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탄 산에, 나무를 심다.
그 시절, 제 집은 전쟁터였습니다.
이사 후 제대로 풀지 못한 짐들이 현관부터 여기저기 쌓여 있었고,
급하게 필요한 것만 찾다 보니 뜯었고 찢긴 박스들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입주청소까지 깔끔하게 마쳤건만,
다시 어질러진 집.
새벽부터 현장이니 법원이니 쫓아다니느라
커튼 한 번 제대로 열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때의 저는 오직 하나만 생각했습니다.
"싸워서 이겨야 한다"
그 욕심과 스트레스가 제 온 삶을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의 저는 불에 탄 산이었습니다.
오행에서 토(土)는 흙, 산, 대지를 상징합니다.
안정과 중심, 소유와 뿌리를 의미하지만,
제 사주에는 토가 이미 4개나 있었습니다.
화(火)는 토(土)를 생(生) 하기 때문에 토가 많으면 화(火)는 힘들어 집니다.
엄마가 아이를 낳으면 엄마의 힘이 빠지는 원리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토들이 불을 머금은 토였다는 것이었습니다.
메마르고 건조한 산에 불이 붙어,
온 산이 까맣게 타버린 상태.
'화(火)는 열정과 욕망이지만, 과하면 집착이 됩니다.
그 불이 산에 옮겨 붙으며, 모든 것이 재가 되어버립니다.
제 삶이 바로 그랬습니다.
황폐해진 산.
생명이 사라진 땅.
오직 타고 남은 재와 검게 그을린 흙만이 남았습니다.
그 욕심과 스트레스는 나에게 필요한 균형이 아닌,
화의 욕망이었고,
이미 사주에 불을 머금은 토가 많았던 나에게
더 큰 스트레스와 욕심과 끝없는 일에 대한 집착만을 남겼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원하는 대로 되어야 한다는 자만과 욕심의 결과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지인이 건넨 가방 하나를 받았습니다.
명품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평범한 초록색 가죽가방.
그런데 그 가방을 손에 들었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대체 왜 이렇게 살고 있지?"
그날 밤, 저는 오랜만에 푹 잤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먹었습니다.
걸었습니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며 깨달았습니다.
"조금 내려놓으면,
지금의 이 불안과 힘듦에서 벗어나지 않을까?"
초록색은 목(木)의 에너지입니다.
목은 나무, 식물, 생명력을 상징합니다.
성장, 유연함, 새로운 시작의 에너지입니다.
오행에서 목은 토를 극합니다.
목극토(木克土)-- 나무뿌리가 단단한 흙을 뚫고 들어가듯,
목은 토를 다스리고 변화시킵니다.
제게 과다했던 토 에너지,
그리고 그 토에 머금어진 불의 기운이
목으로 인해 극을 당하면서,
자연히 불의 기운도 함께 줄어들기 시작한 겁니다.
불에 탄 산에 새로운 나무를 심는 것.
그것은 황폐해진 땅을 재건하는 일이었습니다.
단단하게 굳어버린 흙을 나무뿌리가 뚫고 들어가
다시 생명력이 흐르게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초록색 가방은 내게
"불에 탄 산을 재건할 첫 번째 나무"였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조금 더 자고,
조금 더 먹고,
조금만 생각하고,
조금 손해 보고,
그렇게 나 스스로와 타협해 갔습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조금 늦어져도 괜찮다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리고 공간에도 변화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1. 정리정돈으로 금(金) 에너지 더하기
먼저 집안의 찢어진 박스들을 정리했습니다.
쓰지 않는 물건을 버렸습니다.
금(金)의 에너지는 정리, 정돈, 선택, 단순함입니다.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는 것만으로도,
공간은 숨을 쉬기 시작합니다.
불에 탄 나무를 치우고,
새로운 숲을 만들 자리를 정리하는 일.
