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효원 Dec 07. 2023

이제 세 홀

[깜언 베트남 20] 나이 마흔, 남자 셋, 여행(시즌 3)

<깜언 베트남> 지난 이야기


김사장, 김차장, 안기자는 고등학교 3년을 내리 한 반에서 보낸 친구다. 졸업 후 20년, 김사장은 맨땅에 헤딩하며 어엿한 유니폼 업체 사장이 되었고, 김차장은 대기업에 들어가 베트남에서 주재원 생활을 하고 있다. 안기자는 이십 대에 기자 생활과 투병 생활을 거쳐 고향 포천에 내려와 농사를 짓고 있다. 늘 ‘보자’면서 정작 1년에 한두 번 보는 흔한 마흔의 아저씨들.


2020년, 김차장을 보기 위해 하노이행을 계획하고, 김사장이 극적으로 합류한다. 나이 마흔에 이렇게 유치(순수)하게 재밌을 수 있을까? 할 일 다 잊고, 눈치 볼 게 없으니 오토바이 바퀴 구르는 것만 봐도 웃음이 났다. 물론 고민은 남았다. 사업과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많은 위로를 나눴다. 귀국할 때 김차장이 말했다. “골프 배워 다시 와라. 호연지기를 키우자!”


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골프를 시작했다. 김사장은 연습장에 등록하고 레슨을 받았다. 안기자는 집 옆에 그물을 걸고 독학의 길을 선택했다. 남자 셋의 재회는 금방 있을 것 같았지만, 코로나19의 습격으로 2년이나 미뤄졌다. 그 사이 김사장과 안기자의 실력은 눈부시게 발전… 하면 좋으련만, 그건 드라마 속 이야기. 어쨌든 우리는 2022년 골프백을 들고 다낭으로 떠났다.


몽고메리에서 안기자 머리 올리는 날, 나는 처음 세 홀을 치고 직감했다,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걸…. 다행히(?) 갑작스러운 폭우로 정신없이 끝났다. 다음날 호이아나에서 모든 게 명확해졌다. 내가 완전히 잘못 치고 있다는 걸…. 이날 김차장과 J 형님이 잡아주지 않았다면 정신줄을 놓았을지도. 마지막 날 라구나 랑코에서는 김사장의 체력이 바닥나는 과정을 보고 말았다.


돌아보면 즐겁고 행복한 기억이지만, 힘들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광활한 풍경에서 내 작은 몸뚱이 하나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김사장과 안기자는 더 열심히 할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 2023년 다시 찾은 라구나 랑코에서 나는 첫 버디를 했고, 호이아나에서 드라이버를 어떻게 쳐야 할지 처음 감을 잡았다. 이제 남은 한 번의 라운드, 기필코 잘 치리라!


어제 술을 많이 마신 탓인가. 기세는 등등한데, 몸이 그제 아이언과 어제 드라이버의 감을 완전히 잃었다. 첫 홀은 안기자 양파, 둘째 홀은 김사장 양파. BGR은 어렵기만 하구나! 초반 6홀을 완전히 말아먹고 차츰 나아지기 시작했다. 김사장과 나는 마주 보고 웃었다. “야, 이거 장난이 아니다. 썅!” “돈 내가며 이 고생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큭!” 어느덧 이제 세 홀 남았다.

이전 19화 성격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