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쌍둥이
[깜언 베트남 21] 나이 마흔, 남자 셋, 여행(시즌 3)
“이제 세 홀 남았으니, 팀전으로 해볼까요?”
라구나 랑코에 이어 BGR에서 두 번째로 함께하는 T 선배가 말했다. 나와 팀이 된 건 김 차장. 이틀 전, 18홀 내내 따라다닌 ‘안기자의 저주’는 계속될 것인가. 김차장, T 선배 누구라 할 것도 없이 나와 함께 치면 졌다. 김차장은 팀원을 바꾸고 싶겠지만, 그러기엔 우리 인연이 좀 길지. 안기자와 김사장은, 지금껏 하던 대로, 엎치락뒤치락하고 김차장 지가 잘 칠 수밖에….
그런데, 파 3 16번 홀에서 김사장이 배신(?)을 했다. 티샷으로 공을 홀컵에 붙여 놓고 다른 사람들 치는 거 한참을 기다리더니…, 이 와중에 나는 벙커에 빠졌다. 턱이 높았지만 한 번에 탈출했고, 퍼터로 홀컵에 붙여 컨시드 보기. 이제 김사장의 버디 퍼트만 남았다. 어느 때보다 진지한 김사장, 잠시 후 들린 땡그랑 소리, 그리고 한꺼번에 터져 나온 함성, “나이스 버디!”
모두의 관심이 김사장에게로 향했다. “이 맛에 골프 하는 거지!” 김사장이 활짝 웃었다. 그가 웃는데, 내 기분이 좋다. 내가 그랬듯, 김사장도 BGR CC 16번 홀을 고이 간직하고, 힘이 들 때마다 꺼내먹기를…. 오너가 된 김차장의 17홀 티샷이 가까운 풀숲에 떨어졌다.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이기고 싶은 마음에 친구의 불행에 웃다니, 나이스! 뭐, 내 샷도 거기서 거기.
어느덧 마지막 홀, T 선배, 김차장의 메이저리그, 안기자, 김사장의 마이너리그 모두 박빙이다. 이번 홀에 따라 승부가 결정될 상황이다. 일단 드라이버 샷은 안기자의 오잘공! 하지만 세컨드샷은 김사장의 나이스샷! 가다 보니, 거짓말처럼, 두 사람이 3미터 차이로 나란히 가고 있다. 총 400미터 필드에서 3 미터면 거의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훗, 이번에는 먼저 가마!’
그린이 가까이서 웨지로 쳤는데 벙커에 빠졌다. 김사장이 그린에 올리면 절대적으로 유리할 텐데, 벙커행 나이스! 그리고 한 번에 나오지도 못했다. 나는 승리를 확신했다. 나는 벙커 탈출의 귀재, 거의 단번에 나오지. 하지만, 자만이 문제인가, 압박감이 문제인가, 나오지 못했다. 동타로 다시 나란히 그린에 섰다. 세상에 아무도 관심이 없지만, 우리 둘은 세상 진지하다.
안기자의 양파로 시작한 이번 경기, 김사장이 양파로 따라왔고, 마지막 홀에서도 나란히 더블 보기를 기록했다. 무슨 자석이 붙어 있는 것도 아닌데, 어쩌면 이렇게도 붙어 다닐까. 혹시 우리 골프 쌍둥이?! 김사장, 앞으로 더 잘 쳐라. 그래야 쌍둥이인 나도 잘 치지. 누가 형인지는 나중에 진검승부를 벌이자. 형제의 아옹다옹을 골프 엄마 김차장은 인자하게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