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임원은 처음이에요
창업자는 창업과 함께 시작하여 회사를 엑싯하거나 청산 등의 절차로 창업이 끝나는 순간까지 끊임없이 리더십을 평가받고 저울질하게 됩니다.
저 역시도 스스로 리더십이 있는 사람이냐?라는 물음에는 선뜻 긍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더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라 12년의 학업 과정을 떠올려보면 반장 1번, 부반장 2번 정도의 기억만 어렴풋하게 남아 있으며, 전교회장이나 혹은 과대표 등과 같이 누가 봐도 굵직하게 리더라 볼 수 있는 자리까지 맡아 중책을 역임한 적은 없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회사에 입사한 후에는 한 회사에서 10년이 넘는 시간을 몸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과장'이라는 직급까지 승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내에서 특진하는 에이스는 아니었지만,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고 때가 되면 승진이 다름 사람보다 뒤처지지는 않았으며, 오히려 중요한 부서에서 근무한 경력으로 나름 탄탄한 커리어를 쌓았다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회사를 나와서 그 당시 나의 모습을 돌아보면 하고 싶은 일만 하는 편식쟁이였으며, 부하직원을 이끌고 어려움을 나누는 믿음직한 선배는 아니었음을 너무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과장(課長)이라는 지급의 의미에서 장(長)이라는 뜻은 소위 리더가 되었음을 뜻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과장이라는 직급조차도 무거웠으리라 생각되었습니다.
창업을 하고 난 후에는 직급이나 직책이 무엇이든 간에 나는 창업자로서 회사에서 가장 높은 사람 중 한 명이고 모든 계약서에 '이해관계인'이라는 이름으로 책임과 의무를 분담하게 됩니다. 결재할 권한을 갖고 있었으며, 직원을 고용하고 월급을 결정하고 성과에 따라 해고의 결단을 내려야 했으며, 우리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끊임없이 내/외부에서 발굴하고, 월급을 주기 위하여 자금을 조달하면서, 직원들끼리의 불화를 잠식시키고 사기를 북돋우며, 누구보다 모범이 되어 사무실을 깨끗이 하고, 가장 먼저 출근해서 가장 늦게 퇴근하며, 사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관심 갖고 귀 기울이며, 업무를 분담하고 교육하고, 또한 직원들을 대함에 있어 공명하고 투명하게 소통하며 또한 냉정하게 평가해야 하는 사람이 되어야 했습니다.
스타트업을 한다는 것은 창업전 지난 10년의 실무를 경험한 회사에서 내 일만 잘하면 되었던 시절 그리고 10~20년에 걸쳐 서서히 리더십을 보고 배우며 만들어지는 리더가 아닌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한 리더십을 당장 갖추어 위에서 언급한 모든 일들을 무엇 하나 빠지지 않게 수행해 내야 했습니다.
창업 후 첫 1년은 군대에서의 소위 '짬 내'가 빠지지 않았듯이 회사에서의 직원으로 리더의 모습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나는 또 누군가를 찾아 내 리더로 생각하며 그 뒤로 숨는 것이 스스로에게 위안이 되었고 더 안전하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이제 사자든 하이에나든 사냥에 성공하지 못하면 죽음이라는 절실함이 더해지면서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리더라는 자리를 받아들이게 된 자신을 돌아보며 결국 나에게 부족했던 건 리더십이 아니라 '절실함'이 아니었을까 하는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수많은 난관들이 앞을 가로막고 힘든 역경들이 있겠지만 오롯이 리더로 설 수 있음을 받아들인 뒤로는 이제 두려움을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