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동의 행복

[깜언 베트남 41] 나이 마흔, 남자 셋, 여행

by 안효원

카페에서 김사장, 김차장과 카톡 할 때 일이다. 그랩 오토바이의 경제성을 자랑하고 싶었다. “성 요셉 성당을 2천 원에 왔어!” 그러자 김차장이 답했다. “4만 동? 비싸게 줬네. 원래 3만 동인데.” 뭐라? 난 그것도 싸다고 좋아서 만 동을 더해 5만 동 줬는데. 어쩐지 기사님 돈 받을 때 당황하더라. 여행하면서 누군가에게 기분 좋은 순간을 선물하고 싶었는데, 어쩌다 성공!


어제 택시를 탈 때도, 오늘 오토바이를 탈 때도, 기사가 부른 것보다 만 동을 더 냈다. 여행자를 친절하게 데려다준 이들에게 전하는 감사의 표시다. 그들은 모두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깜언(고맙다)” 인사를 했다. 하노이가 나에게 준 것에 비하면, 내가 준 것은 아주 작은 것인데, 도리어 인사를 받다니. 웃음을 나누는데 필요한 돈은 고작 만 동, 우리 돈으로 500원이다.


이거야말로, ‘만동의 행복’ 여행의 마지막 날, 이 행복을 마음껏 누렸다. 쌀국수 2천 원, 교통비 5천 원, 귤과 꽈배기 1천 원, 커피 두 잔과 코코넛 6천5백 원, 햄버거와 생맥주 두 잔 7천 원, 반미와 맥주 세 병 3천5백 원. 하노이 시내를 돌아다니며, 맘껏 먹고, 마시고, 쉬는데 들어간 돈이 다해서 2만 5천 원, 베트남 돈으로 50만 동. 눈퉁이를 맞아도 별로 아프지 않겠다.


가난한 농촌에서 나서, 자라면서, 절약(나쁘게 말하면 인색함)이 몸에 뱄다. ‘돈 많이 쓰려면, 돈 많이 벌어야 하고, 돈 버는데 시간 뺏기면, 나 하고 싶은 거 못한다!’란 고상한 변명을 하지만, 그냥 습관이다. 그런 나에게 하노이에서 돈을 막 쓴 건 신선한 경험이다. 이날을 계기로 돈에서 좀 자유로워지고 싶다. 열심히 일해서 돈 벌고, 번 만큼 편하게 쓰면서, 카르페 디엠!


만동의 행복을 많이들 누리면 좋겠다. 거리도 멀지 않고, 경비도 많이 안 든다. 비 오고, 공기 안 좋은 날 있지만, 맛있는 식당, 예쁜 카페가 많다. 말이 잘 안 통하지만, 친절한 사람들과 웃음이 통하고, 다닥다닥 붙어사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여행을 떠나 모든 걱정 다 잊고, 그대의 이야기를 새로 써보시길. 김사장, 김차장 같은 동행이 있으면 더 좋겠다.


12모음.jpg 영화 주인공을 보면 웬만하면 다 이해가 된다. 여행을 하면서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면, 자신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사랑에 빠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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