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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조이 라이프 Sep 29. 2024

빨리 살을 빼야한다는 조급함 때문에 60년을 손해본다

지속 가능한 웨이트 트레이닝과 식단을 추구합니다

  이번 주 수요일, 유퀴즈에 최형진 교수님이 출연하셨다. 이 분은 다이어트와 요요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조세호 님의 귀인으로, 조세호 님은 최형진 교수님을 만난 후 30kg 감량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5년 이상 원하는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인터뷰 후반부에서 중요하게 언급된 '지속가능'이라는 키워드를 듣고, 내가 옳은 방법으로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신했다.


출처) 유퀴즈 최형진 교수님편


  1년 8개월 전, 웨이트 트레이닝을 다시 시작하면서 세운 철칙이 하나 있다.



평생 해야 하는 근력 운동,
질리지 않게, 재미있게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자!



  당시 단기간에 바디프로필을 찍는 것이 한창 유행이었는데, 난 이 같은 유행이 상당히 거북하게 느껴졌다. 3개월 동안 기존과 완전히 다른 다이어트 식단과 운동을 해서 사진을 찍고 나면, 운동이나 식단을 거들떠보지도 않게 된다는 것이다. "도대체 왜 저렇게 하는 거지...?"라는 의문이 가득했다. 왜냐하면 이런 방식은 절대 장기간 지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 인생 전반에 걸쳐 유지해 나가야 할 루틴으로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30살 직장인이 이런 방식으로 바디프로필을 찍고 영영 운동과 식단을 안 하게 되었다고 해보자, 기대수명이 90세라 한다면 남은 60년을 손해 보며 수밖에 없다.  


  단기간에 10kg를 빼고 바디프로필을 찍었다느니 하는 주변 혹은 미디어 속 케이스를 보면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나도 빨리 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들 수 있다. 특히나 유행과 타인의 시선에 민감한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이런 종류의 조급함을 자주 느끼게 된다. 나 역시도 전에는 운동뿐만 아니라 나의 커리어, 부(富)의 축적 등 다양한 측면에서 불안과 조급함에 압도당했었고, 이로 인해 근시안적인 선택과 후회를 여러 차례 반복했었다. 질리도록 후회해 본 결과, 이런 식의 접근은 단기적으로 보았을 땐 일정 성과를 가져올 수 있겠지만, 조금만 더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내 삶에 독이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내 삶은 어쨌든 계속해서, 지금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출처) 유퀴즈 최형진 교수님편


  그래서 내가 추구하는 방향은 '지속 가능한 운동', '지속 가능한 식단'이다. 이 두 가지 모두에서 나는 '재미없는 걸 참고하지 않기'과 '욕구를 지나치게 절제하지 않기'를 최우선으로 했다. 그래서 연재 중인 브런치북 '같이 헬스 할래요?'의 대부분의 글도 내가 웨이트에 재미를 잃지 않기 위해 한 고민과 노력들이 담겨 있는 듯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한 부분은 나 자신이 어떤 성향이고 어떤 욕구를 가지고 있고, 이런 것들이 적절히 발휘되지 못했을 때 어떤 행동들을 취하는가에 관한 것이었다.


  나는 워낙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 도전하는 걸 좋아한다. 새로운 걸 할 때면 마치 온몸의 피가 신선한 피로 교체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반면, 똑같은 루틴과 행동을 반복하는 것은 내 영혼을 죽이는 행위로 느껴진다. 이런 상황이 일정 기간 반복되면, 내 안의 충동성이 불시에 깨어나며 내가 여태껏 해온 노력과 정반대의 선택을 해버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두 번 다시 헬스장에 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미 하고 있던 다른 운동까지도 그만둬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되도록 완전히 똑같은 루틴을 유지하기보다는, 일정 주기마다 루틴에 변화를 주거나 그 루틴을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해보기도 한다.


출처) 유퀴즈 최형진 교수님편


  식단에 관해서도 할 이야기가 참 많다. 조세호 님은 3개월 동안 속된 말로 빡세게 노력해서 10kg를 감량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단 이틀, 그동안 참아왔던 식욕을 왕창 풀자마자 5kg가 쪄버렸고, 그 뒤로 '다 소용없어, 먹어버리자!'는 식이 되어 곧장 요요가 왔다고 한다. 힘들게 일하고 집에 돌아와 자극적인 음식을 먹고 싶은 욕구, 그 음식에 맛있는 술을 곁들이고 싶은 욕구, 이걸 참는 건 말도 못 하게 힘든 일이다.


