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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브룩스 Feb 12. 2021

상품기획, 그 시작과 끝 2

제품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1장. 상품기획, 이란 무엇인가

2장. 상품기획, 어떻게 해야 하는가

3장. 상품기획, 끝나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2장. 어떻게 상품을 기획하는가?


이제 기획은 이미 시작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가장 쉬운 방법의 시작점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경영학의 기본적인 마케팅 전략 및 분석 도구로서, STP (Segmentation, Targeting, Positioning), 4P (Price, Product, Place, Promotion), 3C (Customer, Competitor, Company), SWOT (Strengths, Weakness, Opportunities, Threats) 등을 들 수 있다. 상품을 기획하기 위해서 이 모든 방법들을 다 사용하진 않고 필요에 따라, 목적에 따라, 용도에 따라 적재적소에 사용하면 된다. 필자가 가장 많이 사용한 방법은 ‘STP’와 ‘3C’ 분석방법을 주로 사용한다.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방법이긴 하나, 때때로 쓰기가 까다로운 방법들이기도 하다.

간단히 설명을 한다면, ‘STP’는 시장을 세분화(Segmentation) 한 다음, 목표(Target) 군을 설정하고 그에 맞는 형태로 포지셔닝 (Positioning) 하는 전략 Tool이고, ‘3C’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경쟁사를 분석한 다음, 회사가 가지고 있는 소위 상품 전략을 이에 맞춰 기획해 출시하는 방법이다. 평범한 방법이고 조금의 훈련만 거치면 쉽게 접근하고 활용해 볼 수 있는 방법이다. 하나, 이런 것들은 표면적이다. 겉핥기에 해당된다 할 수 있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우리가 알고자 하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표면의 것들이 아니다. 내면의 것들을 발견해 내고 해석해 내야 한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 지를 파악해야 하는데, 말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스티브 잡스는 “고객은 우리가 무엇을 제공하기 이전에는 어떤 게 필요한지 잘 모른다” 고 했다. 일리 있는 얘기다. 주어진 것에 대해서 응답을 할 뿐, 주어지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설령 한다고 해도, 거짓되거나 무심코 말을 내뱉는, 본심이 아닌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을 단 번에 알 수 있다. 이것은 시점이나 대상에 따라서도 다르게 반응하기도 한다. 고객의 소리를 듣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제품을 출시한 후, 좋은 점과 나쁜 점 그리고 개선하고 싶은 점에 조사하기 위한 설문조사 즉, Consumer Survey를 많이 실시한다. 이를 통해서 응답된 결과를 활용(분석) 하여 다음 제품을 기획하고 미래 어느 시점에 완성품으로 출시한다. 그리곤 얘기한다. 고객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이를 반영하여 제품을 개발했다고… 과연 맞는 방법이고 옳은 접근점일까? 대부분은 사람들은 그렇다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필자의 생각을 얘기하기 전에 고리타분한 이론 하나를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


사람들이 같은 사건, 동일한 사물, 공통 인물 등에 대해 시간적 거리에 따라 다른 생각하고 후속되는 판단, 태도, 행동 등이 바뀌는 현상을 ‘해석 수준이론 (Construal Level Theory, Libeman and Trope, 1998, 2003)’이라는 이론에서 말하고 있다. 또한 사회적 거리, 공간적 거리, 확률적 거리 등으로 확대 돼 이를 통합하여 ‘심리적 거리’라고 칭하게 되고, 사람들은 심리적 거리에 따라 어떤 사건, 어떤 사물 등을 다르게 해석하거나 판단해서 행동이나 선택을 하게 된다고 한다.(Liberman, Trope, McCrea & Sherman, 2007; Trope and Liberman, 2010). 예를 들면, 사람들이 어떤 전자 기기를 사려고 할 때, 당장 내일 사려고 할 때와 6개월 뒤에 사려고 할 때에 고려하게 되는 내용, 즉 어떤 부분을 염두에 두고 구매하는지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내일 당장 기기를 사야 할 때에는 가격, 기능 등의 어떤 ‘구체적인’ 특성 위주로 현실적인 대안 기준을 따지면서 기기를 구매하려고 하고, 반면에 이보다 더 좀 먼 시간적 거리인 6개월 뒤에 기기를 사려고 할 땐, 사고자 하는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 디자인, 기기의 품질 등 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등 ‘추상적인’ 특성 위주로 생각하며 기기를 사고자 하는 마음을 먹는다고 한다.

