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홍대의 방송 프로덕션에 면접을 갔다.
면접관은 프로덕션 대표 감독님이었고 일대일 면접으로 진행이 됐다.
방송 경력이 전무했던 나였기에 면접은 간단한 신상에 대한 것과 방송을 얼마나 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 왜 방송이 하고 싶은가?
- 좋아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무엇이고, 왜 그런지?
- 어떤 방송을 만들고 싶은지?
- 그런 방송을 만들기 위해서 현재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 기대와 다르게 힘들 수 있는 방송일인데 잘 견딜 정신력과 체력이 있는지?
나는 면접 경험이 전무했기에 무조건 잘할 수 있다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어필했던 걸로 기억한다. (사실 위 질문은 방송작가를 시작하려는 모든 지망생들에게 필수적으로 묻게 되는 질문이기도 하다.) 그런 내 모습이 좋아 보였던 건지, 의욕이 넘쳐서 뭐든 잘할 것 같았는지 다행히 면접은 합격이었다.
그렇게 나는 2008년 2월부터 방송 프로덕션에 출근하게 되었다.
방송작가로서 첫 발걸음을 내디딘 순간. 얼마나 설레었는지 자다가도 심장이 뛰고 웃음이 날 지경이었다. '이제 나도 방송작가야! 나도 내 글을 써서 방송에 내보낼 수 있어'라는 설렘이 그 어떤 연애보다 설렜고 행복했다. 그야말로 내 인생에 꽃길이 펼쳐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2008년 2월 1일 , 방송작가로서의 첫 출근을 했다.
출근 시간은 오전 9시까지.
당시 내가 했던 오전 업무는 사무실에 있는 선배 작가들, 피디들의 책상을 청소하고 머그컵을 씻고, 커피를 내려놓아야 했다. 사무실 바닥이 더러우면 조연출과 함께 대걸레질을 했고, 그 날 아침 신문을 정리해서 대표님 책상 위에 올려놓는 것이 아침 일과였다. 또 대표님의 은행업무, 우편업무까지 담당했었다.
이런 잡무가 끝난 후 피디님들이 촬영해온 6mm 촬영 테이프를 정리하고 컴퓨터 편집 프로그램에 넣을 수 있게 파일 변환 작업을 했다. 요즘에야 카메라 메모리 카드로 쉽게 촬영 파일을 옮길 수 있지만 내가 막내작가였던 시절에는 전부 6mm 테이프로 찍고 변환 후 편집이 가능했다. 사실 이 업무는 조연출의 업무였지만 방송 업무를 빨리 익히기 위함이라며 나에게도 같이 시켰던 일이었다. 그렇게 변환작업이 끝나면 점심시간이다. 점심은 주로 배달음식을 시켜먹었고 비용은 회사에서 내주었다. 오전 내내 내가 생각하는 작가로서의 업무는 하나도 하질 않았다. 글은 언제 쓰지? 선배 작가님들이 출근하시면 글 쓰는 방법을 알려주시나? 이런 나의 생각과 달리 현실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