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곡의 하노이

[깜언 베트남 40] 나이 마흔, 남자 셋, 여행

by 안효원

오전엔 미래의 나를 만나고, 오후엔 과거의 나를 안아주니, 좋기는 한데, 지친다 지쳐. 박물관 가는 길에 봤던, 엊그제 혼자 쇼한, 빙밍재즈클럽에 갔다. 아무도 없었고, 음악도 틀어주지 않았다. 여행을 위해 구매한, 2년 전 최신 휴대폰, 음질 빵빵 갤럭시 노트 9로 캐논볼 애덜리의 <Somethin’ Else> 틀어놓고, 옆집에서 공수해온 반미(베트남 토스트)에 맥주 3병 클리어!


이제 슬슬 집에 가야지. 재즈도, 맥주도 좋아 가기 싫지만, 더 여유 부리다간 차 막히지. 반미 살 때 안면을 튼 클럽 아주머니 지인에게 그랩 찬스를 썼다. 아저씨가 휴대폰으로 부르자, 곧 오토바이가 한 대 왔다. 아저씨도 ‘바이크?’하면서 의아한 눈으로 보더니, 기사도 ‘너니?’하며 당황한 눈으로 쳐다봤다. 나는 요금을 선불로 주는 동시에, 꽉 끼는 헬멧을 쓰고 뛰어올랐다.


아침엔 한껏 상기돼 있었는데, 지금은 무척이나 차분하다. 오토바이가 시끄럽고 어지럽게 다녀도, 마음은 이상하게 평안하다. 그런데 문득, 외롭다. 이 거리에, 하노이에, 베트남에 나를 아는 사람은 없다. 김차장 밖에 없다. 외로움은 김차장에게로 번졌다. 지난 몇 년, 홀로, 이곳에서 얼마나 외로웠을까. 이 나이에 듣는 사람 힘들까 봐, ‘외롭다’ 말도 잘 못 했을 터인데.


뺨에 물이 흘렀다. 그쳤던 비가 다시 내리나…. 눈물이었다. 이러다 말겠지 싶었는데, 촉촉한 것이 턱밑까지 흘렀다. 돌아오는 길 내내 울었다. 그가 어느 날 문득 느꼈을 외로움이, 내 가슴 깊숙이 들어왔다.(김차장, 외로운 적 없다고는 하지 말자. 그럼 내가 뭐가 되냐.) 어쩌면 내 맘속 설움이 녹아서 흐르는 건지도. 다행히 오토바이가 빠르게 달려, 아무도 눈물을 보지 못했다.


최선을 다해 울음을 멈춰, 기사에게 “깜언” 인사할 수 있었다. 사람 많은 거리에선 꾹 참다가, 숙소 엘리베이터에서 결국 통곡을 하고 말았다. 팔로 눈을 가린 채 꺼이꺼이 아이처럼. 지난 며칠간 김사장, 김차장과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우리가 느끼는 나이 마흔의 삶의 무게가 눈물샘을 눌렀다. 찾았다, 나의 이웃! 내 몸과 같이 아파하고, 함께 눈물 흘릴 이웃. 나의 사랑.


사람은 참 알 수 없는 동물이다. 어떤 때는 알아주길 바라고, 어떤 때는 몰라주길 바란다. 그런데 잘 보면, 그 타이밍이 보인다. 아는 척 해야 할 때와 모르는 척 해야 할 때.
keyword
이전 17화이제 너를 밀어내지 않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