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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철 Jul 02. 2019

한사람의 죽음과 맞바꾼 세기의 건축

따뜻한 하이테크 건축, 장 마리 치바우 문화센터

장 마리 치바우 문화센터의 일부 / 건축의 탄생에서



1989년 5월 4일, 뉴 칼레도니아 카낙족 지도자가 테러로 암살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암살당한 인물은 프랑스로부터 독립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 FLKNS(Front de liberation nationale kanak et socialiste) 카낙 사회주의 국가해방전선의 수장인 장 마리 치바우였다. 장 마리는 프랑스에 무조건 대항하지 않고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서로 화합하며 독립을 이루어 나가려 했지만, 자주 폭동을 일으키던 급진적인 극단세력들에게 결국 암살당했다. 그 사건 이후로 그를 존경해왔던 칼레도니아 원주민들의 분노는 거세어졌고, 프랑스 정부는 날로 격해지는 상황을 진정시킬만한 대책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의 죽음을 위로하는 동시에 화해를 제안하는 의미로 그들의 언어와 역사를 알리고 삶을 이어나갈 수 있을 카낙 문화발전기관을 누메아 (Noumea)에 설립하기로 한다. 그렇게 프랑스 정부는 장 마리 치바우 문화센터 국제 현상공모를 추진했지만, 여론은 정치화된 프로젝트의 상징이라며 고운 시선을 보낼리가 없었다. 하지만, 많은 협의와 논의 끝에 계획은 지속했다. 1991년에 여러 쟁쟁한 건축가들 사이에서 퐁피두 센터를 설계한 하이테크 건축가 렌조 피아노의 작품이 현상설계에서 채택됐고, 건축은 1998년에 완공됐다.



건축은 대략 이렇다. 정부는 전통과 아름다운 티나 반도의 경관을 연결하는 건축물을 만들기 원했다. 그래서 피아노는 카낙족의 전통 가옥인 까즈(case)를 모티브로 나무와 금속을 절묘하게 배합해 새로운 건축을 만들어냈다. 총 10개의 크고 작은 알과 같이 생긴 유닛은 전시시설, 사무실 그리고 예술 스튜디오로 크게 3개의 빌리지로 나누어진다. 각 다른 기능을 가지고 있는 건축물이지만, 바다를 배경으로 일렬로 늘어선 모습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새의 알이 있는 둥지처럼 보여 신비한 장관을 연출한다.



건축물은 대자연의 섭리를 받아들였다. 이 지역은 바다를 접하고 있어 컴퓨터 시스템을 이용하여 바람문을 자동으로 여닫아 계절마다 다른 바람을 조절했다. 그리고 피아노는 자신이 하이테크 건축가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이로코 나무를 건축재료로 사용했는데, 곰팡이와 개미가 쉽게 증식하는 습한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재료로 쓰기에 적당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스테인리스강을 세워 전체적으로 둥그렇게 건축물을 감쌌다.



피아노는 건축적인 것 이외에 사람의 마음을 생각했다. 그래서 예술을 담았다. 600개가 넘는 현대 작품들을 받아들여 전시하고, 워크숍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주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예술과 문화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서로 이었다. 그들의 언어와 전통문화를 보존할 목적으로 미디어 라이브러리와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그들의 문화를 알리고 있다.



섬 끄트머리에 서서 바다 너머 누군가를 하염없이 그리워 하는 듯한 장 마리 치바우 문화센터는 금속 중심의 하이테크를 넘어선 하이터치가 되어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 사람의 마음을 알아챈다는 건 엄청난 일이다. 건축은 안으로 사람을 들이기도 하지만, 사람 안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그렇게 장 마리 치바우 문화센터는 사람의 마음에 들어가 그들을 토닥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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