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4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생각의 차이가 만드는 시작의 차이

행동을 통해 습득된 경험과 생각(사고)을 통해 얻은 개념은 다르다

by 닥터브룩스 Mar 15. 2025
“일하는 사람은 집 그리는 순서와 집 짓는 순서가 같구나.
그런데 책을 통해서 생각을 키워 온 나는 지붕부터 그리고 있구나.”
출처: 담론, 신영복 지음




신영복 선생남의 이 말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사고의 차이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분명히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경험에 의지하는 사람과 사고를 우선하는 사람은 같은 집을 그리더라도 전혀 다른 출발점을 선택한다. 어떤 것이 맞고 어떤 것이 틀리느냐가 아니라 관점에 따라 해석의 차이가 만들어낸 결과론적인 방향 제시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히 개인의 선호나 능력에서 오는 것일지, 인간의 습관적인 행동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흔히 경험이 사고보다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 몸으로 부딪히며 직접 해보는 것이 진정한 배움이라고 믿어왔다. 특히 현장에서만 일했던 사람들의 경우가 대개 그러하다. 하지만 경험만으로는 세상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경험은 현실을 구체적으로 느끼고 알게 해주지만, 사고는 경험하기에 앞선 그 현실을 해석하고 대비할 수 있는 해안을 주고 더 넓게 확장하는 힘을 준다고 생각한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출처: Lummi.aiⓒMikiwa


경험이 만들어낸 시작은 순서대로 쌓아 올리는 것이다.

경험을 중시하는 사람은 집을 짓는 순서에 따라 사고한다. 기초를 다지고 벽을 세운 뒤 마지막에 지붕을 얹는다. 그래야만 구조적으로 안정감이 생기고 편안한 마음을 들게 한다. 이는 우리가 익숙한 일을 할 때 몸이 먼저 반응하는 습관과 닮아 있고 인간의 몸 스스로가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본능적인 움직임을 이끌어 내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은 확실히 현실경험에 뿌리를 둔 것임이 틀림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경험에서 비롯되어야만 실수를 줄이고 실현 가능성을 더욱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반도체 산업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엔지니어는 공정 개선과 생산성 향상에 집중한다.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데 강점이 있고,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매일 반복되는 작업 속에서 몸과 마음이 자연스럽게 익힌 순서대로 움직이는 법이다. 하지만 전통적인 방식에 고수하다보면 익숙해짐으로 인해서 앞으로의 새로운 가능성을 놓칠 위험도 커진다.

또 다른 예로, 전통적인 요리사를 들 수 있다. 수십 년간 주방에서 칼을 잡아온 요리사는 재료 손질부터 조리 순서까지 완벽하게 익히고 있다. 그들의 요리는 늘 일정한 맛을 보장하지만, 익숙한 레시피에 갇혀 새로운 맛을 만들어 내기에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습관적인 행동은 경험에 비춰진 행동의 흐름 속에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데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오랜 생활 동안 익힌 기술 숙련가의 면모를 보일 뿐 창조적인 전문가로서는 약간의 한계점을 가질 수 밖에 없게 된다.


사고하는 것으로부터 시작은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것이다.

사고를 우선하는 사람은 먼저 지붕을 그리고 그 아래 집을 완성할 방법을 고민한다. 전체 구조를 상상한 뒤 기존 방식이 아닌 더 나은 길을 탐색한다. 경험이 부족하더라도 사고를 통해 문제를 풀어낼 방법을 찾아낸다. 이러한 사고 방식도 위에서부터 아내로 내려가는 인간의 습관적인 사고방식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고의 시작은 큰 것을 먼저 구상한 뒤에 세세한 것을 채워나가는 방식으로 구성한다. 그림을 그릴때 머리부터 먼저 그리고 나머지 신체를 그리는 것처럼 말이다.


스티브 잡스가 스마트폰을 구상했을 때, 그는 기존 휴대폰 제조사처럼 숫자 버튼과 키보드부터 시작하지 않았다. 당시 업계의 습관적인 설계 방식을 따르기보다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이상적인 사용자 경험"을 상상했고 기존의 도구를 활용한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평가해야할 것이다.

또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도 마찬가지다. 그는 실험실에서 반복적인 실험을 하기보다는 사고 실험으로 상대성 이론을 발전시켰다. 사고실험이란 실제 실험 장비나 관측 없이 순수한 상상력과 논리적 추론을 통해 자연의 법칙을 탐구하는 방식으로, 아인슈타인이 물리학적 직관을 극대화한 도구였다.


습관적인 행동이 시작의 차이를 만들어낸 것일까?

경험과 사고의 차이는 단순히 선천적인 성향이나 후천적인 교육의 결과만이 아니다. 우리가 매일 반복하는 행동, 즉 습관이 우리의 사고 방식을 형성한다. 경험 중심의 사람은 익숙한 순서를 따르는 데 편안함을 느끼고, 그 안에서 효율성을 찾는가 하면, 사고 중심의 사람은 익숙한 패턴을 깨고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데서 가능성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습관도 양날의 검이다. 경험을 통해 쌓인 습관은 안정감을 주지만, 사고의 폭을 제한할 수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예를 들어 오랫동안 손으로 글을 써온 사람은 타자기를 처음 봤을 때 이를 거부할 수 있다. 왜냐하면 불편하기 때문이다. 불편하기 때문에 안정감을 기대했던 마음이 이를 거부하게 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와는 반대로, 사고를 통해 습관을 재구성한 사람은 타자기를 받아들이고 더 나아가 컴퓨터 키보드는 상상할 수 있는 영감을 준다.


우리의 습관이 우리를 지배하게 두지 않게 해야한다. 기술 엔지니어가 공정을 준수하면서도 개선에 대한 혁신을 고민해야하고 요리사가 전통을 고수하되 새로운 맛을 상상하는 것처럼 말이다. 반복적인 행동으로 현실 경험을 쌓으면서도 그것을 넘어서는 사고의 폭을 확장시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해야할 것이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가치있게 하기 위한 첫걸음은 아닐까 생각한다.


너의 생각은 너의 말이 된다.
너의 말은 너의 행동이 된다.
너의 행동은 너의 습관이 된다.
너의 습관은 너의 가치가 된다.
너의 가치는 너의 운명이 된다.
- 마하트마 간디 -




작가의 이전글 인식론과 양자역학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