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익은 연어가 맛있네
아침 9시가 넘어서야 눈을 떴다. 어제 영국에서 기차를 타고, 비행기를 갈아타고, 다시 택시까지 타고 도착한 건 저녁 늦은 시간. 엘라가 준비해 준 늦은 저녁을 먹고 맥주 한 잔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침대에 누운 건 새벽 1시가 다 되어서였다.
영국과의 시차가 두 시간뿐이라는 사실이 이렇게 고마울 줄이야. 시차 적응이 크게 필요 없다는 것만으로도 참 다행이다.
“굿모닝! 잘 잤어? 피곤하지? 너네 아침 루틴 다 놓쳤어! 나는 벌써 레일라 산책시키고, 고양이들 밥도 주고, 약도 먹이고, 커피까지 마셨다니까!”
아침 식사를 차려 내며 엘라가 웃으며 말한다.
“이제 3개월 동안 여기가 너희 집이야. 오늘은 천천히 집 구경도 하고, 정원의 나무들과 레일라, 하이두, 비비랑도 조금씩 친해져 보자.”
나무들에 둘러싸인 채 여유롭게 커피를 마신다. 햇볕은 뜨겁지만, 바람이 불어 그늘에서는 아직 시원하다. 엘라가 만든 스크램블드 에그는 내가 평소에 만들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되게 부드럽다.
식사 중에, 엘라는 자신이 없는 동안 우리가 맡아줬으면 하는 일들을 이야기한다. 주로 나무에 물 주기, 동물들 밥 주기, 약 먹이기 등. 그렇게 한가로운 아침 식사가 끝났다.
식사 후, 정원을 함께 둘러본다. 자두나무 네 그루, 호두나무 두 그루, 무화과나무 두 그루, 살구나무 두 그루, 아티초크 몇 포기, 올리브나무 열 그루, 감나무 한 그루. 거기에 대나무, 선인장, 각종 꽃나무와 허브들까지. 1,000평 가까운 엘라의 정원은 말 그대로 풍요로움 그 자체였다.
“자두는 지금이 철이니까 많이 따먹어! 무화과는 이제 막 익기 시작할 거야. 올리브랑 호두, 감은 내가 돌아올 즈음 수확할 거고.”
자두나무 아래에서 잘 익은 자두를 하나 따서 옷에 쓱 닦아 한입 베어 문다. 와, 정말 맛있다. 정원에서 직접 딴 과일을 먹고, 허브를 잘라 샐러드를 만들고. 이곳에서의 하루하루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클라이머들에게 꽤 유명하다는 이곳 게익바이리. 가까이에 우뚝 선 돌 절벽을 보니, 왜 사람들이 이곳을 좋아하는지 알 것 같다. 그 너머로 펼쳐진 돌산. 앞으로 매일 마주하게 될 이 산은, 바다보다는 산을 좋아하는 내게 이곳이 천국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저녁은 엘라 스타일의 연어 요리였다. 연어가 너무 구워지면 버석하다며 팬에 살짝 익힌 후 오븐에 5분 정도 더 구웠다고 한다.
“와, 정말 부드럽다. 너 진짜 요리 잘한다. 무슨 고급 레스토랑에 온 줄 알았어.”
평소 먹던 연어 구이랑은 달리 마치 참치 타다키를 먹는 듯 익은 듯 안 익은듯한 연어가 입에 넣자마자 사르륵 녹아 없어졌다. 생선 양이 많아 다 먹을 수 있을지 걱정하던 엘라의 우려와 달리, H와 나는 1.2킬로그램의 연어를 싹 비워버렸다. 우리는 참 잘 먹는다. 그리고 엘라는 정말 요리를 잘한다.
그렇게 오늘도 먹고 마시며 하루가 저물었다.
내일은 또 뭘 먹게 될까?