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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mi Jul 23. 2018

안녕 모스크바, 반가워 아테네!

안녕 모스크바


 새벽에 잠을 깨니 온몸이 두드려 맞은 것처럼 아팠다. 4시간도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더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여유 있게 비행기를 타기 위해 새벽부터 서둘렀다. 새벽 5시에 공항행 버스를 타니, 어제 같이 고생했던 승객들의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공항에 도착해 수속을 밟고 나니 7시가 조금 안된 시간이었다.

모스크바 공항에서 먹었던 아침


 어제 받은 바우쳐로 면세점 내 식당에서 간단히 아침 식사를 했다. 러시아항공에서 제공한 바우쳐는 사용처가 구체적으로 명기되어 있지 않아 걱정을 했으나 대부분의 식당에서 사용 가능한 듯 했다. 1인당 1,000루블로 먹을 것을 사먹는 데에 크게 부족함은 없었으나 음식이 입에 잘 맞지는 않았다.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어 이름 모를 러시아식 스프같은 것을 시켰는데 정말 알 수 없는 맛이었다. 식사를 하고도 시간이 꽤 남아 기다리는 시간은 지루했지만, 모스크바 공항은 와이파이가 잘되는 편이라 그나마 덜 힘들었다.


눈으로 뒤덮혀 새하얗던 모스크바 공항


 탑승 시간이 되어 드디어 아테네행 비행기에 올랐다. 2시간 가량 짧게 거쳐 갈 줄 알았던 모스크바를 나는 14시간을 보낸 후에야 떠날 수 있었다. 비행기를 타고나서야 조금이나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이번과 같은 해프닝은 제발 오늘로 끝나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반가워 아테네!


비행기 창을 통해 본 그리스

 사람이 꽉 찼던 모스크바행 비행기와 달리 모스크바에서 아테네로 가는 비행기는 좌석이 좀 여유가 있었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편안한 비행이 될 수 있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창밖으로 그리스가 보였다. 그리스는 산지, 구름, 분지 등으로 복잡한 지형을 이룬다고 했었는데 과연 그러했다. 산과 산맥들이 끝도 없이 줄지어 서있었다.

 그렇게 경유 시간을 포함하여 30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아테네에 도착했다. 이번엔 모스크바 경유 때처럼 심한 연착은 없었다. 하지만 도착했다는 기쁨을 누릴 수도 없게 착륙 당시 머리와 귀가 너무 심하게 아파 온갖 엄살을 부리며 식은땀까지 흘려야만 했다. 다행히도 착륙 후 천천히 진정이 되었지만 옆에 있던 사촌동생까지 놀라게 만들었다.

 겨우 진정을 하고 공항 밖으로 나가 바로 언니 집으로 가는 택시를 탔다. 공항에서 아테네 시내까지는 고정요금 38유로를 부과한다고 한다. 택시 기사들이 여행객들을 상대로 바가지를 많이 씌운다는 이야기를 들어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도 좋은 분을 만난 것 같았다. 택시 기사님이 어디서 왔냐고 물어 한국에서 왔다고 대답하니, 바로 서울에서 왔냐고 묻는다. 그러고는 그리스 사람들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를 좋아한다고 하며 웃는다. 머나먼 타국에 와서 듣는 한국 제품 이름이 왜이리 반가운지 모르겠다.


언니 집 주변 거리

 택시 창밖을 통해서 본 아테네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도시였다. 그리스의 인구는 서울 인구와 똑같은 1,000만 명. 그 중 400만 명이 이 곳 아테네에 산다고 한다. 내가 도착한 12월은 그리스도 겨울에 속하지만, 낮 온도가 10도를 넘을 정도로 따뜻하고 온화했다. 그래서일까. 사람들과 건물에서 지중해 국가 특유의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내가 본 아테네의 첫인상이었다.

 택시를 타고 30분을 달려 드디어 언니 집에 도착했다. 아테네 시간 오후 2시. 한국 집에서 출발한지 장장 36시간 만이었다. 함께하는 사촌동생이 있는데도 힘들고 막막할 때가 있었는데, 이 먼 길을 홀로 다닌 언니가 사뭇 대단하게 느껴졌다. 언니 집에 도착해서는 간단히 허기를 채우고 잤다. 언니가 시차 적응을 하려면 벌써 자면 안된다고 말렸지만 쏟아지는 잠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아테네에서의 첫날밤이 저물었다.


(아테네 택시)

공항에서 시내까지 고정요금 38유로


(아테네의 배달음식과 efood)

아테네의 배달앱, efood


 첫날 언니 집에 도착해 허기를 채우기 위해 간단하게 신라면을 먹은 걸 빼고, 처음으로 먹은 아테네 음식은 배달음식 이었다. 생각 외로 아테네는 배달 시스템이 아주 잘 되어 있었다. 그리스에는 우리나라의 배달의 민족과 비슷한 앱으로 efood를 사용한다고 한다!


자주 시켜먹던 배달 음식, 가격이 아주 저렴했다


 우리는 한국에서 닭꼬치, 돼지고기꼬치 같은 것을 시켰는데 가격은 배달비까지 포함해서 1유로(한국 돈 1300원)로 아주 저렴했다. 거기에 같이 먹을 수 있는 난이나 감자튀김 같은 것도 함께 온다. 조금 짜긴 했지만 입맛에 잘 맞아 맛있게 먹었다. 한국에서 닭꼬치를 사먹으려면 보통 2,000원은 하는데 훨씬 저렴한 가격에 배달까지 되는 것에 놀라며 집에 돌아가기 전까지 많이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식당에 가서 먹으면 팁을 줘야하기 때문에, 배달을 시키나 식당에서 가서 먹나 가격은 비슷하다고 한다. 간간히 할인 이벤트도 하니 놓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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