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깨달음을 얻고, 여행에 더 이상 표류는 없었다. 하노이 중심가가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졌다. 기분도 좋은데, 맥주나 한 잔 할까? 구시가지를 지나 따히엔 맥주거리(Ta Hien Street)로 향했다. 근처에 게스트하우스가 많고, 여행자들도 많이 보였다. 여기가 여행 1번지로구나! 어제 김사장과 이곳에 왔으면 고생 안 하고 재밌게 놀았을 텐데. 또, 미안!
낮이라 문을 연 가게가 많지 않았다. 골목 양쪽으로 늘어선 맥주집에 여행자가 꽉 차면 얼마나 멋질까. 하노이에 또 오면 제일 먼저 이곳에 올 것을 다짐하고, 모퉁이 가게에 들어갔다. 소고기 햄버거와 타이거 생맥주를 시키고, 복잡했던 마음을 풀어놓았다. 지나가는 여행자는 나를 보고, 나는 그들을 보고, 누가 여행자이고, 누가 풍경인지, 알 수 없는 신비의 세계.
한 청년이 다가왔다. 신발을 닦으란 것이다. 나는 준비된 여행자. 이번 여행 위해 신발 새로 샀지. 사파 갈 줄 알고, 트레킹화 샀지. 아끼느라 출국 날에 처음 신지. 길이 들지 않아 여행 내내 발 아팠지. 결론은, 신발은 깨끗하다는 것. 한 여행자가 그에게 흰색 아디다스 운동화를 맡겼다. 청소 키트를 꺼내 물 청소부터 표백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하다가,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그는 맥주를 마시던 내 발밑에 떨어져 있는 꽁초를 주웠다. 담배를 피우고 싶은 건가? 의뢰인은 담배를 하나 꺼내 그에게 주었다. 하지만 사내의 꽁초 찾기는 멈추지 않았다. 뭐하나 싶어 힐끔힐끔 쳐다보는데, 아하, 신발 밑창과 옆면 터진 곳에 종이를 벗긴 하얀 필터를 넣고 순간접착제를 발랐다. 몸을 낮추어 찾은 가장 하찮은 것으로 더러운신발을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 놓았다.
성실한 손길에 웃음 가득한 신발의 마법사는 유유히 사라졌다. 나와 여행자는 눈이 마주쳤고, 서로 멋쩍은 웃음을 나눴다. 멋대로 사내를 생각한 것에 대한 반성의 표시. 맥주를 마시며 그의 뒷모습을 떠올렸다. 작은 가방 하나 메고 다니는 발걸음이 가볍다. 사람을 만나고 자신을 낮추는데 거리낌이 없다. 그 모습이 좋아 보이는 것이, 몸에 힘을 빼고 좀 가볍게 살아도 될 것 같다.
각국의 사람이 자연스레 섞여있는 모습이 참 좋다. 보통 사람들의 도시에서 우리는 자랑할 것도, 마음 졸일 일도 없다. 마음, 발길 닿는대로 가다보면 어느덧 도시의 풍경이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