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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브룩스 Apr 25. 2021

경험과 상품기획, 그 언저리에서

경험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1장. 경험기획, 상품기획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2장. 경험기획, 어떻게 해야 할까




1장. 경험기획, 상품기획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소비자 경험을 기획한다고… 그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상품기획에 이어, 경험기획은 어떤 것인가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시대의 산업이 어떻게, 무엇을 위해서 변화되어 왔고 발전되어 왔는지부터 살펴보고자 한다. 그전에 TED 동영상부터 한 편 보고 와서 이 글을 계속 읽으시기를 부탁드린다.


TED (Ideas worth spreading) : 조셉파인, 소비자는 무엇을 원하는가 (February 2004, 출처: TED Talks)

https://www.ted.com/talks/joseph_pine_what_consumers_want?language=ko


영상의 강연자인 조셉파인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이렇다고 본다.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와 그에 따라 일어나는 소비자의 관심 포인트가 변화된 점을 얘기하려 했다는 점이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소비자가 상품을 원하는 방식도 달라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재화(일상용품, commodities)를 사 와서 직접 판매했던 시대에서 산업혁명을 거쳐서 그 재화를 이용하여 상품을 만들어서(제조업) 제공을 했던 시대에서 상품(goods)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의 제공(services, 타인의 노동을 빌려 쓰는 것)하는 시대를 넘어서, 그리고 현재의 트렌드가 되고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경험(experience) 경제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설명을 해보려 한다.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커피를 예로 들어 본다. (동영상에서도 조셉 파인은 스타벅스를 예를 들었다.) ‘생두(커피 체리 열매)’ 를 내다 팔다가 이 생두를 가공하여 ‘원두’라는 것으로 만든다. 생두가 상품화가 된 것이 (우리가 흔히 보는 까만 색감을 지닌) 원두다. 그러다, 이 원두를 ‘커피’의 형태로 만들어 내다 판다. 커피에 물을 섞어 그 진한 정도를 희석해서 마시는 아메리카노부터 우유, 캐러멜 등의 첨가물을 넣어 다양한 커피의 형태로 제공한다. 이런 형태가 바로 ‘서비스’라고 본다. 원두를 갈아서 ‘커피 드립’으로 내려서 마시거나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하여 진한 형태의 ‘에스프레소’를 내리는 형태, 숙련된 전문가가 만들어서 주는 커피의 맛을 느낀다. 오늘날, 다양한 카페에서 즐기는 커피의 형태로 변화된 것이다. 이러한 커피 서비스의 종류에 따라, 바리스타의 손기술로 완성된 드립 커피 전문점,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한 라테가 맛있는 카페, 독보적인 바리스타 스킬로 원두를 로스팅하여 내려주는 진한 산미와 풍부한 고소한 맛이 어우러진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커피 전문점 등이 다양한 커피 서비스를 접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1999년 7월에 오픈된 한국 스타벅스 1호점에서 우리는 스타벅스만의 커피를 즐기곤 했다. 탄 맛의 강한 강배전(비교적 긴 시간 동안 까맣게 원두가 변할 때까지 원두를 로스팅한 형태)의 고유의 커피 맛을 즐기러 많은 사람들이 찾곤 했다. 오픈 당시 아메리카노 한 잔이 대략 3,000원 정도 했고, 지금 현재 4,100원 정도 하니 1,100원 정도 인상한 셈이다. 20년 넘게 세월이 지나면서 1,100원 정도의 가격이 인상하는 동안, 우리의 커피를 대하는 태도는 어떻게 변화되었을까. 필자도 어릴 때는 어른들이 커피(맥심이 유명했다)와 프림, 설탕을 기호에 맞게 섞어서 먹던 소위 달달한 커피를 마시곤 했었는데 강산이 두 번 넘게 변하는 동안 우리의 커피 문화는 많이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어떤 커피를 마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 소비자들이 찾아다니는 시대가 되었다. 물론, 오랜 시간 동안 대화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제공된 점도 크게 한몫했으리라 본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자연스럽게 발견되었다. 우리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 카페를 찾는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대화를 하기 위해서 커피 전문점을 찾았다는 것이다. 점심 식사를 하고 커피 전문점을 찾아서 커피를 한 잔 하는 것이 식사를 함께 한 일행들과 오붓한 대화를 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조용히 상대방과 편안하게 누구의 간섭 없이 (오래 앉아 있다고 해서 주인이 눈치 주지 않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커피 전문점이었다는 것을 소비자들이 쉽게 알아 채지 못하고 체험했을 것이다.




요즘, 소비자들이 스타벅스를 찾는 이유는 별로 특별할 게 없다. 커피가 맛있어서 가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고 본다. 필자가 생각하는 스타벅스의 특별함은 몇 가지가 있다. 첫 번째가 바로 내부에서 육성되는 커피 전문가가 있다는 점이다. 아르바이트생도 정직원 형태로 대접을 받는다고 하니 교육도 그에 맞는 수준일 테고 말이다. 그래서 어느 매장을 가나 일정한 커피 맛을 즐길 수 있다. 두 번 째로, 매장 접근성이 좋다. 웬만한 번화가에는 스타벅스 매장이 하나씩 꼭 있다. 스세권(스타벅스+역세권의 합성어)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이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감성적인(?) 음악이 존재한다. '스타벅스 음악 모음집'이라는 Playlist를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서 쉽게 접할 수 있다. 매장 안을 들어서는 순간, 마치 외국에 온 듯한 귓가의 청각적인 감성(?)을 경험할 수 있으니 말이다. 마치 스타벅스의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필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스타벅스가 제공하는 있는 소비자 측면의 '커피에 대한 경험'이다. 이곳에서, 스타벅스에 와야만 느낄 수 있고 체험할 수 있는 고객 관점의 경험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생각하기를, “내가 어디를 가더라도, 심지어 외국에 가 있더라도, 비슷한 맛의 커피와 한국에서 들었을 법한 비슷한 음악이 흘러나온다는 것이, 그리고 일하는 와중에 잠시 잠깐 들른 스타벅스에서 여행 갔던 기억을 되살려 주는 미각적 추억과 청각적 기억을 떠올려 주게 되면 잠시나마 여행을 한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하는 것” 이 스타벅스의 강점이지 않을까 한다. 의도한 것일지는 장담할 수는 없으나 필자가 느낀 점은 그렇다는 것이다.


