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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브룩스 Apr 25. 2021

경험과 상품기획, 그 언저리에서 2

경험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1장. 경험기획, 상품기획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2장. 경험기획, 어떻게 해야 할까




2장. 경험기획, 어떻게 해야 할까


1장에서는 상품기획과 경험기획 간의 어떠한 차이점이 있는 지를 살펴봤다. 그것들이 목표로 하는 것과 어떤 것들로 구성되는 지도 알아봤다. (상품기획 관련 글은 ‘상품기획, 그 시작과 끝’ 이란 글을 확인하기를 바란다)


자, 그럼 이제부터 경험기획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벌써부터 허무맹랑하고도 뜬 구름 잡는 소리라 생각될 것이다. 맞다. 필자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관련 업무를 진행하면서 차츰 감이 오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는 것이 과연 옳은 방향인지도 알게 되었다고 하면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동의를 할까도 고민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필지가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을 얘기하고자 한다. 물론 세상엔 정답은 없다. 무수한 많은 해답들만 존재할 뿐이다. 자기만의 생각, 자기만의 방식을 가지고 남을 설득하는 것이 기획 업무의 또 하나의 숙제라고 본다.


필자에게 경험은 그저 ‘한 일에 대한 회상 또는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해보니”, “내가 겪어보니” 등과 같은 표현을 쓰게 되면 통상적으로 우리는 ‘경험’이라고 부른다. 경험을 기획하는 것은 ‘사람들이 이런 것들을 이렇게 쓰게/겪게 함으로써 찾게 되는 일종의 만족감을 주어야 하는 것'이다. 만족감을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보통은 편리함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도구 등 사용성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면 “편리하네”라는 인식을 심어주면 된다. 음식과 같이 먹을 수 있는 것들은 “맛있네”라는 인식을 심어주면 된다. 하지만 경험기획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렇게 해야 할 것이다. ‘설명이 필요 없는 직관적인 형태를 가진 편리함’, ‘가격도 저렴하고 맛까지 보장한 음식에 대한 느낌’ 등을 만들거나 주어야 한다. 결국, 직관적인 형태나 가성비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사람의 행위 습성’과 ‘선호하는 맛’ 즉, 지극히 인간 중심적으로 사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험은 사람이 하는 것이지 사물이 하는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애플 제품들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되게 심플한데, 막상 써 보면 되게 복잡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아이폰을 처음 써 보는 사람도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별로 없다고 한다. 그만큼 '직관적(intuitive)'이라는 말이다. 직관적이라는 의미는 별도의 학습이 필요 없어야 한다. 그래서 다른 경쟁사들도 애플의 아이폰 iOS의 GUI를 많이 참고하여 만든다. 왜 그럴까.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한 번 참고 보기를 부탁드린다) 필자가 생각하는 점은 이렇다. 첫째로, ‘비싼데 이뻐 보인다’라는 것이다. 이뻐 보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구매에 거리낌이 없다. 이쁜데 막상 써 보면 편리하다. 그래서 애플 제품을 쓰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유일한 단점은 ‘비싸다’라는 것이다. 이쁜데 비싸다. 근데 보면 명품과도 유사한 면이 있다. 명품도 이쁜데 비싸다. 명품은 약간의 과시욕(?)을 보여주는 상징과도 같다. 애플도 그러한 면이 있다고 본다. 특히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노트북 전면에 사과 마크가 그려진 맥북을 찾아볼 수 있으며 아이폰으로 통화를 하거나 에어팟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쉽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것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자신들의 사용하는 것들(?)을 통해서 자신의 모습과 처지를 대변해 준다고 은연중에 생각하는 경향이 더러 있다. 일찍이 미국 사회학자인 베블런(Veblen) 은 자신의 논문에서 '소비자들의 과시적 소비'를 주장했다.