이와 같이, 사람들은  기기(물건)를 사고자 할 때 언제 사고자 하는지에 따른 구매 시점에 따라서도 고려하는 특성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결국 시간적 거리에 따라 심리적 요인에 영향을 주게 되어 구매 동인을 달라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렇듯 사람들의 생각은 단순히 어떤 시점이냐 에 따라서도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겉으로 보이는 표면적인 것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제품의 대한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실패의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서 겉과 속의 의미를 분리하여 파악하고 해석하는 분리 해석 능력이 필요하다. 겉과 속의 대한 해석은 무엇을 말하고 의미하는 것일까? 필자는 이 둘의 차이를 사용자의 ‘니즈(Needs)’ 와 ‘원츠(Wants)’라고 말하고자 한다.


니즈와 원츠의 차이는 무엇인지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설명하는 것만큼 이해에 도움이 되는 것은 없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 즉 사람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요소를 ‘Needs’라고 한다면, 사람들이 원하는 것, 즉 사람들이 갖고 싶어 하는 요소를 ‘Wants’라고 한다. 이 둘은 서로 비슷한 듯 하지만 엄연한 차이가 존재한다고 본다. 예컨대, 남들이 다 가지고 있는 요소라고 본다면, 용인에 소재한 놀이공원을 갔다고 했을 때 그곳의 모든 사람들이 놀이공원 머리띠를 하고 있다고 하자 이것은 Needs 일까? Wants 일까? 사람들의 심리에 따라 결정된다고 본다. 다른 사람들도 하고 있고 나만 하지 않으면 이상한 상황이 된다고 여겨지면 그것은 Needs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와 반대로 남들이 그 머리띠를 하고 있든 하지 않고 있든 간에 상관없이 (주변의 상황에 영향 없이) 주관적인 생각에 따라 그 머리띠를 하고 싶은 상황이라면 그것은 Wants라고 해야 할 것이다. (아주대 김경일 교수님께서 비슷한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다른 관점에서 보자. 이를 다르게도 해석해 본다면, 남들과 동등한 상황을 가져가져 가는 것이 Needs라고 했으니 ‘동등성’ 또는 ‘유사성’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제품 카테고리에서의 브랜드의 전형적 연상인 ‘POP(Point of Parity)’에 해당된다. 남들과의 경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요소를 지녀야 한다는 의미다. Wants는 남들과 비교하여 우위적 상황을 점하기 위해서 필요한 요소다. 앞서 예를 든 놀이공원에서 주변의 상황과는 상관없이 놀이공원 머리띠로 ‘자기다움’, ‘나다움’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남들과 구별할 수 있는 ‘차별성’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브랜드의 전형적 연상인 'POD(Point of Difference)’에 해당된다. 이 차별성은 곧 제품의 USP(Unique Selling Proposition, 직역하면, ‘고유한 판매 제안’ 정도로 볼 수 있다)라고 한다. 제품 판매 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이것으로 제품을 판매하겠다는 전략적 요소라고 여겨도 된다. 결국 상품을 기획한다는 것은 POP와 POD를 잘 구비해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포지셔닝하는 것이다. 앞서 1장에서 언급했던 에어팟을 다시 예로 들어본다. 에어팟의 POP는 무엇이었을까? 이어폰이니 음질과 음향이 당연히 좋아야 한다. 경쟁 제품과 비교해 뒤지지 않는 비교적 좋은 음향적 품질을 지녀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POD는 무엇이었을까? 