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차장, 안기자. 덕분에 추억은 채우고, 상념은 버리는 좋은 여행이 되었어.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거 같아. 추운 곳으로 돌아오니 벌써 베트남이 그립다. ㅎㅎ 김차장도 우리의 방문이 조금이나마 일상의 활력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안기자, 데리고 와줘서 완전 고맙고, 남은 여정 건강히 잘 마무리하고 한국에서 보자!”(새벽에 귀국해 월요일 정시에 출근한 김사장)
“좋은 여행이 되었다니 좋다. 나도 하노이에서 너희를 만나니 참 좋다!”(사무실 출근한 김차장) 카페에서 와이파이 연결하니 메시지가 와있었다. 나이 마흔의 애틋한 브로맨스가 왜 이렇게 웃기지? 김차장이 행여 걱정할까 싶어 셀카 사진을 올렸다. 그러자 “오늘 작정하고 나왔구만.” “혼자 잘 노니까.ㅎ” 김차장, 김사장이 말했다. 칭찬일 거야. 보통 친해선 이렇게 말 못 하지.
친구들의 자리에, 시간이 찾아왔다.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시간, 그래서 그 무엇도 할 수 있는 시간. 어른이 된 나에게 사라진 지 오래된 시간. 집 안팎에서 사람 구실하고 살다 보니, ‘바쁘다, 바빠’가 입버릇이 되었다. 긴 하루를 보내고 밤이 되면, 책, 음악은 감히 생각할 수 없고, 겨우 드라마 한 편 볼 힘이 남는다. 그러다 쓰러져 잠들면, 또 아침, 그리고 또 하루.
해외여행은 상상도 못 했던 시절이 있었다. 한국과 미국은 밤낮이 반대라고 들은 아이는 그들이 어둠을 환하게 보는 눈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미군이 주로 밤에 이동하는 것을 보고 확신했다. 그때 아이는 할 일이 참 없었다. 더운 여름 오후, 야구 중계를 보면서 ‘더럽게 지루하네’라고 생각했지만, 그냥 봤다. 시간은 더디게 흘렀고, 그사이 아이는 여러 기능을 탑재했다.
나이 마흔, 아이는 혼자서 할 일을 만들어 잘 노는 어른이 되었다. 책장에는 읽지 못한 책이, CD장에는 먼지 쌓인 음반이 가득하다. 또 어쩌다 글 쓰는 재미에 빠져 혼자 울고 웃고 난리부르스. 그런데 이 많은 기능을 실행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 인생의 아이러니. 다시 일하러 간 김사장, 김차장만 봐도 알 수 있다. 할 일과 시간은 왜 동시에 주어지지 않냐는 말이다!
카페에 홀로 앉아 있는 나는 누가봐도 완벽한 어른이다. 하지만 완벽하다 하기엔 부족한 게 많고, 어른이라 하기엔 여린 구석이 많다. 그래서 어른으로 살기가 힘들 때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