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언 베트남 18] 나이 마흔, 남자 셋, 여행(시즌 3)
“나!”
그녀가 웃으며 답했다, “왓 이즈 유어 네임?”이란 질문에. 갑작스러운 한국어에 당황하자, “마이 네임 이즈 나!”라고 다시 말했다. 명찰을 보니 그녀의 이름이 나(NGA)다. 반가운 마음과 안쓰러운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다른 이의 파트너가 됐다면 고생 덜 할 텐데, 왜 하필이면 이제 7번째 라운드를 하는 나를 만나….’ 아 맞다, 지금 내가 누구 걱정할 처지가 아니지?!
출발이 좋았다. 이대로 나가 나를 오해하면 좋겠다. 괜찮게 치는 사람으로. 하지만 핸디가 바위를 뚫고 나오면서, 안기자는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러프에서 한 뼘 샷을 시전 하고, 벙커에 빠지는 수가 늘어날수록 나는 적극적으로 나의 심리경호에 들어갔다. 말이 더 많아지고, 더 많이 웃었다. 참 좋은 사람일세. 아무리 일이지만, 항상 웃으며 할 수는 없을 텐데 말이야.
드라이버 샷이 똑바로 가는가 싶더니 공중에서 우향우를 하면서 슬라이스가 났다. 그때 나는 나의 곁에 와서 말했다. “괜찮아요. 많은 사람들이 오른쪽으로 가고, 왼쪽으로 가고 그래요.” 양팔로 와이파이를 그리는 모습이 어찌나 잔망스러운지…. 그린 옆에서 어프로치 할 기회가 생겼다. 56도 웨지로 쳤는데, 김차장이 와서 말했다. “아까 연습한 거 한 번 해보지 그랬어?!”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김차장이 9번 아이언으로 어프로치 하는 비법을 가르쳐줬다. 자신이 없어 못 했는데, 시도는 해봐야지 싶어 비슷한 장소에서 웨지 말고 9번을 달라고 했더니 나가 놀랐다. 당연히(?) 첫 시도 실패. 너무 길었다. 나는 울고, 나는 웃었다. 다시 어프로치를 하려고 웨지를 달라고 하니까 “9번 안 쳐요?”라며 놀리듯 말했다. 아하, 놀아보자는 거지? 좋아!
어느덧 막바지, 희로애락 충분히 경험하고 아름다운 마무리가 필요한 시점. 파3 홀에 티샷이 잘 맞아 어프로치만 잘하면 파를 할 수 있다. 당연히(?) 웨지로 쳤는데, 이번엔 너무 길어 그린을 넘었다. 나는 안타까움을 얼굴로 표현했다. 온몸에 힘이 빠진 나는 ‘5초만 달라.’고 하고 바닥에 누웠다. 정적을 깨고 낭랑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파이브, 포, 쓰리, 투, 원!”
힘차게 일어나 마지막 홀을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작년에 했던 헤어질 결심이 1년 만에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으로 변했다. 어둠이 낮게 깔릴수록 마음이 차분해진다. 이제는 나란히 걷고 있는 나에게 말했다. “오늘 힘들었을 텐데, 끝까지 응원해 주어서 고마워요.” 나는 답했다. “당신은 매우 친절해요. 힘들지 않았어요. 함께해서 행복했어요.” 나는 답했다. “디토(Dit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