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나로 물들이지 않을게

[깜언 베트남 35] 나이 마흔, 남자 셋, 여행

by 안효원

‘너는 너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해.’ 단 하루도 안 되는 사이에 이 소리를 세 번이나 들었다. 서호 부근에서, 성 요셉 성당에서, 하노이 시장의 허름한 카페에서. 김사장의 말을 들을 때는,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 마음속 그분의 소리에 떨릴 때는, ‘그렇게 살겠다’고 기도했다. 오수경의 글을 볼 때는, ‘이제는 그렇게 살 수밖에 없겠다’ 싶었다. 유목적 표류.


베트남의 낯선 풍경이 익숙해질 무렵, 눈에 보이는 것을 마음에 두지 않고, 내 생각 속으로 깊이 들어갔다. ‘나’에 오롯이 집중하는, 그래서 만나게 될 나의 모습에 설렜다. 그런데 나 하고 싶은 일에, 해야 할 이 치일 텐데, 그렇게 살아도 될까?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살면 다 행복할 거야. 존중과 무관심으로 자기답게 살게 하자.


내가 남들의 머리에서 발가벗겨지는 것을 싫어하는 만큼, 나는 그러지 말자. 누군가의 생각, 행동이 내 마음에 안 들어도 섣불리 판단하거나, 고치려고 하지 말자. 다가갈 필요도, 바꿀 필요도, 상처를 주고받을 필요도 없다. 필요하면 어깨를 빌려주되, 그전에는 한 걸음 물러서 자신의 때를 만나길 기도하자. 하롱베이에 있는 섬들처럼 둥둥, 가만히, 자기 자리에 떠 있자.’


‘이 정도면 확실해진 것 같다’ 싶다가도, 그동안 살아온 관성에 따라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자기중심적 사고의 함정에 빠지면? 나쁜 짓은 않고, 사람답게 살 건데 뭐!’, ‘사람들과 관계가 멀어지면? 세상 모든 사람과 친해질 순 없어!’, ‘도움이 필요한 이를 못 본다면? 생기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지 말라고!’ 아, 앞으로 다르게 살려니 생각할 게 너무나 많구나!


하롱베이 투어 집결지인 하노이 타워가 보였다. 그 순간, 성 요셉 성당과 하노이 타워, 호안끼엠 호수가 삼각형을 이루면서, 시내 중심가의 지리가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졌다. ‘그래, 나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인생 선배들의 지혜를 배우고, 신의 계시에 응답한다면, 언젠가 내 인생도 선명해질 날이 올 거야!’ 이런 나를 의심치 말아요. 너를 나로 물들이지 않을게!


인도를 빼앗긴 사람들은 차도로 다닌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여기서는 이상한 일도 아니다.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말도 안 되는 일을, 이상하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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