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길을 즐기는 방법

[깜언 베트남 38] 나이 마흔, 남자 셋, 여행

by 안효원

2층 야외 카페에서 자리를 박차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들었다. 할 일이 없어서, 뭐라도 좀 해야겠다. 다음 목적지는 베트남 역사박물관. 특별한 이유는 없고, 시간을 좀 표류하고 싶어서. 어떤 여정이 펼쳐질지 모르지만, 걱정 없다. 나에겐 튼튼한 다리와 여성 일행이 또 있으니까. 반도네오니스트 고상지. 첫 번째 선택은 그녀의 첫 앨범 <Maycgre 1.0>의 첫 곡 ‘출격’이다.


운명을 건 싸움에 나서는 느낌의 ‘출격’은 평소 지칠 때 듣는 노래다. 일상의 자세로 위기를 극복할 수 없는 순간, 차 볼륨을 최대로 올리고, RPM을 평소 두 배인 4,000까지 밟으면, 온몸의 세포가 살아난다. 인생의 위기이자, 기회. 타인과 싸우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이대로 살다 간 내 인생 2부를 기대할 수 없겠다. 지금은 오래된 나 자신과 싸워 다시 새롭게 태어날 때.


그녀와 이런 경험도 있다. 고상지 3집 <Tears of Pitou>을 듣는데, 한 곡이 귀에 쏙 들어왔다. 제목을 보니 ‘제빵사의 아침’ 음, 지금 이 음악과 제목은 무슨 상관이지? 한참을 고민하다, ‘꼭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그녀는 열심히 만들었고, 나는 좋은 마음으로 즐기면 그만 아닌가! 인생 또한 악의를 내려놓는다면, 자유롭게, 나만의 여행을 펼쳐도 좋지 않을까?


볼륨을 크게 해 도시의 소음은 들리지 않았다. 각자 일을 하는 사람들이 내 시선이 닿는 족족 내 마음에 들어왔다. 밝게 웃으며 다니는 여행자들, 분주하게 손님을 맞이하는 하노이 사람들, 호안끼엠 호수 옆에 있는 수백 년 된 나무들, 모두 한 편의 뮤직비디오가 됐고, 이 길은 세상에 하나뿐인 ‘안기자 로드’가 되었다. 우주의 기운이 다 모인 길 위에서 나는 뛸 듯이 걸었다.


하노이 길을 건너는 것도 더 이상 두렵지 않다. 멈추지 않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오토바이가 30CM 옆으로 스쳐갈 때 쾌감을 느낀다. 오페라 하우스 앞, 역사박물관이 얼마 남지 않았을 무렵, 문득 입을 열고 싶었다. 상점 앞 여인에게 길을 묻는 척 말을 걸어 즐거운 대화를 나눴다. 웃으며 다가온 그녀의 마지막 말, “Be carefull.(조심해요)” 출격한 여행자를 위한 응원의 메시지 아닐까.


우리는 여행자에게 화를 잘 내지 않는다. 자신의 삶에 훅 들어오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삶의 여행에서 훅 들어오는 사람을 툭 내밀수 있으면, 화내지 않고 살 수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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