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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조이 라이프 Oct 13. 2024

절실함이 사라진 후엔 무엇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가

오늘도 러닝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수 있는 이유

  요즘엔 러닝을 이른 아침에 하는 날이 많습니다. 토요일이었던 어제도 7시쯤 집을 나서 집 주변 공원을 4km 정도 달렸습니다. 유독 피곤한 날이었는데, 그래서인지 달리는 와중에 잡생각, 특히나 부정적인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나는 도대체 왜 뛰고 있지?
왜 뛰어야만 하지?


  

  돌이켜보면 이런 종류의 생각을 자주한 시즌이 있었는데요. 첫째로, 지난 5월에 남자친구와 재회를 하고 난 후 몇 달간, 둘째로 몸에 정체기가 오게 된 2주 전부터 현재까지입니다. 오래 사귀었던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몇 개월 간, 저에게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되었던 건 나를 살려야겠다는 절실함이었습니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가족과도 같은 존재였던 사람이 곁에 없다는 사실은 정말이지 지옥과도 같았습니다. 계속해서 달리면서, 또 제 한계를 조금씩이라도 돌파해 가면서 '나는 혼자서도 잘해나갈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걸 스스로에게 증명해 가며 저를 회복해 갔습니다.


  그런데 남자친구와 재회를 하고, 또 관계에 더 큰 안정감을 찾게 되면서 이때의 절실함은 자연스럽게 희미해져 갔습니다. 이후로 몇 달간은 러닝 빈도가 이전 대비 1/10 수준으로 현저히 줄어서, 대부분 웨이트 위주로 운동을 했습니다.


   그러다 8월 중순에 올해 안에는 마르고 탄탄한 몸을 만들어 사진으로 남겨보자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현재의 근육량을 유지하면서 체지방만 감량하는 것이 관건이었기 때문에 유산소를 당연히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실제로 식단과 근력 운동, 유산소 운동을 한 달 정도 병행하니, 제가 원했던 형태의 몸과 가까워지는 것이 눈에 보였습니다. 그런데 한 달 이후부터는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이 반복되고, 몸무게 변화도 거의 없어지면서 정체기가 왔습니다. '도대체 왜 달려야 하지'라는 회의가 또다시 들기 시작했습니다.


오직 절실함만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 걸까?
나를 다시 한번 나아가게 할 그 무언가는 무엇일까?



  비단 운동에서만이 아닙니다. 모두 다 각자만의 사정으로 어떤 목표를 향해 절실하게 달려가고 있을 텐데, 어떤 이유든 간에 절실함이 사라져 버린다면 그 이후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고민이 들었습니다. 4km를 뛰고 터벅터벅 힘 없이 집으로 걸어오며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해 보았습니다.


  물론 그 정도 했으면 되었지 않냐, 굳이 뭘 답을 찾고 노력을 해야 하냐라는 의견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뭐랄까요, 제가 흥미를 느끼는 분야를 제가 만족할 수준까지 파고들어야만 하는 성격이라서요. 꾸준한 사람이 되고 싶은 저로서는 되려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달까요. 어찌 되었든 현재의 저로서는 이 질문에 대한 가지의 답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순수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적용해 본다.


  다시 운동 이야기로 돌아와서, 도대체 어떻게 하면 러닝에 (요즘 제 고민이 러닝이니 오늘은 웨이트 이야기는 잠시 넣어둘게요) 진짜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요. 여태껏 정말 재미있었던 러닝의 순간을 돌이켜보니 이 네 가지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순간들을 차근차근 재현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아침에 러닝 할 때는 1번의 재미를 재현해 보았습니다.


1. 남해의 예쁜 바닷길을 따라 여유 있게 홀로 뛰었을 때
2. 열정적인 사람들에 둘러 쌓여 마라톤 대회를 뛰었을 때
3. 러닝화를 신고 처음으로 뛰었을 때
4. 혼자만의 도전으로 수원에서 서울까지 뛰었을 때



사랑하는 우리 동네


  요 몇 달간은 주로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을 뛰거나 아니면 거리측정 때문에 집 주변 공원을 많이 뛰었었는데, 동일한 풍경을 보며 뛰니 점점 재미가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는 동네 이곳저곳을 발길 닿는 대로 여유 있게 뛰어봤습니다. 저는 과거와 현재를 모두 향유할 수 있는 저희 동네를 정말 사랑하는데요, 달리는 중간중간 저도 모르게 '아, 좋다! 이게 달리는 재미지!'라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다음 주에는 예쁜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곳으로 가서 러닝을 즐겨볼까 합니다.


  또, 2번(열정적인 사람들에 둘러 쌓여 마라톤 대회를 뛰었을 때)의 재미를 한 번 더 느껴보기 위해 12월 말에 하프 마라톤을 신청해 두었습니다. 2회 차 하프 마라톤인데도 상당히 긴장되고 떨리는데요, 이 긴장감 자체도 묘한 재미를 주는 것 같습니다. 


둘째, 그 행위가 내게 있어 '아무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라면, 계속해서 나를 격려하고 수련하는 수밖에 없음을 받아들인다.


  날마다 달리는 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나 자신은 오래도록 뭔가 좀 잘 알지 못했습니다. (생략) 달린다는 행위가 몇 가지 '내가 이번 인생에서 꼭 해야 할 일'의 내용을 구체적이고 간결하게 표상하는 듯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몸이 좀 안 좋아. 별로 달리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이 들 때도 '이건 내 인생에서 아무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라고 나 자신에게 되뇌면서, 이래 저래 따질 것 없이 그냥 달렸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中


  제게 있어서 웨이트 트레이닝과 러닝도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있어서의 '러닝'과 같이 아무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운동이 제 인생의 중심을 잡아주는, 아주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우울, 불안, 자기 의심, 자기 연민에 사로 잡혀있던 저를 일으켜 세워줬던 건 꾸준한 운동이었고, 특히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나름의 방식으로 꾸준하게 지속해 나가는 과정에서 성장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中


  욕심은 많고 성격은 급했던 제가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부터는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링컨 대통령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죠, "누군가 내게 나무를 벨 6시간을 준다면, 나는 그중 4시간을 도끼날을 가는 데에 쓰겠다." 과거의 저는 도끼날을 가는 그 시간 자체를 견디지 못했었는데, 이젠 이 수련의 시간이 반드시 있어야만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빨리 포기해 버리기보단 욕심을 좀 내려놓은 채로 '어떻게 하면 나를 더 격려하며 그 일을 지속해 나갈 수 있을지'를 위주로 고민해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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