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에 한 번 어쩌다 만날 너에게

[깜언 베트남 에필로그 1] 나이 마흔, 남자 셋, 여행

by 안효원

한 시간 뒤의 일도 모르는 사람은 나였다. 김차장과 애틋한 시간을 보내고, 노이바이 공항에 좀 늦게 도착했다. 사람이 꽤 많고, 심사가 까다로워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겨우 들어가 급하게 면세점에 들렀다. 하노이 여행을 선물한 아내에게 나는 향수를 선물해야지. 그때 “아시아나?”하며 항공사 직원이 재촉하기 시작했다. 나는 큰 배낭을 매고 공항을 전력 질주했다.


아슬아슬 세이프. 진즉에 앉아 차분한 사람들과 달리 최후의 1인은 숨이 헉헉, 땀은 줄줄. 묘한 웃음이 났다. 드디어 미친 건가? 아니, 마음에서 강렬한 에너지가 샘솟았다. 베트남 여행과 오수경의 음악이 내 몸의 세포를 살아나게 했다. 그리고, 나이 마흔, 남자 셋의 여행을 글로 쓰고 싶어 졌다. 아내가 써보라 권했을 때, 여행에 집중하겠다며 단칼에 거절한 우리들 여행 이야기.


집에 와 한숨 자고, 바로 글을 썼다. 작가 모드 ON. 12시간 전만 해도 내 몸과 마음이 머물던 곳. 글과 함께 모든 기억이 살아나고, 친구들과 함께 있는 기분이 들었다. 여행이 좋았던 만큼, 글도 재밌고, 사람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조회수가 쭉쭉 올라가고, 다시 한번 안기자는 비행기를 탔다. 그런데, 이상기류를 만났나? 하롱베이 즈음에서 조회수 그래프가 아래로 추락했다.


왜 이러지? 글이 재미없나? 제목이 별로인가? 그때, 마음 깊은 곳에서 울리는 소리가 있었다. ‘바보야, 벌써 잊었니? 너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김사장이 그렇게 노래를 했는데, 또 이러고 있다.’ 서호에서 본 그의 진지한 표정이 떠올랐다. 애초 우리의 여행을 성실히 기록하기 위해 시작한 건데, 욕심이 생겨서, 마음이 들떠서, 또 길을 잃었다. 브런치 알람 OFF.


마지막 날은 쉽지 않았다. 김사장, 김차장과 다닐 때는 얼굴만 봐도 웃겼는데, 혼자선 재밌게 쓸 일이 없다. 나 했던 거라곤, 먹고, 생각하고, 마시고, 생각하고, 걷고, 생각하고. 하지만 나에겐 무척 소중한 시간이었기에, 나로 살기 위한 생각 여행을 그대로 쓰기로 했다. 이렇게 흔적을 남기다 보면, 일생에 한 번 어쩌다 만날 ‘너’에게, 작은 힘이 되지 않을까. 여행 후 내가 더 이상 악몽을 꾸지 않는 것처럼.


“모든 사람에게 있어서 진실한 직분이란 다만 한 가지였다. 즉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것. 시인으로 혹은 광인으로, 예언가로 혹은 범죄자로 끝장날 수도 있었다. 그것은 관심 가질 일이 아니었다. 그런 건 궁극적으로 중요한 게 아니었다. 누구나 관심 가질 일은, 아무래도 좋은 운명 하나가 아니라, 자신의 운명을 찾아내는 것이며, 운명을 자신 속에서 완전히 그리고 굴절 없이 다 살아내는 일이었다.”(<데미안>, 헤르만 헤세>)


김사장, 보고 있나? 나도 다 읽었다, 이 자식아!


여행할 때도, 글 쓸 때도, 하롱베이에서 한 번씩 시련을 겪었다. 섬들이 말한다. '괜찮아. 들어오면 나가고, 나가면 들어오게 돼 있어. 넌 거기 너 대로 서있을 거고.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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