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편 - 반드시 멈출 때가 있다, 다시 가면 된다

100% 달성할 순 없다

by 하크니스

정말 꾸준히 잘 가고 있다가도 한 번 삐끗하는 날이 온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날이 있다. 완벽하게 잘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슬럼프'라는 것은 반드시 온다. 그걸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려있다.




1월부터 매일 뛰고 있었다. 10km 마라톤 대회를 나갔다. 컨디션 점검 차원이고, 느슨해진 마음을 다잡고자 나가봤다. 상태는 좋았다. 하지만 7~8km 지점부터 왼쪽 무릎이 아파왔다. 장경인대 염증이었다. 사실 난 이때 장경인대 염증이 원인인지도 몰랐다. 그냥 많이 뛰었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다. 10km를 57분에 완주했다. 이때는 통증이 심하지 않아서 다음 날도 짧은 거리를 뛸 수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매일 달리기를 100% 성공하고 있었다.


10km 마라톤 후 한 달 뒤 동생과 더서울레이스 21k 하프마라톤을 출전했다. 그 어느 때보다 상쾌하고 컨디션이 좋았다. 반환점 전에 갑자기 왼쪽 무릎에 엄청난 통증이 찾아왔다. 장경인대 염증이었다. 이때는 매우 심각하게 아팠다. 아픔을 참고 뛰어서 그런지 심장박동수는 165를 왔다 갔다 했고, 달리는 게 고역이었다. 동생과 나갔기 때문에 완주하려고 이를 악물고 뛰었고, 2시간 6분에 완주를 했지만 완주 후 걷기도 힘들었다.


이 때문에 약 일주일을 뛰는 대신 걸었다. 부상으로 인한 슬럼프였다. 약 2주일 정도가 되자 완쾌할 수 있었고, 장경인대 증후군에 좋은 보강운동을 찾아내 꾸준히 실천했다. 다행히 아직까진 장경인대가 아프지 않다. 6월에 트랙에서 10km 정도 달리면서 장경인대 보강운동 효과가 있는지 체크할 생각이다.




그런데 갑자기 왼쪽 발등이 아파왔다. 정형외과에 가보니 전경골건염이라고 했다. 달리기를 많이 하는 사람들한테 오는 염증이라고 했다. 심각한 수준은 아니고 편히 쉬고, 물리치료와 약을 처방받았다. 약 3주를 그렇게 시달렸다. 다 나았나 싶어서 뛰면 또 아프고, 기다렸다가 다 나았나 싶으면 또 아팠다.


마음은 계속해서 뛰고 싶은데 몸이 아프니 정말 짜증이 났다. 이때부터 다른 루틴들까지 연쇄적으로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내 루틴은 아침에 달리기부터 시작인데 달리질 못하니 나머지 루틴들도 영향을 받게 된 것이다.


올해 매일 하루도 안 빼고 달리겠다는 목표는 이미 실패했다. 슬럼프가 오고 우울해졌다. 간단하다고 생각했던 매일 달리기 조차 못하다니..


그래서 쉴 때 확 쉬고, 병원을 열심히 다녔다. 이제 통증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다시 달릴 수 있다. 하지만 루틴은 이미 무너져있는 상태였다. 슬럼프가 지나간 자리엔 무너진 루틴들이 남아있었다.




슬럼프를 극복하는 좋은 방법은 뭘까? 다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작게 시작하면 된다. 작은 행동, 그리고 반복 행동만이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 같다. 지금까지 해 온 내 노력들이 다 사라진 게 아니다. 다시 달리는데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5월은 5km씩 달리는데, 꽤 쉬어와서 그런지 오히려 속도도 빨라지고 덜 힘들었다. 아픈 곳도 없다. 독서를 하고, 일본어를 다시 보고, 일기를 쓰고 설거지를 한다. 다시 시작하면 원래 궤도에 오르는 게 상당히 쉽다. 지금까지 해 온 루틴들이 되살아난다.




슬럼프는 올 수밖에 없다. 쉴 땐 확 쉬고(다만 금방 돌아오길 바란다), 다시 작은 행동을 반복하면 원래 루틴으로 돌아오기 쉽다. 우상향 하면 좋지만, 그 우상향 속엔 깊고 얕은 골짜기들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끝까지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슬럼프는 우리에게 좋은 친구가 될 것이다. 너무 100% 달성에 연연하지 말자. 인생은 길고, 복리효과를 누리기 위해 우리는 적어도 2년은 반복해야 한다. 길게 보고, 꾸준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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