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간단해서 인기가 없다. 특별해 보이지 않아서
내가 지금껏 인생을 살아오니 관통하는 진리는 아주 간단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혀가 길고, 말이 길면 길 수록 사기에 가깝다(반드시 사기라는 건 아니고 사기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리고 진리는 너무 간단하기 때문에 인기가 없다. 특별해 보이는 뭔가로 치장한 방법 같은 것에 열광하게 된다.
다이어트에 대해 생각해 보자. 다이어트를 잘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조금 덜 먹고, 조금 더 운동하면 된다. 반박할 수 없는 진리이다. 다이어트는 간단하다. 위 원칙만 지키면 된다. 그런데, 다이어트 관련 시장은 얼마나 큰지 생각해 보자. 먹으면서 뺄 수 있다는 둥, 다이어트에 도움 되는 식단을 가장한 도시락, 밀키트. 갖가지 운동 방법. 운동 기구. 헬스장, 필라테스(이런 걸 다 부정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런 큰 시장 뒤에 숨은 진리는 지극히 간단하다. 덜 먹고, 더 운동하면 된다.
하루 세끼를 먹던 사람이 두 끼를 먹으면 살이 빠진다. 운동을 안 하던 사람이 매일 30분씩 걷거나 뛰면 살이 빠진다. 너무 당연한데 이런 이야길 하면 사람들은 들으려 하지 않는다. 누구나 알고 있는 진리이기 때문이다.
부자가 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자. 우선 적게 쓰고 많이 번다. 소비보다 소득이 많아지면 된다. 그 차익을 재투자하면 된다. 너무나 간단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것엔 관심 없다. 소비를 줄이라는 말은 시시콜콜한 잔소리로 치부한다. '그걸 누가 몰라? 조금 쓰기 힘들어서 그렇지!' 아니다. 분명 줄일 구석이 있다. 하지만 줄이지 않는 것일 뿐. 소비를 줄이라는 진리는 너무 고리타분해 보인다. 그래서 인기가 없다.
소득을 늘리는 방법은 너무 다양하지만 쉽지 않다. 자신에게 잘 맞는 방법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법으로 소득을 올릴 수 있다면 가장 좋다. 그렇게 해서 소득-소비가 양수로 바뀌고 남는 돈을 꾸준히 어딘가에 투자할 수 있다면(나는 주식을 선호한다. 아들 계좌는 장기투자로 놔두고, 내 계좌는 중장기 스윙을 통해 돈을 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시간은 양의 복리로 굴러갈 것이다. 하지만 복리의 개념은 재미없고 인기 없다. 다양한 차트, 5,10,20,60 이평이 나오고, 스토캐스틱, 거래량, 매물대 정도의 차트를 보고, 거시경제를 보면서 미래를 예측하는 기본 틀 정도는 말해줘야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다. 인기가 생긴다.
마라톤을 완주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매일 무리되지 않는 수준에서 달리고, 매월 일정 수준의 마일리지를 쌓고 1년 정도 달리면 누구나 완주할 수 있다. 리어풋을 때리든, 미드풋을 때리든, 팔 치기가 어떻고 카본화가 어떻고 롤링이 어떻고...
매월 일정 수준의 마일리지를 쌓는 순수한 노력이 진리에 가깝다. 하지만 너무 간단하고 재미가 없다. 뭔가 특별한 방법과 수단이 필요해 보인다.
개신교에서 성경에 나오는 진리를 함축하면 간단하다. '구세주 예수를 믿는다' 예수를 믿는 종교인 개신교에서 갖가지 이단이 나오는걸 잘 보고 있으면, 결국 그 이단의 교주가 스스로를 하나님 또는 예수라고 칭한다. 성경을 그렇게 해석하기 위해 엄청나게 치밀한 근거들을 만들어낸다. 즉, 혀가 길다.
중학생 때 여호와의 증인에 한 번 붙들린 적이 있었는데 빨리 벗어나기 위해 전화번호를 가르쳐줬다가 몇 달은 시달렸다. 무슨 교리가 그렇게 많은지. 성경말씀해석해서 위도, 경도 찍으니까 서울이 나오고 예수님이 이미 재림하셨다고 이야기했다. 그 말을 내가 믿겠냐마는.
진리는 간단하고 인기가 없다. 너무 간단해서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진리를 실천하는 건 매우 어렵다. 조금 먹고 더 운동하는 게 어디 쉬운가? 그럼 다이어트 시장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최근 나는 말이 많은 사람을 조심한다. 너무 달콤한 말들은 경계한다. 미모의 여성을 조심한다. 대신 묵묵히 낙담의 골짜기를 걷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매일 자신이 해야 할 것들을 수행하고, 정체가 온 것 같아도 그 길을 걷는 그런 사람들이 멋있다. 그리고 동기부여받고 배운다.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난다. 가볍게 맨몸운동을 하고, 근처 트랙으로 걸어간다. 트랙에서 몸을 풀고 5km를 달린다.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책을 30분 정도 읽는다. 출근하면서 일본어 듣기 공부를 한다. 퇴근하면서도 일본어 공부를 한다. 자기 전에 일기를 쓴다. 그리고 기분 좋은 상상을 한다(최근에는 2026년 도쿄마라톤 완주하는 상상과 올해 이사가게 될 집을 상상한다).
달리다 부상이 와서 시무룩할 때도 있고, 책이 잘 안 읽힐 때도 있다. 맨몸운동을 꾸준히 하는데 겉모습은 변화가 없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일본어는 한다고 하는데, 알아듣는 것보다 못 알아듣는 게 더 많다. 일기는 매일 쓰고 있는데 일기가 무슨 도움이 되는지도 잘 느껴지지 않기도 한다.
그래도 난 그냥 계속하려고 한다. 이 골짜기의 끝에 있는 그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진리다. 낙담의 골짜기를 지나야 꿀을 먹을 수 있다.
내 행동들은 내가 생각하는 진리들을 토대로 만들어 놓은 루틴들이다. 새롭고 특별하고 신박한 방법은 없다. 묵묵히 걸어갈 뿐이다.
달콤한 말, 아름다운 외모, 그럴듯한 방법, 명분들에 속지 말자. 결국 모든 사람들은 자기 안에 정답을 갖고 있으며, 진리를 알고 있다. 다른 것에 현혹되는 순간 지갑을 열게 될 것이다. 그리고 큰 수업료를 지불하게 될 것이다. 진리는 재미없지만 우직하게 가면 반드시 올바른 결과물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