“우리가 입는 의상은 모든 보는 이들로 하여금 첫눈에 우리의 재정사정을 보여 주는 명확한 징표로 작용하기 때문에 부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자신의 옷에 대해 비용지출을 하는 것이 다른 어떤 방법보다 좋다.”
(Veblen, 1975(1899): 167)
- 출처 : 명품에 대한 사회학적 해석 (최항섭, 200) / 한국사회과학 제25권 제1∙2호(2003): 225~261 서울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겉으로는 누가 더 잘 사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쓰는 물건, 입고 다니는 옷, 신고 다니는 신발 등을 통해서 자신을 표현하려 한다는 점이다. 애플 제품도 그러한 면이 분명 어느 정도는 존재한다 건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둘째로, ‘대중화된다’라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해야 그 의미가 있다. 몇 가지 애플 제품이 이러한 측면에서 훌륭한 예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우스의 대중화를 일으킨 아이맥(물론 더러는 Microsoft가 대중화를 일으킨 게 아니냐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 그것도 맞는 얘기다), MP3의 대중화를 일으킨 아이팟, 뮤직 스트리밍의 대중화를 일으킨 아이튠즈, 스마트폰의 대중화의 주역인 아이폰, 태블릿의 대중화 아이패드, 무선 이어폰의 대중화를 이끈 에어팟 등을 들어 볼 수 있다. 자세히 보니, 대중화를 일으킨 제품들이 애플의 매출 부분에 크나큰 기여를 한 제품들이기도 하다. 애플이 시초를 이끌다 보니 다른 경쟁사들도 유사한 디자인(제품 디자인, UX/GUI 등)으로 제품을 출시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이쁜데 또 비싼데 그게 또 대중화가 되니 애플 좋은 꼴만 시켜주는 거 아닌가 한다. 근데 그만큼 IT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한 건 그 누구도 부인하지, 아니 부인할 수가 없다. (필자는 애플 찬양론자가 아닌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는 점은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이 두 가지의 요소가 애플 사용자들은 다른 경쟁사로 이탈되게 하지 못하는 잠금효과(Lock-in Effect)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험은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 중심으로 고민하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조금만 더 자세히 보면, 경험은 소비자 중심, 즉 사용하는 사람 중심으로 되어야 하고 또 이루어져야 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인데 신박하게 들리기까지 한다. 필자가 그렇게 생각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생각은 사용하는 사람, 실 소비자가 중심이 되어야 하고 이를 중심으로 설계를 해야 한다고는 알고 있지만 실제의 행동은 그렇지 못하다. 사용하는 사람(사용자) 중심이 아닌 만드는 사람(창작자) 중심으로 자꾸만 설계하게 된다. 왜 그런가 하니, 제품을 만들 때 사용자가 아닌 창작자 중심으로 만들게 되면 사용자 중심의 설계보다 창작자 중심의 방식이 더 쉽기 때문에 그렇다. 제품의 완성도보다는 이슈가 적은 방향으로 흘러가고자 하는 유혹 때문이다. 최고의 완성도를 추구하다 보면 품질에 대한 타협의 순간은 없다. 이 제품이 세상에 나갔을 때, 완벽한 완성도의 제품으로 인식되게 하고자 노력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실제로 제품 개발을 하다 보면 적기 출시를 맞추기 위해서 품질의 완성도보다는 출시의 부담감으로 미완(未完)의 제품을 세상에 내놓게 된다. 그러다 보면, 좋은 평가는커녕 좋지 않은 평가를 받게 되고 결국 판매 부진으로 이어져 회사의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고 이는 (최악의 경우) 회사의 존폐마저 흔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한 두 번의 경우로 그럴리는 없겠지만 사람의 습성은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이 숨은 이유라 하지 않겠는가. 한두 번의 이런 경험이 습관의 형태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손님처럼 들어왔다 주인처럼 들어앉는다”라는 말처럼 기획을 하는 사람에게 있어 가장 중요하고도 경계해야 할 부분이 바로 이런 부분이라 필자는 강조하고 싶다. 그게 상품기획이든 경험기획이든 말이다.


’ 경험을 기획한다’라고 하는 것은 실 소비자를 그 중심에 두고 창작자가 소비자로 둔갑하여 그 경험을 한다라는 가정 하에 모든 것이 구성되어야 한다. 그 경험을 처음 맞이하는 순간의 느낌이 앞으로의 그 경험이 지속되는 반복적인 형태로 발전을 할 것인지 아니면 처음의 순간으로 끝날 지는 그 경험의 첫 순간에 결정된다. 흔히 '첫인상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라는 것이다. 사람은 의외로 편견에 너그러운 편이다. 편협된 관점도 역시 기획자가 가장 경계 시 해야 한다. 편향된 시각을 가지게 되면 흑백논리에 빠지게 된다. 기획자의 입장에서는 흑백논리가 있을 수 없다. 중립 된 입장에서 어떤 면이 소비자에게 실 이익이 될지를 항상 고민하고 이에 대한 가치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어선 안 된다.




덧붙임.


이제 또 한 번의 정리를 해 보자. 1장에서는 상품기획과 경험기획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살펴봤다. 이 둘 간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경제 패러다임의 예로 들어 설명했다. 경제가 변함에 따라 소비자가 느끼는 구매의 형태가 달라진다는 것을 말이다. 2장에서는 경험기획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아봤다. 경험을 기획하려면 소비자가 어떠한 형태의 제품, 서비스 또는 그 외의 것들로 이루어진 모든 것이 제공되는 처음부터 마지막 순간까지의 흐름 즉, ‘엔드-투-엔드’ 개념으로 설계를 해야 한다고 했다. 경험이란 자주, 빈번하게 반복되는 형태로 고착화되고 지속적이고도 반복적으로 사용되게 하려면 직관적이고 쉬운 사용성을 제공해야 함이 필수라고 할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경험기획은 상품기획보다 더 광범위하고 넓게 범위의 사고를 요구하는 작업이다. 해당 기능이나 제품, 서비스가 소비자가에게 처음으로 제안되고 계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최종적으로 ‘최애’ 요소로 만드는 것, 이것이 궁극적인 경험기획의 목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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