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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희진 Aug 18. 2019

한 번쯤 들어봤을 '막내작가'


<1박 2일>이나 <무한도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거다. '막내작가' 


막내작가란 작가들 중 가장 낮은 연차의 작가로 이제 막 방송계에 입문한 작가를 뜻한다. 팀의 막내라는 뜻으로 좀 더 정확한 명칭은 '취재작가'이지만 대부분 '막내작가'로 통칭해서 부른다.  취재작가는 방송에 필요한 전반적인 아이템 자료조사와 섭외가 주 업무지만 조연출과 함께 팀 내 모든 '잡일'담당이라고 보면 된다.


내가 일을 시작한 프로덕션에서는 KBS <영상앨범 산>이라는 자연다큐 프로그램과 KBS <세상의 아침>의 '헬로 숲'이라는 코너를 제작하고 있었다. 두 프로그램 모두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의 산과 숲을 다루고 있었다. 나는 혼자서 이 두 프로그램을 서포트해야 했다. 


나에게 주어진 취재작가로서의 첫 업무는 '지리산 종주'에 대한 자료조사였다. 산의 능선을 따라 며칠 동안 등산을 하는 것을 종주라 불렀는데 그 단어는 생소했지만 '지리산'은 너무도 익숙한 우리나라의 명산이었다. 익숙하게 들어본 산인지라 그렇게 어렵게 느끼지 않았다. 바로 인터넷 검색창에 '지리산 종주'라고 검색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후기가 쏟아졌다. 제일 처음 검색창에 뜬 후기부터 10페이지 정도까지 읽어보니 다 비슷비슷한 내용이었다. 그중에서 가장 사진도 많고 자세히 쓰여있는 포스팅을 한글 문서에 복사해놓았다. 세 시간 정도 하다 보니 100여 장의 자료가 모였다. 난 이 정도면 된 것 같다 생각해서 프린트해서 선배 작가님께 가져다 드렸다. 그 결과 불호령이 떨어졌다. 


방송의 기본은 정확한 사실로서 구성이 돼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객관적이면서도 간결하고 깔끔해야 한다. 정확한 정보는 관련 공기업의 공식 홈페이지 정보나 관계자에게 직접 연락해서 알아내야 했다. 사람들의 후기는 너무 주관적이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료들이다. 그 자료들은 참고는 될 수 있지만 정확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료조사를 해야 하는 것일까. 간단하게 목록으로 정리해보자. 


# 아이템의 기본 자료

- 지리산 종주란 무엇인가 

- 지리산 종주의 코스와 소요시간 


# 아이템 진행 자료  

- 지리산 종주에 필요한 물품 

- 지리산 촬영에 필요한 정부기관의 허가 절차 및 관계자(담당자) 연락처 

- 지리산 대피소 예약 및 연락처 

- 촬영 시기에 지리산에서 볼 수 있는 풍경 및 특이사항 

- 예상 촬영 기간의 지리산 날씨 


기본자료와 진행자료는 '디테일'의 차이가 보일 것이다. 기본자료는 우리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기본적인 통상적 자료이고 진행 자료는 '만약 내가 지리산 종주를 한다면?'을 가정하게 궁금한 것들을 스스로 떠올리고 정리해서 자료를 찾아야 되는 것이다. 이 과정은 자세하면 자세할수록 좋은 자료가 된다. 생각을 가지치기해나갈수록 자료는 다양해지고 더 넓은 시야로 바라볼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을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다. 하나씩 하다 보면 자기만의 정리법과 요령이 생기고 선배 작가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의 자료까지도 찾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취재작가는 꼼꼼한 자료조사만 잘하면 되겠네 생각하겠지만 이건 기본 중의 기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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