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언 베트남 22] 나이 마흔, 남자 셋, 여행(시즌 3)
“짬뽕 어때?”
“응, 좋아!” 세계 음식은 한국에도 있으니까. 사실 어떻게 보면, 마지막 식사가 짬뽕인 건 당연한 결과다. 그동안 까놓은 양파가 얼마인데, 줍줍하고 가야지. 입에 들어가는 양파는 이렇게 단데, 필드 위에서의 양파는 왜 그리 쓸까. T 선배가 곧 떠날 김사장, 안기자를 향해 희망 주문을 걸었다. “두 분 다 잘 칠 것 같아요. 다낭 또 오면 같이 쳐요!” 그땐 짬뽕 안 먹어야지.
저녁 메뉴를 짬뽕으로 한 것은 내가 부른 ‘마사지 노래’ 탓이기도 하다. 다낭에 왔는데, 마사지 한 번은 받고 가야지. 그런데 시간이 없어 그동안 못 했다. 그래서 공항으로 가는 최단 동선을 찾다 보니 베트남 중국집을 선택한 것. 은은한 향에 잔잔한 음악, 정성스럽고 따뜻한 손길, 이 모든 것이 굳고 지친 몸과 마음을 풀어주기 충분했다. 벌써 또 오고 싶은 걸 어쩔….
비행기 시간이 아주 여유로운 것은 아니지만, 부족하지도 않다. T 선배는 본인의 긴박한 비행기 탑승 경험을 얘기하며 걱정 말라고 했다. 뭐, 못 타면 내일 라운드 한 번 더 하고 가면 되지. 양파를 많이 까 짬뽕을 먹은 게 필연이라면, 비행기를 못 타 한 번 더 치는 것도 운명이라 받아들이겠다. 모바일 체크인을 하고 다낭 야경을 감상하며, ‘우정’이란 감상에 빠졌다.
“다 왔다!” 김차장이 말했다. 엥? 뭐지 저기 보이는 큰 건물은? 비행기 같은 것도 날아다니잖아? 공항이다! 그는 친구들을 위해 열심히 공항으로 달렸다. 그럼, 캐리어는? “야, 짐 안 챙겼어!” “뭐?! 아 맞다. 캐리어 내 방에 있는 거 깜빡했다.” 아침에 방에서 나올 때 두 캐리어 줄 맞춘 거 내가 분명히 봤는데, 그걸 까먹다니. 분명 이 놈도 늦을까 봐 걱정한 게 틀림없어.
김차장은 공항 입구에서 드라마틱한 유턴을 하더니, 한밤중에 다낭 시내 질주를 시작했다. 이건 우드에 제대로 맞은 공이 날아가는 것과 같은 속도감! ‘운명’, ‘우정’이란 감상적인 단어는 사라지고, ‘생존’, ‘탑승’이란 현실의 언어만 남았다. T 선배는 아까 말하지 못한, 더 긴박한 상황을 공유했는데, 우리를 안심시킨 건지, 김차장을 진정시킨 건지는 아직까지 미스터리….
빛의 속도로 짐을 싣고 다시 공항으로 출발! 세찬 비가 쏟아지고, 바쁜 와이퍼가 우리의 마음을 대신 말해줬다. 김차장의 마음을 보여준 건, 천둥 번개! “우르르 쾅쾅!”하고 번쩍이는 번개는 다낭 시내를 낮으로 바꿨다. “휴, 도착했다.” 우리는 잠시 아쉬운 작별을 하고 다시 뛰었다. 그나저나 김차장은 지인이 온다고 12시 30분에 또 와야 한다고 한다. 네가 고생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