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상품기획 시 가장 많이 강조하는 부분은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표현을 많이 쓰곤 한다. 제품의 탄생부터 출시와 이후 판매 현황, 그리고 그 제품이 단종하는 그 순간까지 모름지기 기획자라면 전부를 챙겨야 함이 마땅하다 생각한다. 1장과 2장을 통해서 제품의 탄생과 출시 전까지의 상황을 언급한 것이라면, 이 장에서는 제품에 대한 모든 기획이 끝나고 나면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얘기해 보고자 한다.
제품의 대한 기획이 모두 끝나고 나면 어떻게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지를 구상해야 한다. 어떤 부분을 중점적인 차별화 부분으로 삼아야 할지, 몇 가지를 가지고 해당 제품의 주요 차별화 포인트로 선정하여 소구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다양한 경우들이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제품 소구 전략은 이전 모델과의 다른 점이나 개선점 등의 설명을 전제로 한 전략이다. 가장 쉬우면서도 빈번하게 활용되는 전략이다. 이전 모델에서 탑재 않았던 기술이나 기능을 중심으로 소개한다거나 이전 모델의 성능을 더욱 개선했다거나 또는 기존 기능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했거나 한 점을 들어 이 부분들 위주로 설명하여 소구 하는 전략이다. 대부분의 제품 소구 방법들이 여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차이점을 소개하거나 더 나아진 점을 소개하는 것도 그리 만만치 않는 작업이다. 자칫 이전 제품들을 폄하하는, 소위 말해서 ‘제품을 까는 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점에 유의하여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더군다나 모바일 제품들은 하나의 제품을 출시하기보단 여러 개의 한꺼번에 출시하기 때문에 비교나 대조의 방식을 사용함에 있어 조심을 기해야 한다. 이러한 제품 소구 전략에 실패를 하게 되면 가격 대비 품질이 모자라거나 품질 대비 가격이 높다 하는 평가를 소비자로부터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제품을 탄생시키는 과정부터 제품의 탄생, 출시 이후의 제품의 평가를 통한 차기 제품의 반영 계획까지 이 모든 과정에 상품기획자가 직접적으로, 간접적으로 참여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언뜻 보기에 기획만 하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상품 기획은 시작을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고 봐도 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필자는 얘기하고자 한다. 자, 이제부터 상품기획의 마지막이자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 제품에 대한 평가(피드백)를 어떻게 다음 제품에 반영할 지에 대한 얘기를 하고자 한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사용하고 나면 각자에 따라 느껴지는 제품의 사용기 등이 있다. 요즈음에는 ‘사용기 게시판’, ‘제품 개봉기 및 사용기 블로그’가 많은데, 그중에서도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게 ‘제품 사용기 동영상’을 통해서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한 정보를 많이 얻는다. 소비자들은 다양한 채널들을 통해서 얻어진 정보로 제품 활용에 참고한다. 이 채널들을 통해서 얻어진 정보들은 좋게 평가받는 부분들이 있고, 물론 좋지 않게 평가받는 부분들도 있다. 그래서, 상품기획자들은 무수히 생산되는 제품의 대한 평가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일련의 작업들을 수행한다. 어떤 것들을 택해야 할지, 또 어떤 것들을 버려야 할지를 고민하고 검토해야 한다. 좋은 평가를 받은 부분을 무조건 택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나쁘게 평가받은 부분을 무조건 버리는 것도 맞지 않는다. 좋은 것, 나쁜 것 들을 잘 버무려 하나의 스토리로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그것을 바로 ‘스토리텔링’이라고 부른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을 어떤 수단이나 방법을 통해서 설득하는 기법’이다. 스토리텔링을 잘 못 하게 되면 좋은 것도 나쁘고 보이고 나쁜 것도 좋게 보이는 법이다. 근래 들어, 가장 대표적인 것이 Apple 이 자사 스마트폰 인박스 제공품들 중에 ‘전원 어댑터 (Power Adapter)’ 를 뺀 것을 들 수 있다. 충전기를 빼면서 애플이 했던 얘기가 이렇다.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우리의 의지를 박스 안에 고이 담았습니다.” - 출처: Apple 공식 사이트
라는 메시지를 내세우고 있다. 그리고는,
“1년간 45만 대의 자동차를 거리에서 없앤 것과 마찬가지의 탄소 저감 효과.” - 출처: Apple 공식 사이트