금은 수를 낳습니다. 금생수(金生水)
정리가 되면 흐름이 생기고, 지혜가 돌아옵니다.
2. 물가로 여행 가기 -- 수(水) 에너지 채우기
바다로, 강으로, 호수로 떠났습니다.
수(水)의 에너지는 지혜, 휴식, 흐름, 유연함입니다.
타오르던 욕망과 불안을,
물이 차분히 식혀 주었습니다.
메마른 산에 빗물이 내리듯,
제 마음에도 촉촉한 물이 스며들었습니다.
3. 매일 꽃 꽂기 -- 목(木)과 수(水) 동시에
집에 돌아와서는 매일 꽃을 샀습니다.
꽃병에 물을 채우고, 신선한 꽃을 꽂았습니다.
꽃은 목의 에너지 -- 생명력, 성장
물은 수의 에너지 -- 지혜, 고요함
이 두 가지가 함께 있는 꽃병 하나가,
제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었습니다.
불탄 산에 심은 나무 한 그루 한 그루처럼,
제 삶에도 조금씩 초록빛이 돌아왔습니다.
오행은 어려운 점술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연의 순환원리이며, 무너진 삶을 재건하는 도구입니다.
목(木) -- 초록, 나무, 식물, 성장
화(火) -- 빨강, 불, 열정, 활동
토(土) -- 노랑/베이지, 흙, 안정, 중심
금(金) -- 흰색/회색, 금속, 정리, 선택
수(水) -- 검정/파랑, 물, 지혜, 흐름
이 다섯 가지는 서로를 낳기도(상생), 다스리기도 합니다.(상극).
상생(相生) -- 서로를 낳는, 혹은 돕는 관계.
* 목생화(木生火) -- 나무가 불을 피운다.
* 화생토(火生土) -- 불이 타고나면 재(흙)가 된다.
* 토생금(土生金) -- 흙 속에서 금속이 생긴다
* 금생수(金生水) -- 금속 표면에 물방울이 맺힌다
* 수생목(水生木) -- 물이 나무를 키운다.
상극(相剋) -- 서로를 다스리는 관계:
* 목극토(木剋土) -- 나무뿌리가 흙을 뚫는다.
* 토극수(土剋水) -- 흙이 물을 막는다.
* 수극화(水剋火) -- 물이 불을 끈다.
* 화극금(火剋金) -- 불이 금속을 녹인다.
* 금극목(金剋木) -- 금속 도끼가 나무를 자른다.
제게 필요했던 것은
불탄 산을 재건할 나무(목)
메마른 땅을 적실 물(水),
그리고 정리로 금을 더하는 것이었습니다.
현재, 당신의 산은 어떤 상태인가요?
늘 불안하고 타오른다면 -- 수와토가 필요합니다.
의욕이 없고 무기력하다면 -- 화와 목이 필요합니다.
산만하고 정리가 안 된다면 -- 금과 토가 필요합니다.
메마르고 건조하다면 -- 수와 목이 필요합니다.
당신의 집을 둘러보세요
어떤 칼라가 많나요?
어떤 칼라가 전혀 없나요?
그 답 속에.
당신의 삶이 말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 경험을 나누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여러분 중 누군가도
저와 같은 상황에 처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불탄 산처럼 황폐해진 삶.
커튼도 열지 못한 채 어둠 속에서 싸우고 있는 누군가.
집은 전쟁터고, 마음은 폐허인 누군가.
그러니 이 글은 소설도, 에세이도 아닌
나의 삶의 경험에서 시작된 '오행인테리어 사용 방법'입니다.
당신도 그렇게 시작해 보세요.
불탄 산에 나무 한 그루 심듯,
당신의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어 보세요.
작은 초록색 하나에서,
당신의 재건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다음 화에서는
현관부터 시작하는 공간정리와
나에게 부족한 오행 에너지 스스로 진단하는 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당신의 공간이 달라지면,
당신의 삶도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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