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아빠, 지휘자는 뭐 하는 거예요??
아빠: 지휘하는 거야....
약 30년 전 덕수궁 앞마당에서 공연을 했던 오케스트라를 보면서 아버지한테 물어봤던 질문과 대답이었습니다. 어렸을 적에는 지휘자가 무슨 역할을 하고 왜 필요한지 전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다들 프로 연주자들인데 어련히 맞춰서 눈치껏 한두 곡 정도는 무난하게 연주할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린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온유하고 조화롭지 않았으며, 발을 맞추어 걷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머지않아 깨닫게 되었습니다.
오케스트라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모든 연주자들이 쉬지 않고 연주하는 것은 아니며, 연주를 하지 않는 구간에서는 다른 악기들의 연주에 귀 기울이며 자신의 차례를 준비하고는 합니다. 하지만, 곡이 시작하는 순간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집중력을 유지해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지휘자, 마에스트로'입니다.
이렇게 쉬지 않고 집중력을 유지해야 하는 지휘자를 보고 있노라면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창업자 혹은 경영자들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고는 합니다.
물론 많은 지휘자들은 오케스트라를 구성하고 있는 연주자들 한 명 한 명 보다 악기를 연주하는 실력이 뛰어나지는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곡 전체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하여 개성이 제각각인 악기와 연주자들을 한 곳에 모아 조화롭게 드기 편안한 예술을 만들어 청중들에게 전달하고는 합니다.
단순히 음악을 전달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라, 피나는 노력과 에너지를 한 점에 모으는 집중력과 그들의 진심 어린 노력이 음악을 통해 세상에 전달될 수 있기 때문에 감동을 주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얼마 전, 1시간 20분의 열정을 쏟아내고 약 26초의 숨 막히는 정적을 만들어낸 '정명훈' 지휘자가 고된 여정을 마치고 난간에 기대는 순간 우레와 같은 갈채가 쏟아진 이유는 바로 위와 같은 마에스트로와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혼신의 노력과 집중이 청중들에게 전달되었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우리 창업자들은 이런 마에스트로와 같은 당당한 모습으로 연주자, 즉 직원들을 하나로 뭉쳐 우리의 울림을 세상에 알려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