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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조이 라이프 Oct 20. 2024

바프 9일 전에 마라탕과 꿔바로우를 먹은 건에 관하여.

사실 연태고량주도 곁들였습니다.

“웨이트를 시작한 지 1년 반이 넘었고, 이젠 본격적으로 몸을 만들어보고 싶어.
기념으로 바디프로필 사진도 하나 찍고!
그래, 도전해 보자!”


  두 달 전, 올해가 가기 전에 바디프로필을 한 번 남겨보자는 마음으로 폰 캘린더에 등록을 해두었습니다. 총 칼로리와 영양 섭취 비율을 나름대로 지켜가며 체지방만 3kg 정도를 감량했지만, 2주 전부터 46kg에서 정체 중인 상태였습니다.


10월 27일로 잡아둔 바프, 11월 23일로 한 달을 연기했다.



  8월 초부터 현 집주인과 전세 보증금 반환 문제로 갈등이 있었습니다. 어찌어찌 두 달여가 흘렀는데,,,, 지난 며칠간 추가적인 이슈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계속 받아서인지 회사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정말 오랜만에 야식에 소주가 당겼습니다. 이미 당일의 목표 칼로리는 거의 다 섭취한 상태였지만, 뭐라도 먹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야 마음이 좀 나아질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나쁜 습관을 떼어내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었기 때문에(지금도 노력 중입니다), 술을 마셔버리면 또 그때로 돌아가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날은 ‘소주와 배달 음식’을 먹는 선택에서 ‘소스 닭가슴살과 감자 한 알 그리고 시원한 논알코올 맥주’를 추가로 먹는 것에서 타협을 했습니다. 나름대로 위기를 잘 넘기나 싶었는데….


분노에 차서 운동 후 먹은 야식


  아, 근데 지난 금요일에는 도저히 못 참겠더라구요. 아침부터 집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고 나니 하루가 정말 피곤했습니다. 오후 4시 정도 되니 눈알이 쿡쿡 쑤시고 빠질 것 같이 아팠습니다. 결국 조금 일찍 퇴근하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먹고 싶은 걸 먹자!’는 생각으로 회사 버스에서 몇 달간 먹지 않았던 마라탕+꿔바로우 1인 세트를 망설임 없이 주문했습니다.


금요일 퇴근 후 먹은 마라탕 + 꿔바로우 세트


  간만에 먹는 마라탕과 꿔바로우는 그야말로 환상^--^이었습니다.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자니, ‘아 이게 사는 맛이지!’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매일 혼술과 자극적인 야식으로 행복을 채워왔던 과거의 제 모습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이 행복은 한 번 맛보면 헤어 나오기가 참 힘들지.
발 한번 잘못 디디면 끌려 들어가 버리는 늪 같아.
그러니 적당한 선을 지켜야 해.



  하지만 죄책감 같은 건 크게 들지 않았습니다. 욕구를 참기만 하면, 언젠가 더 심하게 잘못된 방향으로 터져버리고 만다는,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비롯된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신, 몇 가지 조절한 부분이 있습니다.


지난 3개월 간의 운동 기록


어제 맛있게 등 운동 했고, 오늘 저녁엔 8km 야외 러닝하러 갑니다!


첫째, 마라탕엔 채소를 메인으로 넣었고, 떡은 아주 약간만 먹었습니다.

둘째, 마라탕의 마유를 ‘적게’로 선택했습니다.

셋째, 1인 세트를 한 번에 다 먹지 않고, 1/2 ~ 2/3 정도만 먹었습니다.

넷째, 천천히 꼭꼭 씹고, 맛을 음미해 가며 먹었습니다.

다섯째, 국물은 절대 먹지 않고(원래 안 먹기는 했습니다),  야채에서도 최대한 국물을 빼내고 먹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술은 연태고량주를 곁들였는데 음식 한 입 먹고 찔끔, 또 한 번 먹고 찔끔, 이 정도로 해서 소주잔 기준으로 총 1잔만 마셨습니다.


  어찌 되었든 먹고 싶은 걸 먹더라도 절대 폭식은 하지 말자, 선을 지키자,는 스스로와 한 최소한의 약속은 지켜냈습니다. 물론 ‘저렇게 찔끔 먹으면 오히려 더 욕구가 커지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을 수 있을 듯합니다. 그런데 천천히 맛 하나하나를 음미해 가면서 먹으면, 먹는 양 자체는 적더라도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만족감이 상당합니다. 예전 같았으면 분명히 폭식과 폭음을 했을 것 같은데, 이제는 이 정도로 만족할 수 있는 상태가 된 것 자체가 뿌듯했습니다.


꾸준함을 연습 중입니다. 다음 달의 저는 제가 원하는 모습의 저와 더 가까워져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이전보다 나아진 부분도 분명 있지만, 지금의 정체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앞으로 어떤 부분에 변화를 주어야 할까, 하는 고민이 들었습니다. 현실적으로 처음에 잡은 데드라인(10월 27일)까지는 제가 원하는 몸—군살이 없으면서 근육이 탄탄하게 보이는—을 만들 수 없을 것 같은데요…ㅜㅜ 첫 도전은 실패로 끝나더라도, 이번 도전에서 얻은 저만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음 데드라인(11월 30일)까지 다시 한번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다음 한 달은 아래 세 가지를 지키는데 더 집중해보려고 합니다.


또 실패할 수도 있겠죠? 그래도 괜찮습니다. 누가 억지로 시키는 것도 아니고, 또 하면 되니까요.



첫째, 총 섭취 칼로리를 주마다 50kcal씩 줄여보기

[ AS-IS ]  하루 1317kcal 섭취

[ TO-BE ] 주 50kcal씩 4주 간 1,117kcal가 될 때까지 줄여 나가 보기



둘째, 탄단지 영양 비율 지키기

[ AS-IS ] 탄단지 5:3:2이지만 탄수화물과 지방 비율을 못 맞추는 경우가 많음. 지방 섭취가 많은 편

[ TO-BE ] 탄단지 비율 엄격하게 지켜보기



셋째, 주 5일 이상 운동, 회당 400kcal 이상 태우기

[ AS-IS ] 주 4-5회 운동을 하고는 있지만, 이 중 절반은 400-450kcal, 절반은 200-250kcal 정도만 태우고 있음

[ TO-BE ] 주 5일 이상 운동, 일 평균 400kcal 이상 태우기



  가끔 주위에서 그 정도면 만족할 수 있는데 왜 그렇게까지 계속하는 거냐,는 질문을 받고는 합니다. 일단 첫째로, 변화된 제 모습이 너무 궁금해서이고요. 둘째로는 독립적이고 주체적으로 변화를 만들어내는 사람이고 싶어서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스스로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코치가 되고 싶구요.



출처) 나의 Fit 파트너/ 저 스스로에게 Jj 같은 코치가 되어주고 싶습니다.


출처) 나의 Fit 파트너/ 그리고 언젠가는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코치가 되고 싶어요.



  ‘몸은 정직하다’라는 말, 전엔 허투루 들었던 말인데.. 이제야 절실히 와닿습니다. 아직은 제 노력과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을 100% 인정하고 있고, 이 부분들을 앞으로의 도전들로 메꿔가 보려고 합니다. 시간은 예상보다 좀 더 걸릴 수 있겠지만, 결국엔 주체적으로 행동하고 깨우쳐서 제가 원하는 저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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