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사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아이들뿐 아니라, 양가 가족들, 이삿짐, 개인적인 도전들까지 모두 챙겨야 했으니까요. 재미있게도 가장 힘들었던 건 사람들과의 약속이었습니다. 사람 관계가 넓지 않은데 불구하고 계속해서 생성되는 약속에 몸이 지쳐있었습니다. 아마도 제가 혼자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람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OO이 제주도 가니까 가기 전에 모여야지" 이 말에 정말 감사하면서도, 체력적으로 힘든 두 가지 양가감정을 느꼈습니다. 아주 조심스레 약속을 잡은 사람도 있고요. 제주도 가기 전에 만나놓고, 아쉬움에 제가 먼저 약속을 또 청한 날도 있었습니다. 제주도에 와서 3주간은 제 삶에 집중했습니다. 이삿짐을 정리하고,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느낀 점은 부산에서의 따뜻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제주도로 이사 온 것이 더 외롭지 않게 느껴지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떤 시간이든 의미 없는 시간은 없습니다. 이것이 합리화를 잘하는 제 성격과도 맞닿아있지만, 똑같은 상황도 관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는 제 생각과도 맞물려있습니다. 모든 상황에는 장점과 단점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평소에 그 장점과 단점을 함께 보려고 하는 편입니다. 이런 성향의 단점은 가끔 우유부단해지는 과정을 겪는다는 것이고, 장점은 경험의 장점을 꼭 남긴다는 것입니다.
제주살이도 그럴 것입니다. 무엇보다 확신하는 건 저는 제주살이의 장점을 마음껏 경험하고, 기억하며 지낼 거란 것입니다. [단순해야 간다 제주도]를 마무리하며, 연금술사를 읽게 되었습니다. 주인공인 산티아고가 자기 마음의 소리를 듣는 여정에서 늘 아름다운 일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사랑을 알고, 아름다운 피라미드를 만났습니다. 저의 여정도 그럴 것으로 생각합니다. 마음의 소리를 듣고 마음껏 경험하고 느끼며 제 자아의 신화를 추구해 나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