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법인의 뱅킹 시스템 적응기
해외에서 법인을 운영하다 보면 기본 업무 중 하나는 바로 자금이 오가야 하는 은행 업무이며, 한국과는 다르게 대부분의 경우 다른 공동 창업자가 대신해 줄 수 없는 대표자 고유의 업무이자 권한 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업무라 할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 법인으로서 처음 은행업무를 하다 보면 절대 예상치 못한 일들이 계속 발생하며 시간에 쫓기며 애태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는 한국에서 현지로 돈을 송금했는데 송금 은행은 돈을 보냈다고 말하고, 수취 은행에서는 돈이 사라져 이를 처리하는 일주일 동안 매일매일 은행 대리점에 방문하여 소리치며 미친 사람 취급을 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불편함을 조금이라도 줄이시라는 의미에서 제가 겪었던 상황들을 풀어보고자 합니다.
<은행 선택>
경제 규모의 크기가 일정 크기 이상 국가의 경우는 한국에 본사를 둔 은행들이 보이며, 이러한 은행들의 경우 높은 확률로 매니저가 한국인이거나 한국말이 아주 유창하며 창구에서 손님을 응대하는 창구 직원들도 한국어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현지 모바일 앱의 경우도 한국어 지원이 되기 때문에 매우 익숙한 방법으로 뱅킹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어 이왕이면 한국에 본사가 있는 은행들을 이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일부 재무/회계 관련 직원들이 본인들이 업무 하기 편한 은행을 사용하자고 주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직원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으며, 직원이 바뀔 때마다 주거래 은행이 바뀔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직원이 편리한 은행보다는 경영자가 사용하기 편리한 은행으로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경우가 많이 발생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자에게 편리한 은행이 없는 경우는 대리점이 가까워 대면 업무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은행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투자금 계좌>
해외에서 외자 법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본금을 해외에서 유치하기 위한 투자금 계좌를 개설해야 하며, 법인이 설립 후 일정 기간 내 자본금이 투자금 계좌로 입금됨을 확인해야 정식으로 법인을 인정받고 사업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자본금의 경우는 투자금으로 송금되어야 하기 때문에 만약 본사가 한국에 있다면 한국은행에 <해외 투자 신고>를 진행해야 돈을 송금할 수 있습니다. 투자 신고 시에 작성해야 하는 서류의 종류가 매우 많으며 또한 오프라인으로 방문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최대한 한국에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도록 일정을 잘 조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본금을 송금하고 나서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추가적인 금액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투자금으로 돈을 또 송금하게 되면 현지 법인의 자본금이 바뀌고 또다시 한국은행에 신고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다른 방법으로 자금을 융통하게 됩니다. 향후 투자사에서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경우나 엑싯 등을 진행하는 경우 본사에서 송금했던 금액을 현지에서 다시 환수해야 하는데, 이때 국가에 따라 해외 송금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들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나마 은행을 통해 해외로의 자금 이동이 편리한 법인 간 Loan을 통하여 본사에서 현지 법인에게 자금을 빌려주는 형식으로 송금했다가 일정 시간 이후에 이자와 함께 반환하는 식으로 자금을 운용하거나 컨설팅 등의 항목으로 본사에 비용을 청구하는 식으로 운영도 가능합니다. Loan 형식의 자금 이동의 경우 이자는 필수적으로 발생하고 이 이자에 대해서 금융소득세가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반환 일자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자금 융통 리스크를 잘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조금 회사가 성장하게 될 경우 한국보다는 자금 운용이 편리한 싱가포르 혹은 미국 지주회사 등을 만드는 것도 고려하게 되지만 추가적인 중간 지주회사 설립 및 운용, 그리고 계좌 개설에는 비용이 많이 발생하므로 일정 규모 이상 성장하면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투자금 계좌의 경우 일반 입출금 계좌와 다르게 현지 통화가 아니고 미국 달러인 경우가 일반적이며, 상황에 따라 대표가 꼭 대리점에 방문하여야만 인출이 가능한 경우가 있으므로 현지 은행의 프로세스를 미리 알아놔야 합니다.
<법인 업무>
한국의 경우도 법인 업무의 경우는 별도의 창구에서 업무를 진행하듯 해외에서도 법인 업무는 별도의 담당자가 배정되어 진행되나, 담당자의 역량에 따라 업무 진행 속도에서 큰 차이가 발생하며 해외 송금 등의 업무까지 처음인 경우는 담당자를 가르쳐가며 일을 진행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처음에 해외 송금 업무를 잘 모르는 직원과 진행하던 중에 돈을 해외에서 수취하여 계좌로 입금처리 된다고 얘기 듣고 안심하고 있었는데 3시가 될 때까지 돈이 안 들어와서 다시 전화해 보니 곧 될 거라고 답변을 들었습니다. 그러더니 다시 4시쯤 전화해 보니 본점에서 돈을 수취하지 않았다고 무작정 안된다고만 얘기하는 겁니다. 바로 5시 직전에 은행으로 쳐들어가서 그럼 아까 말한 건 거짓말이었냐고 아무리 묻고 따져보아도 안 되는 건 안된다고 나만 바보 같은 사람이 되었었습니다. 때문에 주변 다른 스타트업 대표님들께 해외 송금을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은행이나 담당자를 소개받아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훨씬 수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은행 업무가 되었든 간에 절대 하루라도 미루지 말고 최대한 빠르게 진행해야 합니다. 이유인즉슨 담당 직원이 얘기치 못한 휴가로 자리가 비게 되거나 정말 최악의 상황에는 퇴사나 상해, 사망 같은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는 기약 없이 업무가 미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송금 관리>
법인 간 거래 시 해외송금이 진행되는 경우 여러 단계를 걸치게 되며 시간도 오래 걸리고 많은 서류가 필요합니다. 아무리 최소한의 단계로 송금이 진행된다 하더라도 송금 은행 => 중간 은행 => 현지 국책은행 신고 및 허가 => 수취 은행 => 법인 계좌의 단계를 걸치게 되는데, 이때 한국의 은행을 사용하는 경우 송금 은행과 현지 수취 은행을 일치시키게 되면 업무 진행이 훨씬 수월해질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두 은행을 같은 은행을 사용하길 추천드립니다.
또한, 송금 금액이나 여러 조건 상 제한이 걸려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중 주말 간 송금의 경우 금액 제한이 굉장히 작게 고정되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도 법인 간 송금 제한이 있으나 그 상한 금액이 매우 크며 송금 제한 금액을 변경하는 과정도 비교적 쉬운 편입니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이러한 과정이 굉장히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에 평일 or 주말 간 송금 금액 제한이나 1일 송금 금액 제한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문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모든 은행 업무에 필요한 증빙자료들은 하드카피로 작성하여 스크랩해 놓고 또한 스캔하여 소프트카피를 필수적으로 정리하여 정확한 아카이빙이 필요하며, 담당자가 자리를 비우더라도 바로 대응이 가능합니다.
결국 위의 모든 과정에서 대표자가 돈의 흐름을 정확하게 알려고 하는 노력이 필수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