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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효원 Dec 05. 2023

성격

[깜언 베트남 19] 나이 마흔, 남자 셋, 여행(시즌 3)

“닭볶음탕에 생막걸리 어때요?”


사랑의 라운드를 마치고 J 형님이 물었다. 내가 뭐라 답하기도 전에 김차장이 먼저 답했다. “키야, 좋다!” 닭볶음탕? 지난 월요일, 안사람이 없어서 밀키트 사다가 맛있게 해 먹었지. 막걸리? 내 고향 포천은 물이 좋아 막걸리로 유명해 축제도 하는데. 김차장이 ‘먹고 싶은 거 다 말해!’라고 해서 수줍게 대답한 프랑스, 이태리 등 세계 각국의 음식은 언제 먹을 수 있을까.


오호! 이 닭볶음탕 정말 맛있는데?! 이 낯선 공간에서의 낯익은 풍경과 기대 이상의 맛에 기분은 56도 웨지 샷처럼 수직 상승. 무엇보다 함께한 사람들이 좋았다. 입담이라고 하면 김사장과 안기자의 실력은 골프의 백만 배쯤 된다. 누구보다 재미나게 놀 수 있다. ‘잘했다, 늘었다, 부어라, 마셔라!’ 서로를 독려하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이 뒤풀이는 단언컨대 버디급!


“가자, 언더더씨(Under the SEA)로!” 김차장이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평소 어울리는 골프 멤버들이 다른 곳에서 라운드를 마치고 거기서 뒤풀이하고 있다는 것. 드디어 전설의 L 대표를 만나는 것인가! 클럽을 처음 잡고 6개월 만에 싱글을 쳤다는 이 구역 골프 짱! “가서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봐. 잘 얘기해 줄 거야.” 2년 넘게 해도 120개 치는 나와 뭐가 다를까?


“사실 제가요, 라운드 할 때 다른 사람들 신경을 좀 많이 쓰는 편이에요. 일행들 보조 맞추고 싶고, 캐디 덜 피곤하게 하고 싶고, 뒤 팀 붙으면 더 조급해지고. 그래서 빨리 치려고 급하게 치면 망샷이 나와서 더 늦어지더라고요. 어제도 전반에는 17대 1로 싸우는 기분이었어요. 심지어 잔디가 아플까 봐 디봇(Divot)을 만들지도 못해요. 뒤땅 쳐서 가끔 날 때도 있지만요.”


내가 말을 묵묵히 듣던 L 대표가 한참 만에 입을 뗐다. “골프 못 칠 성격이네!” 순간 웃음의 폭탄이 떨어진 듯 우리는 초토화됐다.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골프는 외로운 게임이에요. 홀로 선택하고, 그 결과를 온전히 책임져야 해요. 나 하나 앞으로 가기도 힘든데 다른 사람들 신경 쓸 겨를이 어디 있어요. 다른 사람 신경 쓰지 말고 본인의 플레이를 하세요.”


장타자가 휘두른 드라이버에 머리를 맞은 기분이다. 이것은 골프가 아닌 내 인생의 이야기. 다른 사람들 배려한답시고 선택을 미루고, 책임질 때 되면 억울하기 짝이 없지. 이제 나도 그런 내가 지겨워 조금씩 달라지려 골프를 시작했다. “라운드 몇 번 했어요?” “7번이요.” “70번도 아니고 7번? 아이고, 갈 길이 구만리네. 속상해하기도 이르다. 안기자의 길을 잘 찾아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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