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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라 Sep 26. 2024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찰떡 직업을 찾는 모험 ep.5

‘찰떡 직업을 찾는 모험을 떠난다면서 이렇게 우울한 얘기들이 올라오다니ㅠ’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까 봐 미리 말씀을 드리자면, 모험하는 내내 우울한 얘기만 올라오진 않는다..!

지금은 지난  일들로부터 심리적으로 많이 회복되기도 했고, 더 우울해지지 않도록 나만의 준비를 이것저것 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뭐든지 처음 발을 내딛는 시기는 이런저런 일들이 일어나기 마련인 것 같다.

걱정스러운 오해가 풀렸다면 다시 첫 해고 이후의 어두운 시점으로 다시 돌아가 보려고 한다.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실업 급여를 신청한 후 첫 달은 30일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일주일 치 실업 급여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회사를 나와서 첫 달은 월세도 못 낼 만큼의 돈으로 겨우 버텼다.

다행히 그동안 모아놓은 돈이 있어서 월세를 낼 수 있었다.


마침내 두 번째 달이 되자 한 달 치 실업 급여가 들어왔고, 이 돈을 최대한 저축할까 하다가 더 우울해지기 전에 뭐라도 해보기로 했다.

뭔가를 배워보고 싶어서 목공, 도예 등 이것저것 찾아보니 배우는데도 돈이 꽤 든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게 무슨 사치냐, 그냥 하지 말까..? 하고 고민하다가, 왠지 그러면 우울이 더 심해질 것 같아 집 주변에 가장 가격이 저렴했던 도예 수업을 한 달 치 수강하게 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이었지만 새로운 것을 배우고, 또 배운 걸 결과물로 만들어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 우울감을 해소하는 데 조금 도움이 되었다.

이때부턴 친구들을 만나는 횟수도 1-2주의 한 번으로 늘려보기도 했다.


하지만 뭔가 크게 바뀌는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여전히 밤마다 자기 전에 우울함과 불안을 마주했고, 내가 의지할 수 있었던 사람을 만나면 밝은 분위기에서 놀다가 갑자기 허탈함과 절망감이 몰려와 울곤 했다.

'이왕 재밌게 놀기로 마음먹었으면 그냥 재밌게 놀지 울긴 왜 울어'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 마음의 수도꼭지가 고장이 나서 방심하면 눈물이 나왔다.


또한, 내가 지금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게 맞는 건지 의구심이 들었다.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선택한 일인데 내 성향과 딱 맞지 않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원래 하던 일을 대체할 만한 좋은 직업이 잘 생각나지 않았다.


상담을 받아볼까도 참 고민을 많이 했는데, 집에서 배달시키는 비용도 아끼는 마당에 상담 비용을 낼 자신이 없었다.

알고 보니 청년 마음건강 지원 사업 등 나라에서 지원해 주는 무료 상담 서비스도 있었는데, 그때는 이런 게 있다는 걸 몰랐고 알아볼 기운도 없었던 것 같다.





드디어 보인 아주 작은 햇빛


그렇게 하루하루 우울과 불안에 메말라가고 있던 와중에 사촌 언니의 아빠인 이모부가 돌아가셨다.

갑작스럽게 몸이 안 좋아지셨다가 급격히 상태가 악화되셔서 결국 세상을 떠나시게 되었다.

장례식이 평일에 시작되어 웬만한 친척들이 모두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을 시간이었기 때문에 손님들을 안내하고 방명록과 조의금을 관리할 사람이 부족했는데, 마침 백수였던 내가 하겠다고 했다.


가족으로서 당연히 도와야 할 일이었지만 도움을 주고 나니 그동안 날 짓누르던 불안과 우울 사이로 햇빛이 조금 보이는 것 같았다.

나는 일을 하지 않을 때에 봉사라도 하면서 밖으로 좀 나와줘야 덜 우울해지는 사람이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이때쯤부터 나는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고 취업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아직 내 일의 적성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지만, 언제까지고 우울과 불안의 늪에 더 깊이 빠져들기만 할 순 없으니까.

실업 급여도 영원히 나오는 것도 아니니 우선 취업 준비를 해보기로 결심했다.


자기소개서와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도 몇 번 울었다.

내용을 정리하다 보니 뭔가 특출나 보이는 게 없는 것 같아서 '혹시 취업도 안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이 엄습했던 것 같다.

나만 빼고 모두가 잘난 스펙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자신감이 바닥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일단 해봐야지.

일단 지금의 내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답은 재취업이라는 생각으로 눈물을 닦고 다시 취준을 이어나갔다.




 

찰떡 직업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강아지 멍순이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www.instagram.com/illam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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