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히어로 납시오!

[깜언 베트남 21] 나이 마흔, 남자 셋, 여행

by 안효원

하롱베이가 무슨 말죽거리도 아니고, 라면을 먹는단 말인가. “호텔 카지노에 라면이 있어. 공짜! 간 김에 돈 좀 쓰고 오지 뭐. 5만 원짜리 라면 콜?” 김차장이 말했다. 홍콩영화를 많이 본 탓에 카지노는 나쁜 사람만 가는 덴 줄 알았다. 마피아가 있으면 어쩌지? 도박에 중독되면 어쩌지? 하지만 천국의 맛 라면의 유혹은 어쩔 수 없었다. ‘애들만 시키고 나는 안 하지 뭐.’


하롱베이 도심은 배 타는 섬보다 훨씬 크고 화려하다. 수많은 호텔과 상가, 놀이공원이 있어, 촌놈이 보기에 완전 라스베이거스. 여권을 보여주고, 카지노 입장, 내가 카지노에 올 줄이야! 일단 라면 세 개, 공깃밥 세 그릇 주문하고, 와이파이 팡팡 터져 가족과 영상 통화하고, 감동의 라면을 먹는데, 아뿔싸, 라면을 쏟았다. 직원들 오고, 치우고, ‘이런, 미안해서 나도 해야겠다.’


‘깨끗한 손의 행운’이 있단다. 처음 온 사람이 돈 따는 행운을 맛보고, 그 맛을 못 잊어 거지가 되고야 만다는 이야기. 첫 타자는 당연히 깨끗한 손의 안기자. 뭐가 돌아가고, 버튼을 누르는데, 규칙을 알아야 즐기지. 옆에서 중계하는 김사장, 김차장의 추임새에 맞춰 기쁜 척, 아쉬운 척. 근데 이게 웬일. 생각보다 긴 시간 놀고도, 6달러를 땄다. 이거, 라면 값도 못 주겠네.


다음 타자는 김사장. 카지노에 익숙한 저 모습, 분명 돈을 잃고 말 것이다. 눈에 힘주고 버튼을 누르는데, 계속 꽝! 꽝! 꽝! 손은 점점 빨라지고, 표정에 어두운 그늘이 내렸다. 그런데 갑자기 그림이 맞춰지고, 보너스가 나오고, 이야, 카지노 히어로 납시오! 김사장은 생기를 넘어 상기됐다. 흥분의 도가니에 숫자가 막 치솟는 그때, 김천사의 음성이 들렸다. “그만 할까?”


“콜!”. 비행기 값을 넘게 딴 김사장은 내게 4달러 개평을 주었다. 카지노를 나온 우리는 아무 말 없었다.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천국을 걷는 김사장, 행여나 삼합회가 쫓지 않을까 불안한 안기자, 두 촌놈 보고 희희낙락하는 김차장. 하노이로 돌아오는 길, 피곤해서 잠을 좀 자고 싶은데, 돈 번 놈은 입을 다물지 못한다. 짜증을 내려는데 김사장 왈, “재즈클럽, 내가 쏜다!”



20200111_173958.jpg 카지노가 우리에게 천국이 된 이유는 먹은 것(라면), 가진 것(돈) 때문이 아니라 함께한 사람(남자 셋)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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