일임을 부인하진 않지만, 쓰는 일은 정말이지 지겹다. 지겹도록 혼란스럽고 지겹도록 혼자 하는 일이다. 현상을 마주치고, 사고를 반복하며 정리해내는 일. 내가 풀 수 없는 문제를, 나는 할 수 없는 그 지겨운 작업을 의뢰하는 것이 집필서 기획이다. 이렇게 책임과 부담이 막중한 일이니만큼 의뢰의 대상을 찾는 일이 제일 어렵다. 기획 의도랍시고 몇 마디 보태어 쥐여준다 해도 결국 그가 아니면 해낼 수 없는 일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옥고를 치르는 저자가 쓰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사사로운 연락을 끊고 기다리는 것뿐이다.
요즘 <기획회의> 481호(2019년 2월 5일 발행)에 게재된 '기획자 노트 릴레이 2' 9회차의 원고가 사무치게 와 닿는다. 송지영 한빛비즈 기획2팀 과장이 잘 정리해준 편집자의 노동과 저자의 노동은 절절히 통감하는 부분이다. 한 편의 글을 쓰는 건 쉬울 수 있어도 한 권의 책을 쓰는 일은 정말이지 어려운 일임을 깨달았다. 나의 편집자께서는 한 권의 책이 될 글을 스스로 통제하면서 쓰는 건 고통이지만 거기에 따르는 기쁨은 또 다른 성질의 것이라 독려해주셨다. 책을 시작하고 나서 최근에 다시 한번 목차를 바꿨다. 송지영 과장의 말마따나 "지겹도록 혼란스럽고 지겹도록 혼자 하는 일"이었다. 새삼 편집자로서, 또 한 명의 예비작가로서 이 세상의 모든 저자들을 존경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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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뭉치의 에세이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도 많이 사랑해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