경험이라는 것은 보이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로 하여금 ‘느낄 수 있도록’ 감성적인 기억과 추억을 되살려 그 순간만큼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라고 본다. 고객의 경험을 기획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추상적이고 괴상한 얘기처럼 들리는 것은 사실이다. 경험은 과거의 일을 얘기하는 것이지 미래를 논하는 것의 성격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데, ‘경험을 기획한다’는 것은 과거를 다시 미래의 것으로 만든다는 것과 매한가지다. 우리는 늘 과거의 데이터를 가지고 미래를 예측하는 愚(우)를 범한다. 과거의 경험이 좋게 때문에 미래에도 경험이 좋을 것이라는 자기 편향에 빠져 긍정적으로만 보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하지만, 필자가 언급하고 싶은 것은 이런 류의 것이 아니다. 경험을 설계하는 것은 과거를 가지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닌, ‘경험에 대한 흐름’을 기획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스타벅스의 경험을 들어 설명해 본다. 많은 기업들이 ‘엔드-투-엔드’ 경험을 얘기한다. 이 엔드-투-엔드 경험을 스타벅스의 엔드-투-엔드 경험으로 치환하여 설명해보고자 한다.




우리가 스타벅스를 선호하는 이유가 뭘까. 커피만을 팔던 스타벅스는 이제 커피만을 팔지 않는다. 앞서, 조셉 파인이 주장했던 시간에 따른 소비자의 관심 포인트의 변화에 따라 스타벅스 상품 제공 방식도 달라졌다. 커피만을 팔던 (커피 판매가 주목적이던) 시대를 지나 서비스 형태로 소비자에게 제공되고 이제는 커피라는 경험을 파는 시대가 되었다. 이게 무슨 말일지 궁금해할 수 있다. 이렇게 한 번 생각을 해 보자. 우리가 스타벅스를 가는 이유가 뭘까? 단지 커피를 마시러 가는 걸까? 스타벅스의 커피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대다수일 것이다. 그렇다면, 커피 맛도 그저 그런 (특출한 맛이 아닌) 스타벅스를 가는 이유는 무엇일지 생각을 한 번 해보자. 당신이 스타벅스에 들어서는 순간 무엇이 느껴지는가? 한 번쯤 가봤다면 이런 것들을 느꼈으리라. 느긋하게 흘러나오는 스타벅스 고유의 음악, 매장 가득 퍼져 있는 커피 내음,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느긋함으로 인해 마치 어딘가에 와 있는 착각마저 들게 하지 않는가. 다시 말하자면, 당신이 스타벅스를 들어서는 순간 청각으로 자극하고 후각으로 심취하게 하고 시각적인 광경을 통한 익숙한 듯 낯선 것을 겪게 되는 것이다. 들어온 순간부터 나가는 그 시점까지 스타벅스는 직접적이고 간접적인 상황들을 소비자로 하여금 겪게 하는 것이다.  커피를 마시러 왔지만 스타벅스를 느끼고 가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스타벅스의 엔드-투-엔드 경험'이라고 본다. 뭔가 거창할 것 같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경험이라는 게 그런 거다. 경험은 한두 번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보통 매장을 기반으로 이런 엔드-투-엔드 경험을 할 수 있게 하거나, 물건을 사기 위해서 웹사이트를 방문하여 여러 가지 상품을 찾고 구매/결제하여 주문하고 최종적으로 배송을 받는 형태가 흔함) 프랑스의 사회심리학자인 샤를마리 귀스타브 르 봉(Charles-Marie Gustave Le Bon, 1841년~1931년, 책을 통한 공부보다는 유익한 경험을 중시) 은 ‘군중심리학’에서 “경험을 대단히 광범위한 규모로 이루어져야 하고 아주 자주 반복되어야 한다”라고 했다.


앞서 얘기한 경험을 기획하는 것은 경험에 대한 흐름을 설계하는 것이라 했다. 경험에 대한 흐름은 풀어서 얘기하면, “어떤 사람이 어떤 공간이나 일을 겪게 되는 처음의 순간부터 그 일을 벗어나게 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겪는 일”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또한 이러한 경험을 확립시키는 것은 귀스타브 르 봉이 저서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광범위하고도 아주 자주 반복된 형태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소를 경험으로 본다면 계속 오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고 기능을 경험으로 본다면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복된 사용성이 곧 '경험의 종점'이라고 보인다. 상품을 기획하는 것은 팔리는 상품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고 경험을 기획하는 것은 그 경험을 자주 하게 함으로써 만족감을 느끼게 해야 한다는 것이 다른 점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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