이어 버드(Earbuds, 아이폰과 함께 제공되었던 번들 이어폰)의 디자인에 선이 없는 형태, 애플의 최초 무선 이어폰이 이 제품의 ‘차별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비싸지도 않은, 충분히 살만한 적정 수준의 가격도 한몫했으니 이런 요소들이 바로 에어팟을 성공적으로 이끈 ‘기획적 차별성’이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결론적으로, 상품을 기획한다는 것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제품의 기능적이고 기본적인 요소와 ‘나’ 다움, ‘자기’ 다움을 표현해 낼 수 있고 이를 나타내고자 하는 사람들의 심리적인 욕구를 제품적 가치로 표방하며 겉으로 내세우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 지를 잘 파악하려면 사용자의 빅데이터를 잘 해석할 줄 알아야 하는 자질이 필요하고 해석된 내용을 가지고 제품에 필요한 요소로 치환하는 능력 또한 필요하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치환된 제품적 요소를 사람들이 그 요소를 이해하기 쉽게 포장하는 능력, 다시 말하면 소비자의 언어로 풀어서 설명하는 기술 또는 능력 또한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제품적 요소는 ‘제품의 기능명’ 등에 해당되고 소비자의 언어는 ‘해당 기능을 통해서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를 이해하기 편하도록 서술해야 함’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예를 들어 설명해 보고자 한다. 애플이 아이폰 12를 광고하면서 내세운 광고 카피를 한 번 보자. 애플은 저조도, 야간에서 찍는 사진의 품질을 강조하기 위해서 내세운 표현이 이렇다. “밤에 피어나는 인물 사진”, 이보다 앞서 아이폰 11에서는 “밤에 피어나는 사진”이라 했다. 밤에 피어나는 사진이라, 이 얼마나 기막힌 표현인가! 본디 꽃은 낮엔 개화하고 밤엔 오므리는 법인데 이와 반대되는 상황 아닌가. (어떤 식물, 즉 선인장 같은 식물은 밤에 꽃이 피기도 한다.) 이렇게 상반된 상황의 표현을 가져와 기존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것을 가능케 하는 표현에 갖다 썼으니 기술이 뒷받침하지 않고서야 가능하겠는가 말이다. 여기에서 중요하게 필자가 언급하고 싶은 부분을, 이 장에서 말하고자 하는 마지막 부분을 잘 표현해 놓았다. 밤에 피어난다는 말은 밤에도 낮과 같다는 말인데 이를 사진에다 대입해 보면 좀 다르다. 낮엔 광량 (빛의 양) 이 부족하여 사진을 찍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어둡게 나오거나 억지로 밝게 조절하면 노이즈가 심해져서 좋은 사진이 나올 리 없다. 그런데 애플은 ‘Deep Fusion’, ‘LiDAR’, ‘A14 Bionic’ 이란 기술로 “적은 양의 빛 만으로도 낮에 찍은 것과 같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라고 광고하고 있는 것이다. 밤이라는 환경적인 조건을 극복하고 불가능의 사진도 찍을 수 있음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밤에 피어나는”이라는 표현으로 대표하고 있으니, 이런 표현이 바로 소비자가 이해하기 쉬운 표현인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기술적으로 이러이러하다.”, “성능 xx에서 XX만큼 좋아졌다.”라는 식의 표현이 쓰였을 것이다. 이런 류의 표현들이 소비자 친화적이지 않다. 어떤 가치를 주는 지도 알 수 없다. 이런 표현들이 제품 중심적인 제조사 중심의 표현이다. 구매하는 사람의 입장이 아닌 판매하는 입장에서의 표현인 것이다. 소비자가 제품 구매 시, 구매 결정에 영향을 줄 만한 요소가 없다. 이렇기에 제품 기획 시에 이러한 부분까지도 고려하여 기획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제품 구매 시 어떤 부분이 제품의 매력으로 어필할 수 있을지, 어떤 특장점이 있는지를 소비자가 알기 쉽게 표현해야 한다는 점이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므로 절대적으로 간과해선 안 될 부분으로 꼭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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