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엔 미래의 나를 만나고, 오후엔 과거의 나를 안아주니, 좋기는 한데, 지친다 지쳐. 박물관 가는 길에 봤던, 엊그제 혼자 쇼한, 빙밍재즈클럽에 갔다. 아무도 없었고, 음악도 틀어주지 않았다. 여행을 위해 구매한, 2년 전 최신 휴대폰, 음질 빵빵 갤럭시 노트 9로 캐논볼 애덜리의 <Somethin’ Else> 틀어놓고, 옆집에서 공수해온 반미(베트남 토스트)에 맥주 3병 클리어!
이제 슬슬 집에 가야지. 재즈도, 맥주도 좋아 가기 싫지만, 더 여유 부리다간 차 막히지. 반미 살 때 안면을 튼 클럽 아주머니 지인에게 그랩 찬스를 썼다. 아저씨가 휴대폰으로 부르자, 곧 오토바이가 한 대 왔다. 아저씨도 ‘바이크?’하면서 의아한 눈으로 보더니, 기사도 ‘너니?’하며 당황한 눈으로 쳐다봤다. 나는 요금을 선불로 주는 동시에, 꽉 끼는 헬멧을 쓰고 뛰어올랐다.
아침엔 한껏 상기돼 있었는데, 지금은 무척이나 차분하다. 오토바이가 시끄럽고 어지럽게 다녀도, 마음은 이상하게 평안하다. 그런데 문득, 외롭다. 이 거리에, 하노이에, 베트남에 나를 아는 사람은 없다. 김차장 밖에 없다. 외로움은 김차장에게로 번졌다. 지난 몇 년, 홀로, 이곳에서 얼마나 외로웠을까. 이 나이에 듣는 사람 힘들까 봐, ‘외롭다’ 말도 잘 못 했을 터인데.
뺨에 물이 흘렀다. 그쳤던 비가 다시 내리나…. 눈물이었다. 이러다 말겠지 싶었는데, 촉촉한 것이 턱밑까지 흘렀다. 돌아오는 길 내내 울었다. 그가 어느 날 문득 느꼈을 외로움이, 내 가슴 깊숙이 들어왔다.(김차장, 외로운 적 없다고는 하지 말자. 그럼 내가 뭐가 되냐.) 어쩌면 내 맘속 설움이 녹아서흐르는 건지도. 다행히 오토바이가 빠르게 달려, 아무도 눈물을 보지 못했다.
최선을 다해 울음을 멈춰, 기사에게 “깜언” 인사할 수 있었다. 사람 많은 거리에선 꾹 참다가, 숙소 엘리베이터에서 결국 통곡을 하고 말았다. 팔로 눈을 가린 채 꺼이꺼이 아이처럼. 지난 며칠간 김사장, 김차장과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우리가 느끼는 나이 마흔의 삶의 무게가 눈물샘을 눌렀다. 찾았다, 나의 이웃! 내 몸과 같이 아파하고, 함께 눈물 흘릴 이웃. 나의 사랑.
사람은 참 알 수 없는 동물이다. 어떤 때는 알아주길 바라고, 어떤 때는 몰라주길 바란다. 그런데 잘 보면, 그 타이밍이 보인다. 아는 척 해야 할 때와 모르는 척 해야 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