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작은 구멍이 없었으면

[깜언 베트남 18] 나이 마흔, 남자 셋, 여행

by 안효원

나이 마흔 베트남 여행은 10년 전 터키 배낭여행과 다르다. 돈을 짜내 갔던 그때는 돈 드는 건 무조건 안 했다. 시간을 짜내 온 이번 여행은 모든 게 풍족해,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있다. 카약이나, 나룻배를 탈지 물었다. 하롱베이에서 뱃놀이라, 돈이 아깝지 않다. 물가도 한국의 3분의 1 수준이니 부담도 덜하다. 우리는 젊으니 당연히 카약. 물 찬 제비처럼 미끄러져 주리라!


똥인지 된장인지 모를 때, 일단 먹고 보는 놈을 혼자 태우고, 김차장과 함께 탔다. 별다른 주의사항도 없었고, 젊은 패기로 달아올라 힘껏 노를 젓는데, 생각보다 아슬아슬하다. 하마터면, 동굴에 코를 박을 뻔했다. 하지만, 우리는 사회인 야구 한 운동신경 좋은 남자들. 하나둘 합을 맞춰 동굴을 나오는 순간, 사방 섬으로 둘러싸인, 넓은 호수 같은 바다가 눈앞에 펼쳐졌다.


“끼끼, 끼끼” 신기한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정말 원숭이(몽키)가 마법(매직)처럼 우리를 환영했다. 아, 김차장. 그는 진정 예언자였던가! 이 풍경을 알려주기 위해 그 난리부르스를! 입구(동굴) 주변에는 노 젓는 사람 따로 있고, 여러 사람이 타는 나룻배가 어지럽게 떠 있었다. “김차장, 우리 저 끝까지 가볼까?” “좋아!” 우리는 사람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까지 갔다.


극장에 들어온 기분이다. 환상적인 풍경에, 처음 경험한 카약의 진동, 우리는 관객이 아닌 주인공이었다. 생각도, 노 젓기도 멈추고, 몸을 한껏 뒤로한 채, 지금 이 순간을 만끽했다. 좋은 음악 있으면 좋겠다 싶어 말을 꺼내니, 돌아오는 건 김차장의 <몽키 매직>. 이건 아니다 싶어 고개를 돌리니, 아직도 몽키 옆에서 몸부림치는 김사장이 보인다. 그래, 혼자보단 둘이 낫지.


배 혼잡 구역을 빠져나온 김사장 뒤로, 우리가 들어온 동굴이 보였다. 저 작은 구멍이 없었으면, 이토록 황홀한 하롱베이를 경험했을까? 이 높은 산에, 이 넓은 바다에 비하면 너무나 작은 동굴. 하지만 그게 없었다면, 우리는 들어올 수 없었을 터. 그래, 우리 마음에 구멍 하나 없다면, 내가 너를, 네가 나를 만나지 못했겠지.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도 알 수 없었을 거야.


20200111_141628.jpg 잘 봐야 이곳의 입구가 보인다. 아주 넓은 곳으로의 시작. 어쩌면 톰 형 닮은 김사장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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