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하기 싫은 날 혹은 무작정 게을러지고픈 날이면 조건반사로 이런 부정적인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점령하곤 한다.
'이렇게 게을러지다 보면 엉덩이가 또 축축 쳐 저버리겠지?', '등이 예전처럼 또 굽어버리는 거 아니야?', '오래 쉬다가 다시 시작하면 진짜 힘든데.. 아예 운동을 꾸준히 하지 않던 나로 돌아가버릴 수도 있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장기적으로 해 나갈 에너지가 없어지면 어떻게 하지?', 등등..
누군가는 이런 나를 보고 뭐 한두 번 가지고 그렇게나 부정적으로 생각하냐며, 무리하면 안 된다며 애정 어린 조언을 해줄 것이다. 하지만 난 이런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최근에 주언규 님의 '부정적인 사람이 행복해지는 법'이라는 쇼츠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내가 이 방법으로 행복해진 사람이기 때문에 너무나도 공감이 되었다.
출처) 유튜브 주언규 joo earn gyu
부정적인 사람이라면 불안해질 일을 아예 하지 마라. 밤에 야식을 먹은 후 살찌면 어떡하지라고 계속 걱정하는 유형의 사람이라면 그냥 아예 야식을 안 먹는 게 정신건강에 훨씬 좋다는 의미이다. 나도 이런 식으로 오랜 기간 스스로의 정신 건강을 망가뜨려온 사람으로서 할 말이 많다. 예를 들어, 폭음한 다음날부터 며칠간은 지나치게 우울하고 불안해졌고 당연히 내 모든 루틴이 깨지곤 했다. 또 배가 고프지도 않으면서 퇴근 후 야식을 먹은 후에는 해소되지 않은 뒤틀린 욕구와 함께 살이 더 쪄버리고 말 것이라는 불안만 남곤 했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엄격한 절주를 하고 있고(이젠 술이 그닥 땡기지 않는다), 야식도 먹지 않는다. 매일 불안에 발버둥쳤던 나로 돌아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난 불안도가 비교적 높고 계획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을 세울 때도 먼저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해 본다.사실 태어날 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꿈을 좇는 낭만가였던 20대 초중반, 지긋지긋하게 반복된 실패와 실수로부터 나름의 생존법을 터득했다. 무엇보다 세상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진리를 깨닫게 된 후 이런 유형의 사람으로 변하게 되었다.
운동, 특히 웨이트와 러닝을 꾸준히 해오면서 가장 크게 얻은 건 건강하고 예쁘게 바뀐 나의 몸, 하루하루를 더 활기차고 생산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 그리고 이를 통한 전반적인 자존감 상승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운동을 하지 않는 삶으로 돌아가면 이 모든 걸 잃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난 그게 두렵다. 하지만 마냥 불안에 떨고만 있는 사람이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현실적이면서도 나에게 맞는 대안들을 찾기 시작했고, 그 대안을 실천한 후 기록을 해두고 있다.
사실 최근 2주 정도 약간 운태기가 왔는지 영 의욕이 나지 않았다. 컨디션 난조가 지속된 부분도 주된 이유였겠지만 그냥 간간이 찾아오는 운태기 그 자체였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최근엔 앞서 말한 부정적인 생각들, 일종의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하는 빈도가 늘었다. 약간은 불안하고 두렵기도 하지만, 동시에 설레기도 한다. 또 한 번 새로운 대안을 탐구하고 적용할 때라는 신호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언제나 이런 새로운 대안의 시도 끝에는 그것이 실패든 성공이든 더 성장한 내가 있었다. 늘 나의 부정적인 생각 끝에는 희망이 있다는 점이 너무 든든하다.
지난 3,4일 유산소만 하다가 웨이트 습관을 잃을까 걱정되어 어제는 늘 가던 헬스장이 아닌 다른 헬스장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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