와 같은 부 메시지로 얘기하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 12를 출시하면서 전원 어댑터, 이어폰을 인박스 제공품에서 제외했다. 이것들을 제외하면서 내세운 메시지가 환경을 보호하자는 내용이었다. 애플은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이지만 환경을 보호하면서 물건을 판매한다는 기업이라는 은연중에 내세운다. 사실 소비자들은 다 안다. 기존에 주던 것을 제외하면 반감이 생긴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반감을 반감시키기 위해서 제대로 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 것이다. 하고자 하는 것과 주고자 하는 것의 일치를 이루었다. 인박스 제공품을 삭제한 것을 두고 환경보호 메시지로 전환시키면서 ‘원가 절감’과 ‘환경 보호 기업’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고자 했고 어김없이 이에 성공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과 이루고자 하는 것의 조화, 그러면서 기존의 것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이것을 우리는 ‘스토리텔링’이라고 부른다. 이목을 끌기 위한 시도, 시선을 붙잡기 위한 노력으로 마지막 과정인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기나긴 여정이 끝이 난다. 이것이 바로 스토리텔링의 목적이고 판매를 위해 고객을 설득하기 위한 힘이다. 그렇다고 해서 고객이 물건을 구매케 하기 위한 전략의 전부는 아니다. 결국 판매하기 위해서 물건을 만드는 것이고 만들어진 물건을 팔려면 어떤 부분이 좋은 지를 알려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마지막은 소비자로 하여금 물건을 사도록 하게 한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점점 똑똑해지고 있다. 똑똑하다는 건,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보는 많이 가지게 된 것은 다수의 정보 입수의 채널들이 점점 더 다양해지고 더욱 많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종이로 된 활자 기반의 정보에서 디지털 형태의 활자 기반 정보로, 청각을 자극하는 오디오 기반의 정보 채널로, 그리고 시각적인 정보를 무한정 취할 수 있는 영상 기반의 정보까지 앞으로도 더욱더 다양해지고 많아질 것임은 분명하리라 본다.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어떤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 같은 거라고 본다. 힘의 균형이 깨어지는 순간, 구매가 일어나거나 불매가 일어난다. 힘의 균형을 깨는 전략의 핵심이 바로 ‘스토링텔링’이다. 사지 않을 것도 사게 만드는 힘, 사야 할 것도 빨리 사게 만드는 조급함을 부르는 힘, 그것이 바로 ‘스토리’에 있다는 말이다. 제품에 어떤 스토리를 담느냐에 따라 그 제품의 운명을 결정짓게 한다. 그 제품의 운명조차도 가를 수 있는 힘이 바로 ‘스토리’에 있다는 이야기다. 제품의 기획단계부터 어떤 콘셉트를 가지고 어떻게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나가야 할지를 마지막까지 고민하고 생각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무엇(What)을 만드냐(Make)도 중요하지만 어떻게(How) 파느냐(Sell)도 대단히 중요하고 간과해 선 안 될 문제다.
끝났다고 생각하겠지만, 끝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상품기획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로 돌아가게 된다. 2장에서 다루었던 소비자의 (Unmet) Needs와 Wants로 대변되는 소비자 VOC, 제품의 콘셉트, 콘셉트를 기반으로 하는 핵심 (SW) 기능, 그 기능을 가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는 하드웨어 사양,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줄 수 있는 ‘Storytelling’으로 마무리돼야 그다음의 행보를 이어 나갈 수 있다. 다음의 행보는 결국 소비자가 직접 접하게 되는 마케팅이다. TV 광고, 지면 광고, 기사 형식의 광고, 드라마 PPL, 인터넷 포털 광고, 동영상 광고 등 무수히 많은 형태로 변형되고 발전되어 소비자에게 직접 노출된다. 어떤 스토리를 담고 있느냐가 광고의 ‘Theme’를 장식하게 된다는 말이다. 제품을 인식시키고자 하는 방향과 인식된 제품의 이미지를 통해서 소비자는 ‘구매’라는 행동의 단계로 나서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필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상품기획의 진정한 방향성이다. 이 방향성은 팔고자 하는 상품의 진정하고 실질적인 가치를 제안하는 그대로의 형태로 소비자가 받아들여 구매하게 하는 데 있다. 결국, 상품은 팔기 위해 만드는 것이니 말이다. 쉬운 말로, 잘 만들고 잘 이야기해야 잘 팔리는 법이니깐 말이다.
덧붙임.
이제 정리를 해보자. 상품기획이란 것이 허무맹랑하게 들릴 수도 있다. 그 이유는, 맨 처음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 어떤 것이든 선두에 서서 길을 개척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고되고 동시에 외로운 일이다. 방향을 정해야 하고 길을 만들어야 하고 이끌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품기획은 어려운 일이다. 동시에 매력적이고 도전적인 일이기도 하다. 앞서, 1장을 통해서 필자는 상품기획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언급했다.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할지를 보았다. 2장을 통해서는 어떻게 상품기획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봤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는 상품기획이 끝나면 무엇을 해야 하는 지도 살펴봤다. 이미 눈치를 챘겠지만 1장과 3장은 서로 이어지게 되어 있다. 순환과 반복을 끊임없이 되풀이하게 되어 있다는 점이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말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