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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Ci May 27. 2020

외국은 다 같은 외국일까?

낯선 외국에서 일하며 살며: 프롤로그

낯선 외국. 외국은 다 낯선 것 아닌가,라고 하기에는 많은 나라들이 연결되어 있고 열려있다. 사회가 움직이는 시스템이 서로 비슷한 나라들도 많고, 문화적으로 영향도 서로 많이 받는다. 우리나라는 이제 해외여행도 흔하고, 교환학생, 유학, 이민도 꽤 흔하다. 지구촌이라는 말은 너무 당연해서 이제는 쓰지도 않는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주로 연결된 곳은 특정 몇몇 국가의 도시들이다. 내가 감각하는 우리나라에서의 인지도에 따라 지극히 주관적으로 아래와 같이 국가들을 묶어봤다.

1) 여행/교환학생/유학/이민 등을 위해 다음과 같은 나라들을 가본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음: 미국, 중국, 일본, 호주,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등


2) 다음과 같은 나라에 여행 다녀온 사람이 흔하고, 1번보다는 적지만 교환학생/유학/이민 간 사람도 꽤 있음: 대만, 홍콩, 필리핀, 태국, 베트남, 발리(인도네시아), 코타키나발루(말레이시아), 싱가폴, 인도, 이탈리아, 스페인, 지중해 국가들, 북유럽 국가들, 동유럽 국가들, 러시아 등


3) 다음과 같은 나라들에 대해 많이 들어봤고 어느 대륙에 있는지 대충은 알지만 가봤다고 하면 흔치 않은 경험으로 여김: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버마), 네팔,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이집트, 모로코, 에티오피아, 남아공, 케냐,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등


4) 어디 붙어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위험하기로 유명하고, 간다고 하면 거의 죽을 곳 가는 걸로 여김: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이란, 팔레스타인, 예맨, 콩고, DR콩고, 수단, 소말리아, 쿠바, 콜롬비아 등


5) 그 외 이름도 잘 모르는 수많은 국가들




우리나라 사람이 '외국에서 산다/일한다'라고 하면 1~2번의 국가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아무래도 국가차원에서도 교류가 많고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겠지? 이런 국가들은 관련된 다각적인 정보도 많고 경험담도 많아 저 나라들에 산다고 하면 대강 어떤 느낌일지 간접경험하기가 쉽다. 많이 보고 듣는 만큼 흥미가 생길 기회도 많고, 익숙해지기도 하고.


3~5번의 국가들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와 이해관계가 적어서 그런지 인적교류를 포함한 교류가 상대적으로 적다. 많이 보지도 듣지도 못했고, 어쩌다가 궁금해서 찾아본다고 하더라도 단편적인 정보만 조금 찾을 수 있어서 살게 된다면 생활이 어떨지 짐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가볼 이유가 생기기 전에는 가보기 전에는 경험하기 힘든, 우리나라에게는 아직 낯선 나라들이다(and vice versa, 우리나라에서 그 나라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만큼 보통 그 나라에서도 우리나라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나는 직업적으로 3~5번에 해당하는 국가에 머무르며 사업관리를 하고 있고, 개인적으로도 3~5번의 국가에 더 관심과 흥미가 있어 여행으로 방문한 나라들이 몇몇 있다. 1~2번에 속하는 국가에도 머물러 본 적이 있어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경험적으로 비교되는 포인트가 몇 있다. 바로 이 '낯선 외국'에서의 삶이 내가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를 구성하는 세 기둥 중 한 기둥이다.

다른 한 기둥은, '옮겨다니는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실 내 주변에는 나같이 짧다면 짧지만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는 기간 동안 주기적으로 국가를 옮겨가며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직업군 특성이니까. 외국에서 만나게 되는 다른나라 국적 사람들도 나 같은 사람이 많고. 그래서 나 스스로는 이게 특이하거나 색다른 경험이라는 실감을 못해왔다.


하지만 내 직업군 외의 사람들은 나의 낯선 외국 생활을 신기해하고, 흔치 않은 경험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나도 외국에 체류하는 기간이 늘어가고 옮겨다니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한국에 살면서 직장 생활하는 것과 크게 다를 게 없다, 고 해버리기에는 생활방식과 가치관, 잦은 환경의 변화에서 오는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 한국에 살면서 직장생활을 진득이 해본 것도 아니어서 비교하긴 힘들겠지만, 간접경험이라는 게 있으니까.


마지막 한 기둥은, '중국인처럼 보이는 외국인 여자'로서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어느 나라 사람이든, 교육 수준이 얼마나 되든, 어떤 일을 하든, 수입이 어떻게 되든, '외국인 여자'로서 공통으로 경험하는 것들이 있는 듯하다. 그중에서도 중국인처럼 보이는 아시아계 여자들만이 경험하고 느끼는 감정도 있고. (중국인 아닌) 중국인, 외국인, 여자. 이 교차점에서 느낀 다양한 시선과, 그로 인한 분노와 억울함, 그 와중에 반성과 성찰..... 휴. 이 주제에 대해서는 '할많하않'이었는데(주변 사람들에게는 꽤나 했던 것 같기도 하지만), 이제 좀 말해볼까 한다.




나처럼 사는 사람이 많은데, 그런 사람들이 또 충분히 많지는 않아서 이런 글이 많지 않은 것 같다. 여행처럼 짧지도 않고, 이민처럼 정착하는 것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에서, 간접적으로도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삶을 만들어가랴, 새 사무실에서 업무 하랴 바쁘게 지내다가 익숙해질 만하면 또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그 과정에서 사람과 장소와 시간을 들여가며 만나고 관계가 쌓이는가 싶다가 헤어지고.


이런 소중한 경험들이 나만 알고 있기는 아깝기도 하고 시간이 흐르면 나조차도 잊어간다는 게 아쉬워서 글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을 되짚어 한 자 한 자 써내려가며 내가 헤어져왔던 수많은 것들의 일부나마 이 글에 남겨 계속 의미를 더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사람 수만큼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글이 더해지면 좋겠다. 그럼, 잘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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