  나도 작년까지만 해도 퇴근 후에 운동을 하고 돌아와 야식과 혼술을 자주 했었더랬다. 참고 참다 폭음을 한 적도 셀 수 없이 많다. 그때의 난, 내 뜻대로 안 되어서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 뭔가 지루하다고 느껴지는 순간 또는 혼자 있는 게 너무 불안하고 외롭다고 느껴지는 순간마다 일종의 탈출구로써 '술'과 '자극적인 음식'을 찾았다. 그게 제일 쉽고, 간편했다. 이런 내 모습이 싫어서 술과 야식을 끊으려고 참고 또 참았지만, 어째 그 노력의 끝엔 더 큰 재앙만이 남을 뿐이었다. 이 욕구에 대해 근본적으로 어떻게 풀어갔느냐는 너무 긴 스토리라.. 별도의 글에서 다루기로 하고, 이번엔 '대체재'를 활용해 욕구를 적당히 충족시켜 나가며 식단을 바꿔나간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출처) 유퀴즈 최형진 교수님편


  최형진 교수님은 특정 음식에 대해 의존성이 크다면 어차피 바로 끊지 못하니 지속 가능한 대체재를 찾아 단계적으로 의존성을 줄이라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콜라 없이 못 사는 사람이라면 콜라를 제로콜라로, 그다음엔 탄산수로, 마지막엔 물로 바꾸는 식이다. 나도 이 전략을 올 초부터 활용하고 있는데, 먼저 맥주를 논알코올맥주로 바꾸어 보았다. 처음엔 논알코올 맥주가 너무 맛이 없어서 실패인가...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운동을 열심히 하고 집에 들어와 시원~한 상태의 논알코올 맥주를 마셨는데, 온몸에 탄산과 맥주의 향이 쫙 퍼지는 게 내게 상당한 만족감을 주었다. 내가 매일 맥주를 찾았던 이유는, 술에 취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스트레스를 확! 날려버릴 수 있는 시원한 탄산을 느끼고 싶었던 것이구나를 알게 되었다. 물론 알딸딸하게 취해 잠에 드는 것도 좋아하고, 술 자체의 맛도 매우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 한 번으로 완전히 바뀌지는 않았다. 그래도 10번 마실 맥주를 8번, 5번, 3번 순차적으로 줄여갈 수는 있었다. 9개월 정도가 지난 지금은 한 달에 맥주를 1번 마실까 말까 한 사람으로 바뀌게 되었다.


6.5km 야외 러닝 후 제로 사이다 &  퇴근 후 논알콜 맥주 한 캔


   마찬가지로 야식의 종류도 점차적으로 바꾸어 나갔다. 내가 좋아하는 야식을 나열해 보고, 이 중 비교적 건강한 종류로 대체해 먹기 시작했다. 로제떡볶이나 마라탕을 먹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또 다른 음식인 회나 육회를 주문했다. 이 외에도 주말 아침 브런치를 햄버거와 치즈 토스트에서 야채가 많이 든 샌드위치로 바꾸었고, 매일 안 먹으면 혀에 가시가 돋던 빵도 밀가루 빵에서 통밀빵으로 바꾸었다. 한 번에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을 끊어버리면 내 안의 욕구핑(욕구핑이라는 게 있나..? 어쨌든)이 언젠가는 (아마 2주 내로) 폭발해 날뛰기 시작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무리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다른 음식과 음료 중 비교적 더 건강한 것들로 순차적으로 바꾸어갔다.


  이런 방식은 극단적인 식단보다 단기적인 체중 감소 효과는 당연히 적을 것이다. 하지만 식습관은 평생 가져가야 하는 것이고, 습관을 만드는 데 있어 최대의 적은 '언젠가 터지고 말 억제된 욕구'이다. 천천히 해도 괜찮다. 남들이 한 달 만에 10kg을 뺐다고 나도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속 가능한 습관으로 만들어지는 건강한 삶이다. 그러니 혹시나 조급한 마음으로 무리해서 운동을 하거나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면, 조금 여유를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우리의 삶은 어쨌든 지금도 이어지고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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