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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니 May 23. 2024

단발, 운동, 안아주기 그리고 조금만 울기로 했다

"수술 전 체력 만들기"

긴 머리가 거추장스러워 미용실을 찾았다. 큰 녀석 낳기 전 쇼트커트를 한번 했으니... 거의 10년 만에 결심한 단발이다. 사실 긴 생머리가 어울리지 않는 나이는 꽤 되었는데 왠지 모를 마지막 남은 젊음의 상징이랄까 (요즘은 똑 단발이 다시 유행이라 그런 말이 무색하지만) 이번에 잘라버리면 영영 기르지 못할 것 같은 마음에 미루고 또 미뤄온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수술 시 수술모자를 써야 하기 때문에 당일 머리가 길면 간호사 선생님들이 양갈래 머리를 땋아주러 오신다고 하는데 갑상선 동기들 사이에 여성 수술자들의 의식 같은 것처럼 이야기되고, 단발머리는 다행히 그런 절차가 없어 훨씬 수월하다 라는데 귀가 솔깃한 것도 사실이다. 더군다나 수술 후 며칠간 씻지 못해 떡진 머리를 상상하면 짧은 게 덜 무겁겠지 싶어 단발의 결심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싹둑. 머리를 아래로 질끈 묶어 댕강 잘라내는 데 까지 걸린 시간은 단 20초 남짓. 허리춤까지 되던 머리카락을 자르는 일은 고민과는 달리 꽤나 빠르고 단순했다. 어랏. 거울을 보니 나쁘지 않은데? 세상 날아갈 것 같이 산뜻함과 새로운 스타일에 흐드러지게 머리를 말려주시는 손길 사이로 씩 웃음이 스며든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 역시 기분전환에는 머리 하는 것만 한 게 없지!


"딩동. 엄마 왔다!"

"우와~~~~~~~~~~! 엄마엄마! 머리 예쁘다"

"여보 머리 잘랐네? 잘 어울려!"


눈이 똥그래지며 금세 알아봐 주는 식구들 덕에 더더욱 기분 좋은 날이다. 긴 머리에 회사에서야 늘어뜨리고 다닌다지만 집에서는 늘 질끈 돌려 묶고 다녔었는데, 엄마머리 고파 안달인 둘째 녀석이 내게 폭 안겨 짧지만 뺨 아래까지 내려오는 찰랑찰랑한 머리칼에 얼굴을 부비덴다. 다시 아가를 품에 안은 것 마냥 나도 좋다. 그래 오늘의 주인공은 나야 나! 단발머리 하나로 낭랑한 오늘 하루의 주인공이 되어 본다.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나름 운동러버였던 나는 안 해본 운동이 없는데 그 마저도 회사 핑계로 출퇴근 걷기와 숨쉬기 운동이 다였던 지난날을 반성하며 집 앞 필라테스를 등록했다. 수술 후 체력이 말도 못 하게 떨어진다는 말에 덜컥 겁이 난 터라 떨어진 체력 회복하기가 최우선 목표다. 찰랑찰랑 단발의 아줌마는 몸이 예전 같이 가 않아 뚝딱거리기 일쑤지만 머리 하나 만으로도 더 날렵해진 듯한 기분으로 수업을 따라간다.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끝나고 난 뒤의 개운함과 짜릿함이란! 오전 운동 후 아이들을 맞이하는 일 또한 큰 기쁨이다. 피식피식 기차 소리에 고소한 밥내음으로 아이들을 기다리는 오후는 위로의 나날들이다. 매일의 체크리스트에는 가족들 하나하나의 이름을 쓰고 꼭 안아주기를 잊지 않는다. 등굣길 하굣길 시시 때때로 안아주면 걀걀걀 웃어 넘어가는 아이들 소리에 새삼 새로움이 마음으로 느껴진달까.


이 사소한 것들이 모여 오늘을 살아간다.

오래도록 이어 묵혀온 많은 고민을 맺는 기운을 얻어간다.

사소하게 웃고, 사소하게 울고 희망하며!

그리고, 이제는 조금만 울기로 했다.




*1. 단발머리. 수술 전 단발머리를 너무 추천해요. 기분전환은 물론이거니와 수술 후 샤워를 못해도 덜 찝찝함은 덤이고요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적인 상처관리를 해줘야 하기 때문에 머리가 길면 은근 목 주위에 닿는 것이 신경 쓰일 일도 없어 참 좋아요. 단점이라면... 수술 이후 2년이 지난 지금도 긴 머리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전 쭈욱 이 단발의 매력에 빠져 돌아가지 못할 듯싶네요.


*2. 운동. 운동은 어찌 보면 식이요법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수술 전 관리 포인트겠죠. 갑상선 수술 후 특히나 체력이 많이 떨어질 수 있어요. 꼭 수술 전 운동을 우선순위로 생각해 체력을 쌓아 놓으세요. 간단한 산책, 등산, 요가나 필라테스 등 무엇이든 좋아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체력이 따라 준다면 근력 운동을 하시는 것을 더 추천드려요. 몸의 건강은 물론 운동을 완주 한 뒤의 자신감과 성취감이 쌓여 수술을 준비하는 단단한 마음을 만들어 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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