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탄성이 김사장, 안기자의 입에서 연신 흘러나왔다. 초반은 안기자가 좋았고, 전반 후반은 김사장이 좋았는데, 어느새 하향평준화 되어 함께 가고 있다. 좋게 말하면 의 좋은 형제, 냉정하게 말하면 난형난제. 덕분의 우리 둘의 캐디는 공 찾으러 동분서주. 누가 멱살 잡고 끌고 온 것도 아닌데 이러고 있는 우리는 ‘골프를 왜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빠졌다. 모르겠다….
한번 시작한 라운드는 멈출 줄 모르고 어느덧 종반으로 치닫고 있다. 4번 홀, 작년에 세 홀만에 멘털이 탈탈 털려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그나마 티샷이 죽지 않은 행운의 홀이다. “김사장, 내가 작년에 여기서 그랬다니까.” “그러냐? 나도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웃음)” “그래도 올해는 작년보다 낫지 않냐?” “뭐 도긴개긴인데, 미세하게 나아진 것 같기도 하다.(또 웃음)”
7번 홀, 티샷을 치는데 어쩌다 보니 남자 넷, 여자 넷이 따로 모여 나란히 서 있다. J 형님은 똑바로 보내고, 김사장은 멀리 보내고, 다음은 안기자 차례. 몸도 충분히 풀리고, 스코어에 대한 미련도 사라져 힘껏 내질렀다. 공이 해저드와 페어웨이 경계로 날아가는데, 죽느냐, 사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공은 시간이 멈춘 듯 날아가다, 살았다. 네 명의 캐디가 환호성이 질렀다.
나는 무슨 아이돌이라도 된 냥 일렬로 서 있는 네 여인과 하이 파이브를 했다. 그때 뒤에서 김차장이 하는 말이 들렸다. “안기자는 캐디한테 왜 인기가 좋은지 모르겠네.” 난 들어도 못 들은 척, 뒤도 쳐다보지 않았다. 정말 모르겠냐? 외국에서 더 통하는 이놈의 비주얼!(‘더’라고 함은 한국에서도 결혼 비적령기 여성, 즉 아이, 할머니에겐 인기가 많기 때문.) 아이, 재밌어.
어느덧 마지막 홀, 작년에 김차장이 한 말이 떠올랐다. “안기자, 네가 가지고 있는 힘의 10분의 3도 쓰지 못하는 거 같아. 힘 좋은 네가.” 아직 방법은 모르지만 능력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라고 삼십년지기의 말을 내 맘대로 이해하고, 1년 동안 열심히 땀을 흘렸다. 생각할수록 고맙고, 힘이 되는 말이다. “기억나? 작년에 네가 그 말했던 거?” “아니, 기억 안 나는데….”
어처구니가 없어 쳐다보니 ‘사랑의 멀리건’ 표정으로 웃고 있는 김차장, 고등학교 시절 ‘엉뚱이’, ‘얼큰이’라고 서로를 놀리던 모습이 떠올랐다. 김사장의 마지막 드라이버 티샷, 오잘공이다! 그가 외쳤다. “몇 홀 남았냐? 이제 몸 다 풀렸다. 한 번 해보즈아!” 체육대회 때 저세상 텐션의 응원으로 반을 뒤집어놓았던 소년도 여기 있네. 이들과 골프 치는 이유를,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